모두가 늙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 - 초고령화 시대, 웰다잉을 위한 죽음 수업
오쿠 신야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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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유학자들이 남긴 한시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삶에 대한 아쉬움, 늙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왜 늙고 병들어 가고, 머리가 세고, 몸에서 힘이 빠지며 늙어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이런 노화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개인적으로는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유학이 갖는 생 중심의 사상 때문이기도 하고, 도라든가 불교에 대한 회의적인 접근, 전문적인 성찰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은 별개가 아니다. 삶이라는 긴 실의 한 쪽에 태어남이 있고, 대척점에 죽음이 존재한다. 즉 삶이라는 것, 인생이라는 것은 태어남과 죽음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안에 태어남과 죽음이 있는 것, 결국 삶은 태어남으로 시작하고 죽음으로 마무리 되며, 이는 삶 자체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죽음을 부정적인 것, 죄악시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갖고 있던 삶에 대한 성찰이 부분적이었고, 전체를 통섭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책 제목의 모두가 늙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말도 위 생각과 비슷하게 들린다. 자연스러움은 자연스러움 속에 남겨 둬야 한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할 것이 아니라, 죽음이 다가오기 전까지 삶에 대해 성찰하고, 지금 현재의 삶 속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된다. 태어남이 감사이듯, 늙는 것도 감사이고, 죽는 것도 감사이다. 우리는 태어남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죽는 순간까지는 기억하고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다르기 때문에, 일단 책 내용을 접근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아쉬움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는 책 내용 자체보다도 내가 갖고 있는 사상과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많으니, 이것만으로 책 내용을 평가할 수는 없겠다.

전체적으로 책은 평이하게 쓰여졌다. 내용도 깊이 있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노화에 대해서, 그리고 현대 의학의 발전과 희망에 대해 평이하게 써 내려간 내용이 대부분이다. 일단 내용이 굉장히 희망적이다. 2035년이 되면 대부분의 암이 극복될 거라고 말하는 것이나, 전체적인 의학적 진보에 대한 희망찬 논조는 뭐랄까, 너무나 의학과 과학의 발전과 성숙을 믿고 있는 듯 하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번역자의 각주가 필요한 부분이다. 저자가 일본의 의료시스템에 대해 말하고 비판하지만, 우리 시스템과는 다른 점도 있고 비슷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 짚어주면서 우리 의학계와 일본 의학계의 시스템적 차이를 주석으로 적어 줬다면 우리 시스템을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책에 사전지시서나 acp가 쓰여져 있는데, 이것과 비슷한 시스템이 우리나라에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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