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씨앗들 - 우리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식물들
카티아 아스타피에프 지음, 권지현 옮김 / 돌배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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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전적으로 나쁜 것, 좋은 것은 없다.

독은 잘만 쓰면 오히려 몸에 이롭게 된다. 적절하게 활용하면 도움이 되고, 그것이 적거나 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결국 쓰는 사람이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지, 독이라 불리는 그 물건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자연에서 나는 것 모두는 그 나름대로의 절대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이 절대적인 가치는 결국 자연 속에서의 생존이다. 생존을 위해 우리 또한 수 많은 식물과 동물을 먹어 치우며, 그것들을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이것을 잔인하거나 잔혹하다, 추악하다 말하지 않는다. 물론 그 정도가 치우져 먹고 버려지는 음식이 많은 것은 잘못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식물도 자신만의 절대적인 가치인 생존을 위해 자신을 변형시키고 성숙, 발전해 왔다. 그것들이 인간과 맞지 않으면 독성이 있는, 해로운 식물이 되고, 우연히 인간의 가치와 맞으면 좋은 식물, 식용 식물이 된다. 그러니 결국 나쁘거나 좋은 식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들의 절대적인 가치로 보는 상대적인 가치일 뿐이다. 잡초라는 말. 이 말이 갖는 인간의 교만함을 생각하면 가능한 이런 말은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들이 피우는 꽃을 보면 경탄할 때가 있다. 쌀알 만한 작은 꽃 들 속에 수많은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촘촘히 박혀서, 자신의 일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그런 것들을 보면 일종의 경이를 느끼고, 우주와 자연, 하나의 미물이라 불리는 존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경이 속에서, 아름다음 속에서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쁜 씨앗들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여기서 말하는 나쁘다는 것은 단지 인간의 편견으로 바라볼 뿐이다. 다만 저자는 인간 중심으로 책을 쓸 뿐 식물 자체의 나쁨과 좋음은 없다고 말한다. 식물학자로서 당연한 생각이라고 본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공존이다. 각 생물들은 각자의 절대 가치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인간은 그 속에서 절대자의 위치에서 다스리고 통제할 게 아니라, 공생자의 입장에서 함께 공존을 생각하며 공생을 이루어야 한다. 마약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지만, 수많은 이들도 살렸고, 고통없는 죽음으로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해 주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겠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나쁜 식물이든 좋은 식물이든 모든 식물은 가치있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 그것들을 사용하는 인간의 절제와 겸손함이 있으면 함께 지구에서 공존하며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살기 위해 우리가 어느 식물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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