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신화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장재형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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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가 됐다.

 

갓 50대가 됐으니 오히려 마인드는 40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삶에 있어서 40대와 50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람의 몸으로 치면 허리라고 비유할 수 있을까? 20대, 30대를 거치며 치열하게 앞을 바라보며 산다. 그러다가 40대가 되면 어쩌다 한번 뒤를 돌아다 보기도 한다. 그리고 50대가 되면 앞을 보기 보다는 뒤를 바라보며,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그러면서 삶 전체를 조망하는 삶을 살게 된다. 이것이 올바로 삶을 성찰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는 이런 성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런 성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공자는 40대를 불혹, 50대를 지천명이라 말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공자의 말에 어느정도 타당하게 살았던 것 같다. 40대 말에 혹하지 않게 되었고, 50대 초에 천명에 대해 나름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 순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0대가 되어 40대가 쓰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다. 나도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다.

 

이 책은 40대의 저자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러 신들을 통해 인생을 조망하며, 40대에서 삶에 대한 자신의 성찰을 들려주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내용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 많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갖고 삶에 대한 여라가지 생각을 들려주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읽기 쉽고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다. 오히려 너무 평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름 필력이나 독서력이 있어서, 책을 읽으면 저자의 인문학적 깊이나 필력, 그리고 사상의 깊이가 조금은 보인다. 그리고 성격이 보이기도 한다. 결국 글이라는 건 내 생각과 사상을, 자신의 삶을 기반으로 적어가는 것이라, 저자의 성격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모든 저자는 책 속에 자신의 향기나 냄새를 묻히고 있는 셈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맞는 향기를 찾거나 아니면 새로운 향기를 맡으며 지경을 넓혀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글을 쓴 저자는 50대가 보면 40대가 맞다.

 

서두에서 인생의 공허함을 말하며, 삶의 재미와 만족감을 불어주는 묘약을 찾으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뒷 장에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가 희열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주장은 전체적인 글의 내용과도 맞지 않는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통해 저자가 쓰는 글들은 재미와 만족감이 아닌 삶에 대한 성찰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우리에게 희열을 주지 못한다. 다만 신으로 위장된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고대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삶을 희열이라고 표현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희열에서 찾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인생을 성찰하는 방향이 어긋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삶을 뒤돌아보는 이유는 그 삶 속에서 놓친 진주를 찾고, 다시 자기 안에 집중해서 지금까지의 삶 속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을 정화하고 응결해 나만의 인생을 품고 있는 진주를 만들기 위함이다. 진주는 앞을 보면 만들어질 수 없다. 뒤를 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40대가 그 진주를 만드는 첫 시기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분명 삶을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40대 또는 30대에게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만으로, 이 책의 소임은 어느 정도 이룬 것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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