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떠나보내기 - 오늘이 아프지 않게, 내일이 흔들리지 않게
이승욱 지음 / 테라코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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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감정 그리고 이를 포용하는 마음은 주변의 여건과 마음 상태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불행하게도 마음은 외부 세계의 영향을 너무나 쉽게 받는다. 예민하고 연약해서 타인의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쉽게 상처를 받으며 어떤 이들은 크고 작은 생채기들이 쉽게 생기는 것이 싫어서 아예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기도 한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상처와 마주했을 때 애써 외면하거나 부정하기도 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기며 스스로 최면을 걸어 강함을 요구하면서. 이 책은 여섯 사람의 서사가 정신분석의 문법으로 쓰였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인상 깊었던 분석의 마무리는 지하 씨의 사례다. ‘아버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뒤에 ‘자식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먼저 고민하여 ’아버지‘라는 자신을 먼저 앞세우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자식을 물음으로 아버지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외로움으로 인한 상처는 말 걸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로부터도 말 걸어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발생한다.’

차라리 무인도에 혼자 남겨지면 외로움을 애견하며 상처보다는 두려움에 갇히게 된다. 그러나 무리에서 존재감 없이 홀로 외톨이가 된다면 외로움은 극에 달하고 이 또한 두려움이 함께한다. 누락된 자의 슬픔에 등장한 그녀는 경험 세계 속으로 밀어 넣으려 할 때 느꼈던 두려움이 무엇인지도 이해하고 그 버려짐의 기억, 방치된 아이의 막막함, 아무에게도 인지되지 않은 비존재감의 영토, 그 속에 머물러야 하는 두려움이 나를 막아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정신분석을 통해 상처와 마주하고 이해하기까지의 여정이 가슴 아팠다. 틈만 나면 가슴 속에 묻고 있던 상처가 가시 돋듯 솟아 올라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말끔히 도려내고 떠나보냄으로써 삶을 회복하는 길이 평탄할 거라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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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음식
이상은 지음 / 출판사 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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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날 것만 같은 소재에는 아주 귀한 사랑이 숨어있었다. 표제작 ‘남은 음식’은 마트 일을 하며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딸아이를 위해 챙겨오는 엄마와 이에 불만인 딸이 등장한다. 마트에서 엄마가 하던 일을 한 달간 하게 된 딸 선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창고 문을 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일하고 있던 직원들이 가운데 뭉쳐 있다가 순간 동작을 일제히 멈췄으나 선인 걸 확인하고 안도하며 검은색 비닐봉지를 각자의 가방에 넣기 바빴다. 선도 익숙한 검은색 비닐봉지였다. 엄마가 늘 남은 음식을 싸 오던 검은색 비닐봉지를 본 순간 반사적으로 거부감이 들어 선의 몫으로 챙겨준 음식을 사양했다.

“엄마 마트 일 엄청나게 좋아하시던데. 뭐 먹을 거 많이 챙길 수 있다고. 그런 거 싫구나? 엄마가 먹을 거 갖고 오는 거. 그런데도 엄마가 가지고 오는 거잖아. 선이 너를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

선은 숨이 턱 끝까지 차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속에 얹혔다. 엄마가 근무하던 마트에서 일하면서 남은 음식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마음 한구석을 꾹 누르며 무시했던 사랑이 천천히 뚫고 나오기 시작한다는 걸 선은 분명 느꼈을 것이다. 엄마의 직장 동료들이 선의 직장 동료가 되면서 찜찜한 남은 음식은 유통기한의 지휘를 벗어나 검은 비닐봉지 속 사랑으로 재탄생하는 스토리가 잔잔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며 흘러가는 게 참 좋았다.

남은 음식 뿐만 아니라 이 책 단편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불만을 드러내기보다는 익숙함에 수긍한다. 세상에 자세를 낮추지 않고 수평을 유지하며 내일을 향한 숙제를 곰곰이 생각하는 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고민과 노력이 요란한 주변에 묵묵히 맞설 시도를 하는 것 같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단편집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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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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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의 의미가 그저 복잡하지 않거나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 정도로 이해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는 아니었다.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떨어져 나와 가벼워진 몸과 마음이 되는 생활자의 삶이 황보름 저자가 말하는 ‘단순’을 뜻한다고 한다. 에너지와 몸과 마음이 서로 호응하며 나에게 더 집중하는 시간을 평화롭게 그려낸 에세에는 저자가 말한 단순한 일상이 행복하게 담겨져 있다.

요리를 직접 해 먹으려는 이유가 일상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요리만 한 게 없다고 한다. 마지막 보루일 수밖에 없는 게 돈 없으면 배달 음식을 못 먹으니 있는 재료로 직접 해먹지 않을까라는 삐딱한 생각도 해보지만, 도마에 파를 올려놓고 어슷썰기를 할 때 나를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말에 정말 음식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를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하는 일이 근사한 쇼핑보다 나의 신체를 사용한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면 더 가슴에 와닿을 것 같다.

밤에 영화를 보다가 맥주가 당길 때 편의점에 가는 일이 누군가의 걱정을 사는 일이 되지 않기 위해 독립을 꿈꿨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전한다. 계속 먹는 이야기로 이어지지만 독립하면 제일 좋은 게 먹는 것에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점이다. 밤늦게 야식을 먹어도, 주말 아침부터 배달 음식을 먹어도 혼자라서 신이 난다. 쓰고 보니 정말 단순한 삶이라는 생각에 표정이 없어지지만, 저자가 말한 독립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느 날 뚜렷이 느끼게 되는 삶에 대한 만족감이 아주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더라도 나만의 평화로운 세계에 쌓이는 즐거움이라면 내 안에 힘이 차오르는 원동력이 되리라는 믿음을 전해준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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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2024 - AI 시대의 생존 전략, 미디어 패러다임을 바꿔라!
김경달 외 지음 / 이은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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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등장은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초개인화된 검색 환경을 사용자가 더욱 체감할 수 있도록 극대화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통해 각종 뉴미디어들이 등장했지만 이를 넘어선 리얼 미디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왜 미래는, 왜 미디어는 인간에게 따라오라 손짓하는걸까. 과연 세상의 끝은 AI 가 바꾼 리얼 월드가 펼쳐질지 궁금하긴 하다.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2024’는 AI시대의 생존전략과 미디어 패러다임을 말하면서 미디어, 테크, 콘텐츠의 맥을 파악할 수 있는 세부 사항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의 소통 방식이 변화하면 우리 사회도 변화할 것이라는 말은 당연하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지형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전까지는 사용자끼리 1:1로 연결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1:다수의 연결 고리로 크리에이터와 사용자들이 연결되어 콘텐츠와 커머스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고 입소문과 리트윗으로 확장되던 바이럴이 이제는 인공지능 추천이 각자의 취향과 만나 이뤄지고 있다는데 알고리즘을 뜻하는 것 같다. 이렇게 쓰고 보니 핵개인 사회가 오는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미디어의 신뢰를 바탕으로 퍼스트 데이터 기반의 애드테크를 접목하고, 이를 커머스로 연결해 멤버십을 만들어 가는 방향으로 미디어의 성장 방향을 제시하는데, 2024년 대한민국의 미디어 현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사항으로 중앙일보가 현재 진행하는 유료화와 멤버십 프로젝트 성공 여부라고 한다. 광고에만 의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유료화를 진행한다면 얼마나 서비스가 더 나아질지는 기대해 볼 만하다.

‘디지털 미디어 인사이트 2024’는 새로운 SNS 서비스가 촉발한 미디어 지형도의 변화를 살펴보고 추천, 숏폼, 쇼핑 등 유튜브의 변화와 새로운 트렌드를 이야기하며 OTT를 넘어 엔터 테크를 중심으로 AI를 풀어낸다. 생성 AI와 결합한 콘텐츠 IP 비즈니스 기회로 본 진화 방향과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AI로 인한 게임 생태계의 변화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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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IT 메가 트렌드 - 모든 것의 중심, AI 센트릭 시대가 온다
김재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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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삶에 침투해 있으며 앞으로도 우리의 삶을 더욱 변화시킬 것이다. 생산성 향상, 질병 치료 개선, 일상생활의 편의성 증대 등 긍정적인 도움을 받고 있지만 일자리 감소, 사회 양극화의 심화, 그리고 AI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안겨주었다. 사회 양극화 문제를 짚어 보자면, AI는 기술을 습득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 격차를 크게 만들어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 AI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은 그것을 활용하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지만, AI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은 AI 기술을 활용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2024 IT 메가 트렌드’는 모든 것의 중심, AI 센트릭 시대를 미리 만나볼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음성이나 오디오를 텍스트로 변환하고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GPT-5는 본격적인 멀티모달 AI로의 진화가 기대되는 부분으로 문자가 아닌 말로 대화하고, 심지어 외국어로 통역까지 해준다고 한다.

도심항공모빌리티인 UAM은 인천공항에서 서울 도심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15~20분으로 짧지만 탑승자가 집중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이자 미디어 체험 공간, 쇼핑 및 마케팅 홍보 공간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대중교통 안에서 스마트폰이 아닌 교통수단 자체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나 보다.

AI 센트릭 시대, 미래를 바꾸는 IT 메가 트렌드는 2024년에 GPT-5의 등장,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빌리티, 인간형 AI의 실현, 애플의 공간 컴퓨팅, 인간의 노화를 막는 AI, 교육의 혁신, AI와 뇌의 연결이라는 7가지 물음을 남겼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은 거의 희망적이다. 최고 전문가의 인사이트로 빚어냈다는 이 책이 IT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AI는 우리 삶의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고 변혁적인 힘으로 매우 신속하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사는 방식에 AI가 필요하다면 생존과도 연결되는 문제이기에 불구경하듯 바라보는 것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미 스탠퍼드대 교수이자 AI 분야 전 세계 4대 석학 중 1인인 앤드류 응은 말했다.

“앞으로 AI는 마치 ‘전기’와 같이 삶의 다양한 곳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우리의 경제, 사회 전반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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