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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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의 의미가 그저 복잡하지 않거나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 정도로 이해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는 아니었다.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떨어져 나와 가벼워진 몸과 마음이 되는 생활자의 삶이 황보름 저자가 말하는 ‘단순’을 뜻한다고 한다. 에너지와 몸과 마음이 서로 호응하며 나에게 더 집중하는 시간을 평화롭게 그려낸 에세에는 저자가 말한 단순한 일상이 행복하게 담겨져 있다.

요리를 직접 해 먹으려는 이유가 일상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요리만 한 게 없다고 한다. 마지막 보루일 수밖에 없는 게 돈 없으면 배달 음식을 못 먹으니 있는 재료로 직접 해먹지 않을까라는 삐딱한 생각도 해보지만, 도마에 파를 올려놓고 어슷썰기를 할 때 나를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말에 정말 음식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를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하는 일이 근사한 쇼핑보다 나의 신체를 사용한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면 더 가슴에 와닿을 것 같다.

밤에 영화를 보다가 맥주가 당길 때 편의점에 가는 일이 누군가의 걱정을 사는 일이 되지 않기 위해 독립을 꿈꿨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전한다. 계속 먹는 이야기로 이어지지만 독립하면 제일 좋은 게 먹는 것에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점이다. 밤늦게 야식을 먹어도, 주말 아침부터 배달 음식을 먹어도 혼자라서 신이 난다. 쓰고 보니 정말 단순한 삶이라는 생각에 표정이 없어지지만, 저자가 말한 독립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느 날 뚜렷이 느끼게 되는 삶에 대한 만족감이 아주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더라도 나만의 평화로운 세계에 쌓이는 즐거움이라면 내 안에 힘이 차오르는 원동력이 되리라는 믿음을 전해준 에세이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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