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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흑역사 - 세계 최고 지성인도 피해 갈 수 없는 삽질의 기록들 ㅣ 테마로 읽는 역사 6
양젠예 지음, 강초아 옮김, 이정모 감수 / 현대지성 / 2021년 9월
평점 :
과학탐구의 길에서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실수를 하는 일이
나쁜 일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연구하는 동안 용감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 책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생각을 멈추고, 다시 곱씹어 보아야 할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았습니다.
또한 이해하기 힘든 과학 이론도 많았고, 모르는 인물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인물이 처한 사회적 환경도 찾아보았고요.
그럼에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천천히 다시 읽고 싶은 책입니다!^___^

이 책을 쓰신 양젠예님은 화중과기대 물리학과 교수를 지낸 분입니다. 화중과기대는 중국의 이과, 공과 대학으로 전국 1,2권에 드는 대학이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과학을 가르치고 연구하신 분이니 과학자의 일화도, 연구와 발표에 관한 이야기의 맥락도 깊이 아시겠지요.
저자 소개에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천재 과학자들에게도 여전히 실수와 아집, 흑역사가 따라다녔지만, 이것이 실패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시작과 도약을 위한 영양분이 됨을 발견했다. 오히려 과학사를 더 살펴볼수록 과학이야말로 '실패 없이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분야'임을 발견했다.
과학사 속에서 발견되는 과학자의 실수와 편견, 고집의 까닭을 고찰해서 다음 세대가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책을 집필하셨군요.^^
비교할 만한 책으로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생각납니다.
빌 브라이슨의 책은 방대한 정보로 독자를 압도한다면, 이 책은 순수하게 '과학자'의 이야기로 한정지어 깊이있는 내용과 고찰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430쪽 정도로, 촘촘하게 쓰여 있습니다.
총 5부, 26장으로 나누어 물리학, 생물학, 수학, 화학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각 장마다 다른 핵심되는 사건과 과학자들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도 씨실과 날실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다루고 있는 내용은 많지만, 재미난 이야기를 하듯 써주셔서 읽기에 난해하지는 않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자가 저지르는 다양한 실수를 소개했습니다.
과학자가 연구 중에 많은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외에도 과학자는,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고집, 욕심, 가지고 있는 철학관, 과학관 때문에 다른 과학자의 연구를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안타깝게도 과학의 퇴보나 악행이 시대의 요구인 적도 많았네요.
우리가 잘 아는 갈릴레이의 지동설 부정이나, 원자폭탄과 독가스 등 살상 무기를 만든 것도 사회의 요구때문이었지요.
이러한 잘못 후에 실수를 대하는 방법도 인물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론을 수정하고 자기가 명예를 실추시킨 과학자에게 정당한 명예를 되돌려준 인물도 있긴 하네요.
아쉽게도 훨씬 많은 과학자가 죽을 때까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나 젊은 시절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를 했던 과학자들이 나이들며 권위에 에 기대어 새로운 이론을 수용하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띄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이나 호킹 박사도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 예로 상대성이론적 축퇴에 관한 찬드라세카르와 에딩턴의 논쟁을 소개해 봅니다.
1935년 영국왕립 천문학회 회의에서 찬드라세카르가 백색왜성에 관한 발표를 한 바로 다음 순서로 에딩턴이 '그런 것 따위는 없다.'라고 말합니다.
당시 에딩턴과 찬드라세카르는 수년 간 과학적 토론을 나누는 사이였고, 찬드라세카르는 자신의 연구내용, 공식, 수치 등을 모두 에딩턴에게 알려 주었었습니다. 회의 당일, 에딩턴이 같은 주제로 발표한다는 것을 알고 찬드라세카르는 에딩턴이 자기의 연구를 가로채지 않나 불안했었지요.
그러나 에딩턴은 찬드라세카르의 논리와 계산 결과에 대한 반박은 없이, 단지 황당하고 엉뚱한 소리라고 주장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당시 구권위자로 인정받는 사람은 에딩턴이었기에 사람들은 에딩턴에게 동조합니다.
찬드라세카르가 주장한 이론은 '블랙홀 이론'이었습니다.
찬드라세카르는 후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지 해답을 찾습니다.
문학가와 예술가의 창작 활동은 생애 말기까지 이어졌고 오리혀 나이가 들수록 더 높고 순순한 창의성을 발휘한 반면, 과학자는 50세가 지난면 더 이상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나는 과학자가 계속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연을 대하는 오만한 태도'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위대한 통찰력으로 뛰어난 과학적 발견을 해냈다. 그러나 그 성공 때문에 자연을 바라보는 자신의 특수한 방법론이 필연적이고 정확하다는 생각에 빠진다. 그러나 과학은 그런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가 성공한 한가지 방법을 다른 분야에 적용해 보게 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분야에서는 자신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면 다시 초보자가 되어야 하지요. 그러나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일수록 자기 방법에 대한 고집이 커, 새로운 방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주위에서도 많이 보게 됩니다. 항상 명심해야 할 부분이네요.
또한, 기존의 과학관이나 철학관을 맹신한 나머지 자기가 발견한 것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플로지스톤 이론을 믿은 탓에 자신이 발견한 산소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프리스틀리의 이야기가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이 책은 과학 영역에 호기심이 있는 독자에게 지적 자극이 될 만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중고등학생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나이들어도 유연한 사고를 가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바를 다시 느낀 책이었어요.
지적 자극을 원하는 독자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과학이야기 #과학사 #과학자의흑역사 #양젠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