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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드는 소유의 법칙
마이클 헬러.제임스 살츠먼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속았습니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강렬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표지에, 추천이 많아서였어요.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드는 소유의 법칙>이라는 문구를 보고는, 쉽게 읽히는, 그러면서 몇가지 팁을 얻을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습니다.^^;
이 책은 각각 컬럼비아와 캘리포니아주립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두 교수님이 공동으로 쓰신 <소유권>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소유권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에 대해 알리며, 보다 바람직한 방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해 의심조차 않는 규칙들이 있습니다.
공원 벤치는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이고, 남의 카트에 담긴 물건은 집어들지 않으며,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영상을 친구와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지요.
저자들은 소유권에 관한 우리의 이러한 생각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재화,토지 등의 소유자들은 이 소유권의 기준을 비틀어 수익을 얻고 있었네요. 디즈니랜드의 패스트패스는 '선착순 우선'이라는 기준에 값을 매겨 판매한 것이고, 항공사는 '점유 우선'을 모호하게 하는 자율좌석제로 추가 수익을 얻고 있고요.
또한 저작권은 생산적 혁신을 위해 제정되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자유로운 창조를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고요. 또한 장기 매매, 대리모 출산 등우리에게 너무 불편한 이슈에 관한 논란은 자기 소유권과 사회경제적 이익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할 문제고요.
이 책은 소유권을 주장하는 근거 6가지로 나누어 소유권 변화에 관한 역사적 맥락과 문제점을 제시합니다. 저자들은 특히,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야 할 재산이 특허, 저작권 등으로 지나체게 분할되고 사유화될 때 오히려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그리드락의 개념을 강조했습니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소유권 분쟁의 사례가 모두 흥미로웠지만, 제 입장에서 특히 관심갔던 내용을 소개해 봅니다.
p. 145
신약 개발을 가로막는 지식재산권
1980년 이전의 신약 개발자들에게 소유권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대학, 재단,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았으니 연구 결과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혁신의 속도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1980년 미국의 특허법이 개정되고, 거대 제약사들은 연구자에게 소유권을 주도록 로비를 벌였습니다. 원래 목적은 소유권을 이용해 비영리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온 기초연구 분야에 제약업계의 투자를 유도하려는 것이었으나, 결국 너무 많은 특허가 개별 제약회사에 집중되었습니다.
제약사에서 신약 개발 하나 하려면 관련 특허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아야 합니다. 그렇게 발매된 신약도 기존 특허를 가진 제약사의 소송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의 제약회사에서도 늘상 있는 일입니다.
저자는 1980~1990년대 제약회사들이 연구개발비를 늘리며 많은 신약을 개발했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특허 문제로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와 같은 독자에게는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합니다. 창업자나 기업가, 투자자에게는 훨씬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전문적이 내용도 많았지만, 다루고 있는 사례들이 워낙 실생활과 관련되고 글의 전개가 논리적이라 읽는데 부담은 없었습니다. 편집도 번역도 읽고 이해하기 좋았습니다. 담고 있는 내용이 많아서 시간은 걸렸네요.^^ 읽고 나서 뿌듯해진, 좋은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