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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 본격 식재료 에세이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2년 5월
평점 :

나는 언제부터 맛있는 음식을 탐닉하게 되었을까...
저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바쁘게 살던 제게, 몸이 구조 신호를 보냈습니다. 연이은 수술과 병원 치료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제 친구가 저를 요리 수업에 데려 갔어요.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행복해지라고...
행복을 이루는데 맛있는 음식과 건강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지요. 언제나 관심을 가지는 분야라 '본격 식재료 에세이'라는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첫 장을 펼쳐 읽으면서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대박!'임을 알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께서는 이런 표현을 싫어하실 거 같아요.^^ 읽어본 음식을 다룬 글 중 출중한 작품이었습니다.
저자가 음식과 식재료에 대해 너무도 많이 알고 있고, 숨쉬듯 요리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번에 다 읽기에 아까워서 아껴 읽었어요.^^

저자는 지금은 음식평론가로, 번역가로 활동하시지만 오래도록 건축을 공부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글에서도 맛과 실용의 밸런스를 중시한다거나, 구태여 칼질을 자세히 설명하는 부분에서 공학도의 집요함(?)이 느껴집니다.^^ 글도 어찌나 맛깔나게 쓰시는지,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표현이 기발해서 곱씹어 읽게 되네요.
책은 7개 장으로 나누어 식재료를 소개합니다.

과연 나는 이 식재료를 알고 먹었던 걸까
수시로 음식으로 만들어 먹곤 하던 아는 재료들인데, 저자의 눈으로 본 재료들은 제가 아는 것과는 결이 다릅니다. 과연 나는 이 채소를 잘 알고 맛없다고 했던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일전에도 친구와 '가지' 맛있다고 하는 사람 드물더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요. 저자는 가지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p.94)
가지는 다른 맛을 굉장히 잘 흡수하는 식재료다. 그래서 나물부터 샐러드, 구이부터 튀김까지 웬만한 요리에는 모두 고개를 들이밀 수 있다. 눈치도 꽤 빨라서 이런저런 깃재료와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말하자면 잠재력이 엄청난 채소인데 교육과 훈련이 좀 필요하다. 잠깐의 학습만으로도 잠재력이 활짝 피어나지만, 배려해 주지 않으면 눈치 없이 거의 모든 음식을 완벽하게 망칠 수 있다.
저자는 식재료를 잘 이해하고 다루는 연습을 하면 최상의 맛을 끌어낼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가지를 조리하는 방법, 어울리는 음식 등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자주 만나지만 정작 잘은 몰랐던 식재료에 관해, 역사와 품종, 성질, 조리법에 관해 종횡무진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읽다 보면, 꼭 내일 장봐서 만들어 보리라 하는 음식들이 생기네요.^^
일러스트와 요리컷이 있었다면...
식재료에 관한 인문학적인 내용 외에, 실제 식재료를 앞에 두고 설명하는 내용도 많은데 줄글로만 이루어져서 아쉬웠습니다. 유명 쉐프가 이 내용을 가지고 책을 썼다면 엄청 두꺼운 하드커버의 책이 되었을 거 같아요. 칼럼이기 때문에 줄글이기는 한데, 일러스트나 과정샷이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싶었어요.^^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조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기초를 다듬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시각화가 이해에 큰 도움이 되니까요.
요즘은 별 내용없이 그림과 사진이 즐비한 요리책도 많은데, 이런 굉장한 내용을 담은 책은 또 그림 한 장이 없네요.^^;
정확하고 아름다운 단어를 사용합니다
음식에 관한 책 중 '자밤'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책은 처음 읽어봅니다. 분명 초등생들을 위한 책에도 우리말로 만들어진 '단위'로 설명되는데, 요리책마다 다 '꼬집'이라고 쓰여서 항상 불편했거든요. 단어와 문장 표현이 정확해서 눈에 걸림이 없었습니다. 교정도 무척 잘 되어서, 오자를 발견하지 못한 듯요.
새로운 걸 먹고 싶을 때 쓰윽 펼쳐 보면
분명 식재료 에세이건만, 궁금한 레시피도 많아서 종종 펼쳐보며 만들어 보게 될 거 같아요. 갓 요리를 시작하시는 분들도, 꾸준히 음식하시는 분들도 즐겁게 읽고 활용할 수 있는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