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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와 통하는 매운맛 조선사 - 33가지 질문으로 파헤쳐본 조선의 빛과 그늘
김용남 지음 / 바틀비 / 2022년 3월
평점 :

나이들수록 역사의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의 역사는 암기 과목에 다름 아니었는데 어느 사이, 나의 삶이 역사 속의 씨실과 날실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이 책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저자가 역사를 전공하지 않으셨는데 역사 선생님이신 독특한 이력때문이었습니다. 과학도가 쓴 책이라 단단한 근거를 가지고 견해를 펼치시리라 생각했고요.

왜 제목을 매운맛이라고 붙이셨을까 궁금함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서문에 저자가 이 책을 매운맛이라고 붙인, 저자가 생각하는 역사를 보는 바른 관점에 대해 적혀 있네요. 저자는 역사적 사건을 시대순으로 이해하는 것이 역사의 순한 맛, 그 당시 환경과 국제 정세 속에서의 역사적 사건의 맥락을 짚으며 현재를 통찰하는 것이 역사의 매운 맛이라고 정의했군요.
이 책에서는 전공자가 아니라서 자유로운 저자의 시각을 담은 다소 파격적인 관점이 다수 제시됩니다. 역사가들에 의해 쓰여진 책만 읽어본 저에게는 새로운 내용도, 놀라운 주장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견해가 꽤 설득력이 있게 느껴집니다. 읽어가며 점점 흥분했달까요..? 너무 재미있어서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초등학생인 저희 아이도 제가 너무 재미있게 읽는 모습에 뒤따라 읽고 있는 중입니다.
이 책은 조선사를 총 7개 장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습니다.
각 장이 1세기씩, 그 시기를 평가하는 한 단어를 제목으로 붙여주었네요.
1장. 발단 - 14세기, 조선 건국에 정당성이 있는가?
2장. 절정 - 15세기, 누가 성군이고 누가 폭군인가?
3장. 위기 - 16세기, 조선은 왜 위기를 맞이했나?
4장. 전환 - 17세기, 변화에 어떻게 대처했는가?
5장. 전개 - 18세기, 개혁인가 수구인가?
6장. 하강 - 19세기, 헬조선 도래는 필연이었나?
7장. 결말 - 20세기, 누가 책임을 졌는가?
이 책은 다른 역사책들과는 다른 점이 여러 가지 보입니다. 덕분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첫째, 이 책은 제자가 질문을 발제하고, 김선생이 답하는 대화 형식입니다.
보통 대화 형식을 취하는 다른 책에서는 문외한인 제자가 포괄적인 주제를 질문하면 선생님이 정연한 답을 해주는 형식인데 비해, 이 책은 질문자도 역사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당시를 평가하며 요약 정리해 준 점도 독특했습니다.
또한 저자가 국제 정세, 과학 기술, 환경 등이 당시 삶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최대한 설명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둘째, 이제껏 읽어본 책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기술된 내용이 많습니다. 역사 학계에서도 역사적 사건 하나 가지고도 이해 관계에 따라 해석이 다양할 거라 생각해요. 이에 대해 저자는 분명하게 제도권 내의 한국사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 점 동의합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조선 왕들에 대한 평가입니다. 우리가 더할 나위 없는 성군이라고 여기는 세종과 정조에 대해서도 공이 크지만 실도 많다는 평가를 합니다. 특히 정조의 수구적인 면모를 아쉬워하며 읽게 되었어요. 또한 요즘 정조의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수원화성에 대한 설명 부분은 놀랍기조차 했습니다. 또한 영조와 세조에 대한 평가는 파격적이면서도 그럴만 하다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더군요.
또한 조선 전기의 연은분리법, 중기의 도자기 제조 기술 등 우리가 지키지 못한 과학 기술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준 높은 기술력 덕에 시의 적절하게 세계 경제에 편입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셋째, 이 책은 조선이라는 한 주제를 가지고, 인류의 보편 가치인 자유, 평등, 인권을 돌아보게 합니다. 인권의 측면에서 볼 때, 정도전이 설계하고 태종이 만들어낸 14세기 조선이 18세기 이후 사대부의 조선보다 훨씬 훌륭한 곳임을 다시금 느끼게 하네요.


당연하다고 믿고 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웠고, 저자의 견해가 충분히 설득력 있음에 감탄했습니다. 역사에 관심 가지는 분께 강추합니다!^^

#역사 #세계사와통하는매운맛조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