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탈리아는 19세기 도시화 이후, 4,5층 되는 건물에 여러 가구가 함께 산다고 합니다. 중정과 엘리베이터가 있고,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아파트를 관리한다고 해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한 아파트에 사는 경우가 많고, 7시면 가게 문을 닫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오고요. 발코니를 내다보면 며 맞은 편 집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거 같지 않나요?^^  


펜데믹으로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저녁 시간이면 창문을 열고 이웃과 노래를 같이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이탈리아인들을 기사화 한 영상을 보았기에 이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궁금했어요.


또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소재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관리인 할아버지의 어린 손녀가 아파트 입주민들과 교감을 나누는 따뜻한 책이었습니다. 그 책에서 느껴졌던 이웃과의 소통이 아름다웠기에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 책을 쓴 마시모 그라멜리니 님은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네요. 저는 이탈리아 작가라곤 움베르토 에코 정도 밖에 몰랐는데, 최근에 출판가에선 이탈리아 문학이 인기라고 하더라고요. 




이 책은 감수성 풍부한 9세 소년 마티아의 눈으로 보여진 이야기입니다. 


펜데믹으로 밀라노 전역에 록다운이 선포됩니다. 시민들은 집 안에 갖혀 약국과 슈퍼마켓만 다닐 수 있게 되고 어기면 어마어마한 금액의 벌금을 내야 하지요.


마티아는 학교에 안 가게 되어 신이 납니다. 반면 누나는 남자 친구와 만나지 못하고, 뭐든 금지하는 엄마에게 짜증이 났고요, 체육 선생님인 엄마는 바이러스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가족끼리도 안아주거나 손잡지 못하게 합니다. 은퇴한 문학 교수인 젬마 할머니만이 마티아를 이해하고 안정감을 줍니다.


어느 날, 이혼하고 다른 지역에 사는 아버지가 마티아를 보러 왔다가 집에 머물게 됩니다. 록다운으로 호텔에 머물 수 없게 되었거든요. 아버지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마티아는 긴장하지만, 아버지는 낮에는 부엌에서만 생활하고 밤에만 거실에서 자라는 엄마의 말을 충실히 따르며 집에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주 서서히 마티아의 생활에 스며들게 됩니다.


역시 이 책에서도 이웃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다감하고 수다스럽고, 친절한 이웃들과 얽힌 사건을 겪으며, 아버지가 엄마를 위해, 누나를 위해 하는 행동들을 보며 마티아는 차츰 아버지에게 마음을 열게 되지요.


 







옴짝달싹 못하고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생활이 9살 마티아에게는 너무 힘들었을 거예요. 게다가 엄마의 남자 친구라던가, 신뢰할 수 없는 아버지와 한 공간에 있어야 하는 일이라던가, 의지하는 할머니를 만나 뵐 수 없는 것들이..


책에서는 마티아의 불안과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을 버텨내야 하는 힘듦이 잘 그려집니다. 다행히 마티아를 사랑하고 도와주는 이들도 있습니다. 힘들게도 하지만 든든하기도 한 가족, 고양이, 괴로울 때 푹 파묻혀 이야기를 나누는 소파..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내며 마티아는 부쩍 큽니다. 아버지를 위해 소파를 팔려고 하는 마티아와, 그런 마티아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려고 용기를 내는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이 찌르르 했답니다.  


개인의 삶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 결국은 가족이라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따뜻한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