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클락워크 도깨비 - 경성, 무한 역동 도깨비불 ㅣ 고블 씬 북 시리즈
황모과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평점 :
SF작가가 쓴 역사 이야기라 관심이 가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고블린 씬 북 시리즈는 새로이 기획된 시리즈 같았고, 황모과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네요.
책을 받아 들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서점 소개의 줄거리를 보아서는 꽤 길어야 할 거 같았는데, 손 안에 쏙 들어오는 100쪽 짜리 소설이네요. 펼쳐 보니, 글씨도 큽니다.
첫인상이 가벼워서 바로 펼쳐 보았는데, 이야기에 빠져들어 순식간에 읽어버렸네요. 읽을수록 외롭고, 힘들고, 아프고, 결연하게 일어나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감정의 소모가 많은 책이었어요.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이 책은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을 지은 황모과 작가는, 일본에서 만화 제작을 오래 했다고 합니다. 그 뒤 IT 업종에 종사하다가 글을 쓰게 되었고요. 단편집을 다수 내었는데, 글에서 느껴지는 남다른 개성이 발휘되었다면 무척 매력적인 작품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펼치면 마치 노랫가락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한 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대장간 집 딸인 연화의 삶을 빠르게 스케치해 나갑니다.
또 다른 축으로는 연화의 친구인 도깨비불 갑이의 삶이 그려집니다.
산골에서 아버지와 외로이 사는 연화는 화로의 불과 도깨비불에 매혹
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일본인들에게 살해되시고, 아버지의 발명품인 원진(동력 주전자)를 가지고 경성으로 가게 됩니다. 남장을 하고 인력거를 끌던 연화는 전차의 보조 운전수가 됩니다...
이 책은 연화가 겪는 상실과 아픔, 연화의 삶의 이유가 되는 불을 대비하여 그려냅니다.
연화는 일제에 수탈 당하는 조선인이기도 하고, 자기 기술을 빼앗기는 기술자이기도 하며, 여성임을 드러내면 위험해지는 소수자이기도 합니다.
또한 갑이는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있는 존재로, 사람이 되고 싶은 갈망이 있습니다. 갑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인조노동자(깡통 장치)가 되었다가, 벽안인이 되고 싶어서 가미가제 특공대가 되려 합니다.
갑이의 욕망은 그 시대, 일제에 영합한 사람들과 같은 것이겠지요. 그리고 지금 권력을 추구하는 모습과도 닮은 듯 합니다.
스팀펑크라는 장르를 처음 접해 봤는데, 세련되게 그려지는 과학기술과는 다르게 강하고 투박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이 있네요. 이 책은 플롯이 너무 좋아서 다듬어서 장편으로 써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 책입니다.
책 속의 문장, 문장이 곱씹어 볼 만 해서 자꾸만 뒤적였어요.^^


#장르소설 #클라워크도깨비 #고블씬북 #황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