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청포도 - 이육사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4
강영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광야>,<청포도>는 교과서에 수록되어 낱낱이 분석되고, 각종 시험에 단골로 등장하는 시입니다. 반연 이 시를 쓰신 이육사 시인은 가까운 듯, 가깝지 않은 분입니다. 이름에 비해 일생이 잘 안 알려진 시인의 전기가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신 강영준 선생님은 상산고에서 교편을 잡고 계십니다. <허균 씨, 홍길동전은 왜 쓰셨나요?>, <여자의 적은 여자인가? : 사씨남정기> 등 주로 고전과 역사에 관한 책을 쓰셨네요.


시를 읽고 가르치는 분이기에, 일제강점기 때 시인의 삶을 알고 싶고 알리고 싶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며 작가가 많은 자료를 연구했음이 보였습니다. 시인이 남긴 시와 수필, 평론, 심문 조서까지 연구하며 검증했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픽션이 가미된 부분이 많겠지만, 시인의 삶을 알아보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책은 일본 유학길에 오르는 20세부터 시작하여, 40년 남짓한 시인의 일생을 서술합니다.


철들고 시인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중국으로, 서울에서 대구로, 한시도 안정됨 없이 떠도는 삶을 살았습니다. 일본, 중국에서 공부하고, 조선 혁명군사 간부학교까지 졸업했지만, 그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 고문을 당하고 옥고를 치르셨네요.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삶이 그런 모습이었겠지요. 언제나 불안정하고 위협받고 감시당하는 삶이었을 겁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40여년, 일제강점기와 시인의 일생은 거의 겹쳐집니다.

그런 시기에 일본에 대한 저항을 계속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 당시 글을 쓰는 지식인들은 더 큰 탄압과 감시를 받았으니까요. 시인은 또한 감수성이 예민하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더욱 힘들었을 겁니다.

시인이 가지게 된 아나키즘과 사회 운동, 노동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책에서는 그 시기를 보낸 조선인들이 일본의 식민 지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실상을 그립니다. 일본이 다스리는 시절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오히려 일본인이 못 돼서 받는 차별이 억울했고, 그 차별을 없애기 위해 일본을 적극 돕게 되었다는 글귀가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조선인에게 영향력 있는 지식인들을 포섭하여 친일을 하게 만들고, 내선일체로 조선인에게 일본인의 지위를 주는 척하는 정책이 얼마나 힘이 있었을까요?


그럼에도 시인이 끊임없이 투쟁하고 행동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의병장을 지낸 조상이 있는 가풍, 다른 독립운동가들과의 교류, 그리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보면 마음이 웅장해집니다.^^


시인의 불꽃같은 삶을 들여다 보며 느낀 감동과 죄송함 외에도 이 책은 제게 안타까움을 던져 주었습니다. 이미 지난 역사에 있어 '가정'은 도움 안 되지만, 시인이 일본군에 잡히지 않고 광복군과 조선 의용군의 알력을 풀어낼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의 역사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혹시 각지에 흩어져 있던 독립운동가들의 뜻을 모을 수 있었다면 '청산되지 않은 역사'가 없을 수도 있었겠지요...  


폐결핵을 앓으며 모진 고문으로 인해 순국하신 후, 남겨진 유품 속에 두 편의 시, <광야>와 <꽃>이 있었다고 합니다. 죽음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며도 정신만은 형형했음을 알게하는 시. 저는 <광야>를 읽을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는데, 이유가 있었군요.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 중 허구로 구성된 부분도 많겠지요.

그래도 시인의 행적과 시를 읽으며 민족주의자로, 아나키스트로 최선을 다해 살아내셨던 시인의 일생을 그리기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아래의 말을 건네고 싶었을 거 같습니다.

현실은 언제나 욕망과 억압에 가득차 있으나, 우리는 이육사 시인처럼 미래를 기다리는 초인이 되자고. 



 



#한국시인 #칠월의청포도 #이육사 #역사인물도서관 #북멘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