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만든 집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박영란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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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며 청소년이 읽는 소설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생각할거리를 제시하는 좋은 작품들도 많고 읽는 재미도 있고요.

이 책은 <게스트하우스 Q>, <편의점 가는 기분>을 쓴 박영란 작가의 신작입니다.


재미있는 소재의 글로, 긴박감 있게 전개되어서 집어들고 후루룩 읽었습니다.

페이지 220여 쪽,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책으로 가독성 좋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소녀는 17세, 고등학생입니다.

함께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소녀에게 크고 낡은 집과 통장을 유산으로 남기셨습니다.

단단한 가르침과 함께.


할머니의 사십구재를 치르고 오는 차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삼촌의 협박과 회유.

집을 팔아 사업을 시작해 보려는 속셈입니다.

평생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돈받아 가더니, 이제 마지막으로 조카 이름으로 된 유산을 탐냅니다.



어쨌거나 나는 이 집의 소유자고, 할머니의 죽음을 견디는 중이었다. 그런 내 앞에서 삼촌은 집 팔 궁리나 하고 있었다. 눈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눈믈을 참느라 목이 다 뻣뻣해졌다.

 

"너 몇 살이야?"


삼촌이 갑자기 나이를 들먹거렸다. 무슨 의도로 꺼낸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물려받은 유산은 지킬 줄 아는 나이입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삼촌과 고모는 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와 살게 됩니다.

삼촌은 매일 매일 집 팔자고 협박도 하고, 제멋대로 부동산에 내놓기도 합니다.

고모는 소녀를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집을 팔면 자기에게도 이익이 있을 거 같으니 태도를 바꾸기 일쑤입니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흔하면서도 생소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재산을 일가 친척들에게 빼앗기는 스토리는 옛이야기에도 많이 등장하는 흔한 내용이지요. 요즘은 아이들이 워낙 똑똑해지고, 사회적 장치도 있어서 그냥 빼앗기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제시되는 상황은 참 어렵네요.

소녀에게 삼촌과 고모는 악하고 나약한 모습의 어른이기도 하지만, 가족이기도 하니까요. 아직 청소년이고 게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바로 엊그제인데 얼마나 외롭고 힘들겠어요. 고모와 사촌의 입주로 소녀는 오랫만에 집안의 따뜻한 온기를 느꼈을텐데요. 


게다가 정서적으로 성숙한 소녀는 삼촌과 고모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합니다.

삼촌의 방황, 고모의 이혼과 사업 실패. 삼촌과 고모의 처지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의 추억이 배인 집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오롯합니다.



이 책은 읽기가 참 쉽습니다.

어려운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없네요.

그럼에도 등장 인물들의 갈등하는 마음이 그려집니다.


욕심에 조카에게 못된 짓까지 하는 삼촌의 주저함,

조카를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자기도 한몫 잡고 싶은 고모의 갈등,

사촌의 곤경을 공감하지만 자신의 앞가림도 해야하는 사촌의 행동.  

꿋꿋하게 자신의 결정을 밀고 나가지만 힘들고 지쳐기도 하는 소녀.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공감할까요.

저는 요즘 친구들은 더욱 단호하게 처신할 거라 생각합니다.

반면 학부모의 입장으로 이 책을 읽는 분들은 마음이 복잡할 거 같아요.

아이가 이런 상황에 맞닥뜨릴 때 어떻게 마음가짐을 갖도록 교육해야 할까..

매우 불편한 상황이지만, 아무런 대비없이 이런 상황에 떨어지게 되면 어쩌나.



편하게 읽히지만, 생각만은 치열하게 해야할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단단해지게 한 번 읽으면 좋겠다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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