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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공부합니다 - 음식에 진심인 이들을 위한‘9+3’첩 인문학 밥상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1월
평점 :
저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먹는 것도 만드는 것도.
그래서 제목에 '음식'이 들어가면 일단 눈이 갑니다.
<음식을 공부합니다>라는 제목을 보고도, 공부에 관한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음식'이라는 단어만 인식한 거지요. 맛있는 음식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겠거니 하고 펼쳐 보게 되었어요.^^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책이 아니었어요.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음식'과 '문화'를 대하는 저자의 진지한 자세에 절로 숙연해집니다.
이제까지 음식에 대한 연구는 음식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저자 주영하 님은 인문학자로서 '음식'을 주제로 삼아 깊이 연구하신 분이십니다. 만들고 먹으면서 공부하게 된 것이 아니고, 주제로 삼아 공부하다 보니, 만들어 보게 된 분이시네요.
이 책은 음식에 담긴 역사를 설명하며, 그 역사를 탐구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음식의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음식을 소재로 글을 써야하는 작가들에게, 그리고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합니다.

이 책은 총 12개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강의는 한 가지 음식을 들어 어느 부분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강의 첫머리는 그 강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노하우를 한 페이지로 제시하고, 그 다음에는 음식 이야기, 그리고 강의 끝에는 페이지를 따로 두어 자료를 찾는 팁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3강. 막걸리는 발명한 음식, 발견한 음식?'에서는
음식의 기원을 파악하기 위해, 핵심 제조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술은 당분이 변한 것이기 때문에 주재료가 당분을 함유하고 있으면,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포도당을 잔뜩 함유한 포도가 발효되어 포도주가 되는 것은 자연적으로 흔히 생길 수 있는 일이지요.
반면 와인과는 달리, 보리, 옥수수, 쌀은 당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맥아와 누룩 등을 첨가해야 합니다. 자연적으로 누룩이 첨가될 일은 없으므로 사람에 의해 발명된 음식이라는 거죠.
저자는 이렇게 정연한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다양한 지식과 사료를 제시합니다.

이 책은 역사적 사료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발로 누빈 저자의 음식에 대한 연구가 보이는 책입니다. 읽는 이로서는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바로 잡기에 좋은 지식을 담은 책이고요. 저자는 또한 자신의 연구가 미비하거나 오류일 수도 있음을, 더 깊은 고찰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저자의 말대로, 음식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을 원하시는 분, 음식에 진심인 분들께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