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함께한 하루
산더 콜라트 지음, 문지희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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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후, 네덜란드 작가의 책은 처음인 듯 합니다.

네덜란드만의 남다른 정서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잔잔한 일상을 그린 책이라는 느낌이 물씬 나는 책입니다.





이 책은 평범하지 못한(?) 한 남자의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한 남자의 이름은 헹크로 이혼한 56세의 중환자실 간호사입니다.

섬세하고 신중한 반면 우유부단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탑니다.

성격 탓도 있고, 크게 성공한 것이 아닌 현재 상황 때문에도 그렇고요.


헹크는 빌런이라는 나이 많은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날 헹크는 빌런이 심부전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아침에 빌런을 산책시키다 만난 미아에게 반하게 됩니다.

저녁 때 사랑하는 조카 로사의 생일 파티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미아를 다시 만납니다.

서로 호감을 가진 두 사람은 함께 빌런을 산책시키고, 대화를 나누고 잠자리에 듭니다.


표면 상 벌어지는 일은 이게 다지만, 

책에서는 그동안 헹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많은 감정과 생각이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마치 세 개의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아요.


추억과 회한과 분노의 감정으로 끊임없이 회상하고 기억하는 과거,

갈팡질팡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매혹되기도 하는 현재, 

그럼에도 끊임없이 긍정하는 미래가.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헹크의 태도야말로, 삶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한 것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헹크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p. 215~216


 미아,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먹고 마시는 음식이 아니라 삶에 대한 열정, 즉 삶은 가치 있는 것이라는 철학적 확신이에요. 언제 어디서나 삶 자체에는 진리와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지만, 마치 보물사냥꾼처럼 그것을 찾고 발견하고 캐는 것은 우리의 몫이죠.



작가는 또한 헹크의 죽어가는 개 빌런을 빌어, 기억을 가진 모든 존재는 사람과 똑같이 생의 열정에 가득 차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빌런을 위해, 빌런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 주고 빌런의 반응을 보며 헹크는 생각합니다.



p. 98


아직 시간이 있다고 헹크는 생각했다. 아직 행복하고 즐겁고 비할 데 없이 멋진 삶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또한 고요한 아침, 빌런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삶과 빌런의 삶 앞에 무한한 행복이 놓여 있음을 느끼지요.



p. 251~252


헹크는 개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엊고 그의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 과정의 어디에선가 삶에 대한 열정이 샘솟기 시작할 거라고 확신한다....

이것이 정말 그것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살아 있다는 것.



 1961년 생의 작가가 이렇게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나날을 그린다는 것이 참 이채롭게 느껴집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창작들을 잘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뉴스나 시사 이슈들에서 느껴지는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바쁘고 서로 서로 날을 세우는 느낌이거든요.

 50세가 훌쩍 넘은 아저씨가 느끼는 생에 대한 사랑과 긍정이, 저의 하루도 돌아보게 합니다. 잠시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지금 이 시간을 행복해 하라고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가벼운 책이고, 편집도 잘 되어 있어 읽기도 수월합니다. 또한 문맥도 자연스럽습니다. 따뜻한 감성의 글이 필요할 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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