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 삶의 교양이 되는 10가지 철학 수업
필립 휘블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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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이라는 학문은 누구나 알지만, 철학이 다루는 분야를 잘 아는 일반인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수학, 물리라고 말할 때는 선명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철학은 참 알쏭달쏭하기만 합니다.

 저도 항상 철학에 대해 관심은 있었는데,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에 선뜻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10년 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책이라는 홍보 문구에 홀려 집어 들게 되었네요.^^

 



 저자 필립 휘블은 철학, 언어학, 언어철학, 형이상학, 과학론을 공부하고 연구한 독일의 분석철학자입니다. 저자는 현명한 철학자는 글을 분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쓴다고 적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의 논조는 시종일관 균형 잡히고 약간의 위트도 있습니다. 


이 책은 총 10가지의 탐구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1. 감정

2. 언어

3. 신앙

4. 꿈

5. 자유 의지

6. 진리

7. 미

8. 의식

9 신체

10. 삶





 읽기 시작하며, 제가 읽을 만한 철학 입문서가 맞나 회의가 들었습니다. 끝없는 예시, 철학자들의 이론, 논쟁이 줄을 이어 맥락을 이해하기 힘들었거든요. 또한 한 가지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이론을 근거로 가져와 따라 잡기 쉽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 뇌과학, 의학 분야의 여러 연구를 참조합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며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가 하나의 주제에 이르는 한 축에 꿰인 스토리가 아니라, 다루고 있는 주제에 관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려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아무리 이해하기 쉽게 쓰더라도 애초에 다루는 내용이 너무 많은 것이었지요. 한 번에 다는 이해 못하더라도 모르는 내용을 찾아보자는 마음을 먹자, 보석같은 지식이 가득한 책이네요.^^


 

특히 제가 재미나게 보았던 부분을 꼽아 보자면,


4장. 

 꿈과 수면을 논할 때, 현대 꿈 연구 분야에서는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연구를 점성술사 수준으로 본다고 합니다. 누구나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알지만 불편하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책에서는 수면에 관해 생물학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짐에 따라, 꿈과 각성 상태에 대해 다른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설명합니다.  

 미국인 신경과학자 로돌포 리나스와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꿈을 꿀 때와 각성 상태일 때의 뇌 활동을 비교하면, 두 상태 모두 동일하게 의식이 활동적이라고 합니다. 차이는 감각을 인식하는가 못 하는가 뿐이라는 것이지요. 

 이 부분은 철학의 연구 분야는 아니겠지만, 의학적으로 가치있는 발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장, 6장.

 아무래도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철학자의 생각의 흐름이었습니다. 특히나 전통적인 철학의 주제라고 생각되는 결정론과 진리의 탐구 부분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p.201~202

 형이상학적인 명제를 다루는 결정론을 직접 증명하거나 반박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이란 초자연적인 것 혹은 비과학적인 것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이 세상의 가장 보편적인 자연, 예를 들어 공간이나 시간 등을 다루는 철학 분야다, 형이상학적 명제는 관찰이나 실험 같은 경험적인 방법으로 근거를 댈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것이 정말로 결정되어 있는지 여부를 절대 알 수 없다. 다만 이 가정을 뒷받침하는 자연법칙이 과연 무엇인지는 탐구할 수 있다.

 그러려면 우선 자연법칙이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가볍지 않은 현대 철학 입문서로 현재 진행형인 수많은 논쟁을 다루고 있으며, 철학을 깊이 있게 연구한 저자의 균형잡힌 시선과 선명한 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철학이 다루는 분야가 엄청나게 광범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관찰하는 모든 것이 과학의 주제가 되듯,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철학의 주제가 되네요. 이과생인 제게는 쉽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회 과학과 인문 쪽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과히 어렵지 않게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자의 글 스타일 탓일 수도 있는데 연구 내용의 해석 부분에서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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