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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블턴 시의 코비에게 - 2021 문학나눔 선정 도서 ㅣ 파랑새 사과문고 93
임태리 지음, 고정순 그림 / 파랑새 / 2020년 11월
평점 :
임태리 작가의 신간을 읽어보았습니다.
임태리 작가의
'메리 크리스마스 맛', 뱀파이어 시리즈 등의 동화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좋아할 유쾌한 소재에 감동을 담았지요.
또한 이 책이 담긴 파랑새 사과문고 시리즈에서
좋은 책을 많이 읽어서 더욱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의 권두에
'인간은 선 하나로
갑과 을을, 빈과 부를,
중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아름다움과 추함을 나누고,
이 선에 의해
누군가는 혐오의 대상이 되어 소외되고,
묵시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책은 코비 할아버지에게 편견을 가지고 혐오하는 여러 사람들과
그 혐오의 까닭을 찾으려는 토미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책을 펼치면 항상 목차를 먼저 찾는데,
이 책에는 목차가 없어 잠시 당황했습니다.
'뭐 어린이책이니까 큰 상관없겠지'하고 생각했었으나
내용 전개 상 목차로 맥락을 잡지 못한 덕에
반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책은 토미가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토미는 조금 떨리지만
코비 할아버지와의 일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려고 노력합니다.
토미의 인터뷰 내용은..
토미는 코비 할아버지에 대한 호기심에 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명은 '코비 할아버지를 왜 가까이 하면 안 될까?'
엄마는 코비 할아버지가 더러워서,
시장의 딸 캐리는 빈민이라 범죄 가능성이 놓아서,
늘 책을 읽는 제노바는 무식해서,
멋쟁이 맥킨은 옷차림에 품격이 없어서라고 하는데,
토미는 어느 이유도 만족스럽지가 않았습니다.
토미는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코비 할아버지를 찾아가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토미예요."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몰라서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 토미에게
코비 할아버지가 먼저 말을 꺼냈어요.
" 그 목걸이 수첩 진짜 근사하구나.
그런데 망토가 달린 바이오맨 그림이 그려졌다면 더 근사했을 것 같구나."
코비 할아버지는 씩 웃었어요.
(p.48~49)

온 마을의 사람들이 오해하던 코비 할아버지는
어린이의 마음을 잘 헤아리실 줄 아는 동심을 가진 분이셨어요.
가로수에 노란 영양제를 섞은 물을 주시고,
커피 값으로 예쁜 화분을 카페 앞에 가져다 주시는 아름다운 분이셨구요.
(그런데,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노상방뇨를 하거나,
남의 커피를 마시는 이상한 분인 줄 안 거죠.)
그저 할아버지는
남들의 편견에 화를 내거나 변명을 하지 않는
수줍은 분이셨을 뿐이예요.
책을 읽다보면,
토미가 코비 할아버지를 혐오하지 않는 까닭이 나옵니다.
바로 표지 그림이 그 키인데요,
토미가 호기심에 엄마의 커피를 몰래 마셨는데
코비 할아버지가 토미를 궁지에서 구해주시느라
엄마 커피를 훌쩍 마셨거든요.
덕분에 엄마의 큰 오해를 사고
마을 사람들의 혐오어린 시선을 받게 되었던 거예요.
이 책에는 계속 계속 어른들의 이중적인 민낯이 드러납니다.
코비 할아버지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하며 경계하라 가르치고,
엄마 아빠는 자기 편의대로 말을 바꿉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어른들의 편견을 배운 아이들도 등장하구요.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인간애는
인간의 보호 본능과 관련이 있어서
어릴 때부터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하지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편견'이나 '혐오'라는 말의 뜻보다
이 책의 내용이 훨씬 가깝게 다가갈 거라 생각듭니다.
아울러 어른들의 위선을 콕콕 찌르는 작가의 위트에 뜨끔하네요.^^
소중한 내용을 경쾌하게 풀어나간 책이예요.
초저 어린이, 그리고 학부모께서 같이 읽으심 참 좋을 거 같아요.
나눌 이야기도 많겠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