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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나의 생존과 용서, 배움에 관한 기록
리즈 머리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평점 :
속았다..
따뜻하고 예쁜 표지와
15살부터 거리에서 생활하다 하버드에 입학한 산 수녀의 감동 실화
-간결하게 정리되는 줄거리.
가난하고 힘든 환경에도
최선의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내용인 줄 알았습니다.

책을 펼치자 날 것으로 다가오는 어린 소녀의 불안정한 생활이
저를 매우 불편하게 했습니다.
읽는 내내 여러 번 책을 덮어야 했지요.
먹을 것이 없어 언니와 치약과 립밤을 나눠 먹고 잠들었다거나,
아빠에게 성폭력을 당했는지 검사를 받는다거나..
저자가 나중에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끝까지 읽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코를 훌쩍이면서도 얼른 책을 집어들게 할 정도로
이 책은 강력한 흡입력이 있습니다.
저자는 일관되게
지독한 마약중독자인 부모에 대해 이해와 애정어린 시선을 유지합니다.
또한 친구들에 대한 감사와 연대 의식이 가득합니다.
어린 시절이 아무리 불안하고 매일매일이 고통스러울지라도,
가출해서 두려움과 자포자한 심정이 되더라도.
p.68
나는 부모님이 우리를 굶주리게 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고 깊이 상처 받았다.
하지만 나의 상처 때문에 아빠나 엄마를 탓하지는 않았다.
나는 두 사람에게 화나지 않았다.
내가 뭔가를 미워했다면,
그것은 마약과 중독 자체였지 부모님은 아니었다.
나는 부모님을 사랑했고,
부모님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약으로 피폐해져 가며,
부모는 점점 무능력해지고 남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엄마는 성을 팔기도 하고, 아빠는 쓰레기통을 뒤집니다.
그리곤 마약을 사죠.
리사 머리는 주유소나 슈퍼마켓에서 팁을 얻기도 하고,
먹을 것을 훔치기도 합니다.
하루 이틀 빠지다가 학교도 안 다니게 되고,
자연스럽게 가출하게 되지요.
거리에서 다른 가출한 아이들과 몰려다니던 리사는
의지했던 남자 친구가 마약에 빠져들며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마침내 스스로를 돌보아야 할 때,
리즈 머리는 깨닫게 됩니다.
하루 하루 욕구를 충족하며 살아왔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을.
p. 370~371
나는 위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대담하고 겁도 없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쳤다. 뭔가가 필요하면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내가 평생 그래왔듯이. 집에 음식이 없으면 슈퍼마켓에서 포장을 하거나 주유소에 가면 된다. 아빠와 엄마가 너무 혼란스럽다면 가출하면 된다. 학교가 재수없으면 안 가면 된다. 간단했다.
혼자 거리에서 생활하며 내가 얼마나 궁핍한지, 그런 생활이 얼마나 싫은지를 알게 되었다. 가끔 친구네 집에서 잘 수 있었지만, 그에 대한 대가로 친구들은 부모님과 실랑이를 해야 했고, 나는 그런 존재가 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나의 친구들이 나를 도와주면 도와줄수록 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언제 거절하게 될까? 어느 시점에 내가 버거워지기 시작할까?
이렇게 궁지에 몰린 상황은 내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다. 친구들이 방세를 나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내 친구들은 대단했다. 그들은 정이 많고 협조적이며 재미있다. 하지만 방세를 내주지는 않는다. 전에는 진정으로 방값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당장의 욕구에 급급해 사는 듯해도,
리즈 머리는 일단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때마침 적당한 멘토도 만나게 되고요.

이 책에서 17세의 리즈 머리가 인생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고,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하는 부분은 후반부 1/4정도입니다.
박진감 있고 신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책 내용의 3/4에 걸쳐 서술된 불안하고 곤궁한 삶에도,
영혼을 잠식하는 아픔을 가지고도,
저자 리즈 머리는 성장과 변화가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아무 것도 주장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진정한 히로인이지요.
이 책에는 곳곳에 영웅이 등장합니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자폐아를 가르치는 리사 언니,
가출 청소년이지만 대안학교를 다니고 직업을 가진 친구.
언제나 도움의 손길을 내어준 친구들.
대안학교 선생님들..
저자는 책을 이렇게 맺습니다.
p. 500
노숙자건 사업가건, 의사건, 교사건, 어떤 삶의 배경을 가진 사람이건, 우리 모두에게는 똑같은 진실이 적용된다. 삶은 우리 자신이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진실.
내 삶이 한 편의 아름다운 드라마일지,
대충 쓰다가 포기해 버리는 낙서일지는 나의 생각과 선택에 달려 있지요.
또한 아무리 절망적인 순간에라도,
지지해 주는 이가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읽고 나서도 내내 곱씹어 생각이 나는 책입니다.
몇 년 후 딸아이와 함께 다시 읽으려구요.
누구나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만한 성장 일기와 이만한 성찰의 글이 없을테니까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