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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역사 - 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6월
평점 :
최근 딸아이가 공부하는 내용 중, idiom과 slang에 대한 것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하는 slang이 널리 쓰이면 idiom으로 굳어지는 것이었네요.
평생 언어를 쓰며 살고, 외국어를 여러 가지 배워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궁금함과 흥미를 가지던 차, '언어의 역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역사'라는 제목을 가진 책답게, 총 40장의 두툼한 책이 도착했습니다.
책을 펼치며는 두께때문에 좀 부담스러웠는데, 너무 재미나고 흥미롭게 쓰여 있어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언어의 역사'는 2009년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인데, 10여 년 전의 책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궁금했습니다. 저자의 말씀대로 인터넷은 전혀 다른 언어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으니까요.
분명 수십 년의 관록이 보이는 내용인데도, 참으로 발랄한 스타일에 저자의 연령이 궁금해서 구글링도 해보았네요.
저자, 데이비드 크리스탈은 영국의 언어학자이며 작가입니다.
현재 팔순이 다 되시는 나이에도 홈페이지를 운영하시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시네요.
이 책은 총 40장으로 쓰여졌고, 대략 언어학의 분류에 맞춰 서술하고 있습니다.
1~5장. 음성학
6~11장. 문법
12~31장. 의미론, 사회언어학, 심리언어학, 언어의 역사
32~37장. 언어의 필요성과 복잡성
38~40장. 언어학의 갈래와 지은이의 당부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지적 자극과 함께 따뜻한 인간애가 느껴져 여운이 많아 남습니다.
다양한 예시와 흥미로운 퀴즈를 풀며 언어의 많은 분야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도 즐거웠고,
사회와 문화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글들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특히 관심깊게 읽었던 몇 가지 내용입니다.
저자는 인터넷의 발달로 변화되는 언어 환경에 주목하고, 앞으로는 언어학자의 할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에서의 챗이나 인공지능의 언어 사용 면에서도 할 일이 무궁무진할 거 같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언어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를 여럿 들었는데, 이런 글들이 있습니다.
p. 359
언어에 대해 알아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사람이 그들 특유의 말과 글을 통해 우리의 사고와 감정을 조작하려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한마디로 우리는 그들의 수사학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p. 368
누군가가 던진 돌멩이에 맞아 상처를 입어도 며칠만 지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언어폭력으로 인한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기도 한다. ... 사회집단에서 어떤 식으로든 절대다수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놀림이나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언어폭력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가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또한 우리가 언어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합니다.
(번호까지 붙여서 조목조목.)
1. 전 세계 수많은 언어가 사멸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관심을 갖기를.
2. 가능한 한 많은 언어를 배워보겠다는 의지를 갖기를.
3. 자신의 언어에 존재하는 다양성(악센트와 방언 등)과 다양한 스타일에 관심을 갖기를.
4. 모국어를 사용하거나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돕기를.
저는 초등학생인 아이에게 간략하게나마 언어학에 대해 이야기해주파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천천히 같이 읽으려 합니다. 인문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누구라도 즐겁게 읽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