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비밀 양육원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44
장경선 지음 / 다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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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선 작가님은 추상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보고 폴란드에 가서 공식 양육원과 비공식 비밀 양육원을 답사하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6.25 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강제로 폴란드, 체코, 헝가리, 소련,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낯선 이국땅으로 실려 갔다. 북한 고아라고 통칭하고 있지만, 남한이 고향인 아이도 있었고 잠시 부모와 길이 엇갈린 아이도 있었다.
소설의 배경인 폴란드는 전쟁의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전쟁 고아들을 받아들여 보살폈다. 다만 너무 많은 고아들을 받아들였다가는 국민들의 원성을 살까봐 공식 양육원 말고도 비밀 양육원을 따로 두고 운영했다.

순례는 여덟 살 때 엄마, 동생들과 헤어져 폴란드로 실려와 양육원에서 생활하는 한편, 방학에는 위탁가정에서 사랑 가득한 마마, 파파와 지내면서 한나라는 이름으로 서서히 아픔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1959년, 한 명도 빠짐없이 북한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실화라는 걸 알고 읽어서일까?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순례와 현수의 행보를 좇느라 두근두근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슬픔, 분노, 감사 등 여러 감정이 휘몰아쳤다.

자신의 고통이 치유되기도 전에 남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마음, 남의 나라 전쟁고아를 보살피는 크고 따스한 손길에 대해 생각했다.

제발 무사하고 행복해야 해, 기원하는 마음에 더해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긴 울림을 준다.

파파는 여기서 격전을 치르다 죽은 군인들에게 신의 자비가 머물기를 빌며 돌멩이를 벙커 가장자리에다 놓았다. 파파와 마마에게 돌멩이는 한 사람의 영혼이었다. 나는 돌멩이 위에다 돌멩이를 얹어 놓기도 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우리와 음식을 나눠 먹고 수다를 떨며 사랑을 나누었을 거라며, 우리는 죽은 사람들이 놓쳐 버린 사랑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이 살아 있었다면 세상은 더 큰 사랑으로 출렁였을 거라고. (42쪽)

자연은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 같구나 더 푸르게 빛나고 더 짙게 향기를 내뿜는 걸 보면 말이다. 숲은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가질 거야. 그래야 서서히 습기가 걷히고, 참았던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거든. 자연에게도 인간에계도 애도의 시간을 가로막는 건 폭력이야. (58쪽)

폴란드에는 빈 의자 풍습이 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올지도 모를 사람'을 위해 빈 의자와 빈 접시를 마련해 둔다.
의사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폴란드의 양육원 선생님들과 학교 선생님들은 북한 고아들을 극진한 환대로 보살펴 주었다. 피부색 과 언어, 생활 습관이 다른 고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선생 님들을 우리는 마마와 파파라 불렀다. 그들이 우리를 친자식처럼 돌봐 준다는 걸 우리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마와 파파는 나만을 위한 빈 의자와 빈 접시를 항상 마련해 놓았다. 365일 내내. 내가 돌아올 그날까지 언제나.
(152~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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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 - 정신과 문을 여는 게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나해인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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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알려주는정신과사용법

일을 하다 말고 갑자기 뭔가 떠올라서 포털에 접속했는데 검색하려던 건 잊고 엉뚱한 기사만 보다가 하던 일로 돌아올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어떤 책을 찾으러 서가에 들어갔다가 제목에 이끌려서 다른 책을 뽑아서 자리에 돌아오거나 화초에 줄 물을 뜨러 화장실에 갔다가 손만 씻고 올 때도 있다. 이럴 때마다 내가 성인 ADHD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이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하나? 정신과에 다니면 일을 못하게 되려나? 약을 처방 받아서 먹으면 일상에 지장이 있다던데,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리고 몸이 아프건 마음이 힘들건 웬만해선 참고 견뎌보려는 생각에 병을 키우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고민을 말끔하게 해소해준다. 정신과에 대한 세간의 오해에 대해 해명(?)하고 정신과에서 다루는 마음의 일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정신과를 선택할 때 유의할 점, 정신과 진료의 절차 및 방법 등을 알려준다.

특히, 2장에서는 우울, 불안, 번아웃, 성인 ADHD, 강박, 수면 문제, 중독, 트라우마에 대한 예시와 해석, 원인과 개선 방법, 체크리스트가 있어서 아주 유용하다. (내가 성인 ADHD는 아니구나, 하고 안심했다.)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정신적인 문제로 병인지 아닌지 몰라서 병원 진료를 고민할 때 믿을 만한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책이다.

자신에게 휴식을 허락하자. 휴식은 배부른 여가시간이 아니다. 생명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풀어주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스트레스에 잡아먹힐지도 모른다. 그러니 때때로 휴식을 갖고 나를 돌아보자. 그래야 나의 한계가 어디인지 고민하고 인정할 수 있다. 정신적, 신체적 여유가 있어야 일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다.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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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어린왕자 ㅣ 새로운 독서를 위한 낭독 에디션 1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서혜정낭독연구소 엮음 / 낭독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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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여기에 뭐 더 얹을 말이 있을까 싶지만, 이 책에는 있다. 바로 누구나 쉽게 낭독 독서를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낭독 에디션이라는 것.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줄이고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학교에서 낭독 독서 수업을 운영했다. 눈으로만 읽는 묵독에 비해 낭독은 확실히 책을 깊게 읽을 수 있고 기억력에도 도움이 되지만 내가 몰랐던 게 있다. 중학생들도 소리 내어 책을 읽을 때는 초등학교 1학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 그렇게 배워서일까? 일정한 리듬을 정해두고 두 어절씩, 세 어절씩 문장을 끊어서 읽는다. 조금 전까지 자기 방식으로 개성있게 말하던 아이들이 활자를 읽기 시작하면 다 같은 아이처럼 느껴진다.

선생님들도 그런 읽기 방식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도서관-교과 연계 수업을 할 때, 교과 선생님이 “여기서 낭독을 활용할 건데, 뭐 그냥 읽으면 되는 거니까…” 하셔서 “제가 그럼 낭독 수업을 할게요.”라고 제안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 낭독을 전파하면서 늘 교재가 아쉬웠다. 내가 먼저 의미 단위로 끊어 읽는 시범을 보이면 곧잘 읽는 학생도 있지만 그간의 읽기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아이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30년 이상 성우로 활동했고, 현재 낭독을 가르치고 있는 성우들이 참여하여 문장을 끊어 읽기 단위로 배열한 파격적인 레이아웃을 보여준다. 줄 바꿈에 따라 학습된 리듬이 아닌 자연스럽고 타당한 리듬감으로 낭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소리내어 읽기는 독서습관 향상과 문해력 증진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어지는 시리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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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부 고전 필독서 30 외국문학 편 - 명문대 입학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2026 책이랑놀자 상반기 추천도서 선정 ㅣ 생기부 고전 필독서 2
권희린 지음 / 데이스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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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부 고전 필독서 2편. 독서 지도로 유명한 저자가 명문대 입학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외국 고전문학 30선을 엄선해서 촘촘하게 담아냈다.

사서교사치고도 책 좀 읽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목차를 보고 뒤통수가 뜨거워졌다. 30편의 외국 고전문학 중 제대로 완독한 게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목이 익숙해서 읽었다고 착각한 것도 있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도 많다. 우리 학교도서관에서 소장한 책을 내가 전부 다 읽은 줄 아는 학생도 있는데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기 실린 고전 30종을 우리 도서관에 다 소장했다는 것. (으쓱)

 

빨리 읽고 서평을 쓸 계획이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학생의 마음이 되어 천천히 정독하게 되더라. 일단 줄거리를 정확하고 흥미롭게 소개한 점이 인상적이다. ‘어쩜 이렇게 글을 야무지게 잘 쓰지?’하고 감탄하게 된다. 권해린 작가님은 문헌정보학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사서교사로 알고 있는데, 20권의 책을 낸 내공이 제대로 빛난다.

작품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과 저자의 정보를 정리한 것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작품마다 기본 개념 및 용어의 의미를 정리했는데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가 ‘걸(Gull:바보 혹은 잘 속는 사람)과 버(ver: 진실 혹은 진리의 검증)의 합성어로 진실을 말하는 바보, 즉 바보처럼 보이지만 진실을 말하는 풍자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1인 경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경제학 원리를 도출해낸 것도, 세계사와 연관지은 것도 흥미로웠다.

 

‘생기부 진로 활동 및 과세특 활용하기’는 교사들이 활용하기에 몹시 유용하다. 사서교사로서 ‘후속 활동으로 나아가기’, ‘함께 읽으면 좋은 책’도 귀중한 자료가 된다.

 

고등학생이라면 필수. 중학생들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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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고양이 호섭 씨의 일일 - 즐겁고, 살짝 애잔한 성장 포토 에세이
김주영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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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섭이를 처음 본 건 인스타그램에서다. 고양이, 강아지 사진과 영상이 나오면 손을 멈추고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알고리즘이 호섭이에게로 데려다줬다.
호섭이는 인기 많은 다른 고양이들처럼 인형 같이 예쁘거나 똘똘해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말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약간 꺼벙하고 나른한 표정으로. '가, 나, 다, 라'를 발음하는 호섭이의 영상은 7만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호섭이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예쁘고 말끔한 호섭이 사진이 잔뜩 있고 사진 설명이 짧게 있는 책을 예상했다. 그래도 갖고 싶긴 했다. 호섭이니까.
책을 받아보고 페이지 수에 놀랐다. 대충 훑어보니 사진과 글이 아주 빼곡했다.
글을 쓴 사람은 호섭이의 큰누나. 책에는 큰누라고 적혀있다. 작은누나는 작누.

엄청 잘 찍은 사진은 별로 없었다. 잔뜩 흔들린 사진, 꼬질꼬질하고 못생긴(그러나 귀여운) 호섭이 사진이 잔뜩이었다.
글은 유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진솔하고 담백한 큰누의 시선이 다정하게 담긴 글에 몇 번 울컥했다.
SNS의 호섭이가 무대 위의 모습이라면 무대 뒷면의 부산스럽고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 이 책에 담겨있다. 가족이니까 볼 수 있고 가족이라서 품을 수 있는 이야기들.
아니, 내가 남의 고양이 이빨을 보고 흐흐흐 웃게 될 줄이야.

가슴이 따뜻해지는 에세이. 이 책은 빌려서 읽지 말고 꼭 소장해야 한다. 마음이 구겨지거나 꽁꽁 얼어붙을 때, 꺼내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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