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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ㅣ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2
김아로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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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녀 취향의 예쁘기만 한 책인가 했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읽기에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읽을수록 라인타운의 친구들, 특히 샐리에게 흠뻑 반하게 된다. 무신경한가 싶다가도 친구들의 마음을 척척 읽고 홍반장처럼 어디에나 나타나서 문제를 척척 해결해주는 샐리.
흥미를 느끼는 일은 반드시 훌륭하게 해내는 천재적인 취미부자이고 닮고 싶은 배려심 여왕.
에피소드마다 그럴 법한 상황과 샐리의 현명한 대처법이 절로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너무 열심히 하지 않고, 적당히 비스듬하게. 때로는 포기하고, 애써 견디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샐리는 늘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나서게 될 것이다.
오직 샐리라서.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그래서 가장 샐리다운 모습으로. (p.222)

사랑스러운 색감의 귀여운 그림들, 기분 좋아지는 스토리.
나는 이 책을 선물하지 않고 소장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도 참 궁금하다.
우리 도서관에도 시리즈로 갖춰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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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ㅣ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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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목을 보고는 천진(天眞)을 떠올렸으나 읽다보니 톈진으로 알고 있는 천진(天津)인 것을 알았다.

Z시에 살고있는 상아는 남동생 금성의 결혼식 때문에 사흘간의 일정으로 상해를 방문하는데, 20년전 같이 일했던 고향 언니 정숙의 연락을 받는다. 마침 상해에 거주한다는 정숙과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는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1998년의 천진을 떠올린다.

정작 그 시절이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정어리떼처럼 반짝반짝 들뛰기 시작하자 나는 깜짝 놀랐다. 무의식이라는 창고 속에서 진작 한줌의 재로 사그라졌을거라 여겼던 기억이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도 그런 가슴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고 나의 청춘이 꽤 드라마틱한 시대 속에서 연출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정숙을 다시 만나기 전에는 전혀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었다.(p.13~14)

1인칭으로 진행되던 이야기가 20년전을 떠올릴 때에는 철저하게 관찰자의 시점으로 묘사하곤 하는데, 처음에 나는 깜빡 속아서 '어라? 본인 이야기였어?'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그녀, 젊은 '상아 앞 점점 커져가는 해바라기씨 껍질 무지에 잔잔한 슬픔 같은 것을 느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고향을 떠났으며, 그로부터 아마 영원히 고향을 떠나게 될 그 시절의 내가 느끼는 흥분과 애틋함과 슬픔, 그리고 곧 도착할 낯선 도시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바로 그 해바라기시 껍질 무지와 함께 자라나고 있었다. 젊고 단순하고 생명력 넘치는 열정의 시작이었다. (p.15)

고향을 떠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녀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고 자란 전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떠나올 때 설렜던가? 슬펐던가?
무군의 큰누나가 주선해준 일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덜컥 무군과 약혼을 하고 천진에서 소꿉놀이와도 같은 동거생활을 시작한 상아는 애정표현 넘치고 손재주 좋지만 마냥 긍정적이기만 한 무군이 마음에 차지 않는다. 업무차 잘나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차를 얻어 타면서 본인의 처지를 답답하게 여기게 되는데, 한국인 사장들의 현지처 노릇을 하는 미스 신과 춘란의 화사한 옷차림과 통큰 씀씀이를 보며 이별을 결심한다. 무군을 벗어나면 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거라 여기면서도 이별의 원인을 무군의 탓으로 미룬다.

항상 그게 문제지. 상대방은 순간순간 흔들리고 생각이 바뀌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남자라는 족속은 시작이 바로 결과라고 유추하는, 현실에 대해 총체적으로 방심하는 한심한 군체였다. (p.155)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독박육아와 무뚝뚝한 남편의 태도에 상아는 문득 무군을 떠올린다.

대화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남편의 문자 앞에서 나는 노력을 그만 멈췄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래도 그는 우리가 '한 팀'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경기가 어려우면 잠깐씩 알바를 해서라도 생활비를 보냈고 이번 금성의 결혼식에도 부좃돈을 넉넉히 통장으로 넣었다. 핸드폰을 잠그고 창밖을 내다보며 나는 느닷없이 어떤 상상을 해보았다. 무군이라면 어땠을까. 혹은 무군은 지금 아내에게 어떤 남편으로 살아갈까. 무군을 추억하기 전에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상상이었다.(p.80)

20년만에 만난 정숙은 남편과 이혼을 하고 아이와 부모님을 돌보느라 여전히 고단한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천진에서 희철과 이별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상아도 마찬가지이다.
20대 초중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변은 발전하는데 혼자서만 낙오되는 것만 같은 불안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변화시키고자 발버둥쳤던 그녀들의 선택을 어느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결국 배경만 다를 뿐 신산한 젊음을 보내고 있는 이들과 그 시기를 이미 지나온 나의 이야기인 것이다.

소박한 문체가 정겹고 맛깔스러워서 술술 읽힌다. 오타인가 싶은 낯선 단어들-헐금씨금,, 눈이 올롱해졌다, 발밤발밤 등-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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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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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한번은 중간쯤 읽다가 실패했고 두번째 시도에서 어찌어찌 완독은 했지만 문장을 읽어내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도 왜 개츠비가 위대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김영하작가의 번역본이 있다는 걸 알고는 우리 도서관에 들여서 읽어보았다.
우선 기존의 고전들이 가지고 있는 정중하달까 각이 잡혔달까 하는 딱딱한 번역투에서 탈피한 것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어떤 문장들은 지나차게 솔직해서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나는 동료들의 이름을 댔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인데?" 그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좀 재수 없었다. (p.22)

하지만 덕분에 술술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엄청난 규모의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사치스러운 옷을 입지만 닉 캘러웨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 눈치다.

지나치게 공들여 격식을 차린 그의 말투는 우스꽝스러움을 간신히 면할 정도였다. 자기소개를 하기 전 얼마 동안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p.65) "공부는 옥스퍼드에서"라는 대목을 아주 서둘러, 아니 거의 내뱉자마자 되삼키려는 듯이, 혹은 그 말이 목에 걸려 자신을 괴롭힌다는 듯이 말했던 것이다.(p.84) 아름답고 '돈으로 충만한 목소리'를 가진 데이지는 개츠비가 처음 만난 '상류층' 여자였고 그녀를 얻기 위해 그는 온갖 방법으로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된다. 그러나 그의 수상쩍은 과거와 지나치게 화려한 차림은 웃음거리가 된다.
어쩌면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는 이 가련한 남자에 대한 조롱이 아닐까?

오직 이 책에 이름을 제공한 개츠비, 내가 내놓고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표하는 바로 그 인물에게만은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p.12)

번역자인 김영하 작가는 개츠비의 위대함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개츠비의 '위대함'은 그가 인류에 공헌했다거나, 뭔가 엄청난 업적을 쌓았기 때문에 붙은 수식이 아니다. 그는 무가치한 존재를 무모하게 사랑하고 그러면서도 의연하게 그 실패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여전히 자신의 상상 속에 머문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위대하다. 따라서 그 위대함에는 씁쓸한 아이러니가 있으며 불가피한 자조의 기운이 스며 있다.(p.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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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라 4 : 긴급! 친구 실종 미스터리 - 제1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 수상작 ㅣ 마시멜로 픽션
박에스더 지음, 이경희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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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턴 아카데미의 도서부 부장으로서 <전설 대백과>를 물려받아 책을 채워나가던 카밀라가 단 한 개의 전설만을 남겨둔 채 도서관에서 사라졌다.
카밀라의 실종을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은 절친인 미카엘라. 괴담이니 귀신이니 하는 것들을 끔찍이도 무서워하는 미카엘라지만 주저없이 카밀라를 찾아나서는데 뒤이어 등장한 유진과 브링턴 아카데미의 회장인 신시아, 원예전문가인 리가 뒤를 따른다. 카밀라가 남긴 단서들을 쫓아 험난하고도 흥미진진한 모험을 떠나는 네 친구들.
독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저 영리하고 적극적인 네 사람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을 응원하며 지켜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각적이고도 박진감 있는 문장들이 나를 그들의 곝으로 자연스레 이끈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하는 내내 바람을 느끼고 소리를 같이 듣고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함께 본다. 참 생생하고 선명해서 잘 만든 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다.
특히, 상황을 주도하는 사람이 여학생인 미카엘라와 신시아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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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냄새
박윤선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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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들은 냄새와 더불어 또는 냄새로 인해 떠오르기도 한다.
수영장 깊은 바닥처럼 파란 색상의 감각적인 표지.
처음엔 만화인줄 모르고 받아들었다.
전반적으로 간략화 된 그림체이다. 건물들은 직육면체이고, 인물들의 손과 발이 극도로 생략해서 표현되었다. 그럼에도 단순한 눈, 코, 입에서 표정들이 생생하고 풍부하게 읽힌다.

'그해 나는 국민학교 이학년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봤던 서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서울 외곽의 아파트에 살면서 재테크에 열을 올리느라 바쁜 엄마 덕분에 많은 시간을 집 대신 수영장에서 보낸 민선의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알게 모르게 형성되던 권력구조, "맞벌이 집 애랑 놀지마."라는 어른들의 불합리한 언행들. 나름대로 치열하게 헤쳐 지나온 어린 시절, 몰라서 행했거나 알고도 저질렀던 악행들을 덤덤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나의 암울했던 기억들도 필연처럼 자동 소환된다.
책 전반에 흐르는 파란색 때문인지 내용때문인지 우울함 같기도 하고 그리움 같기도 한 끈적하고 묵직한 감정을 만나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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