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의 냄새
박윤선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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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들은 냄새와 더불어 또는 냄새로 인해 떠오르기도 한다.
수영장 깊은 바닥처럼 파란 색상의 감각적인 표지.
처음엔 만화인줄 모르고 받아들었다.
전반적으로 간략화 된 그림체이다. 건물들은 직육면체이고, 인물들의 손과 발이 극도로 생략해서 표현되었다. 그럼에도 단순한 눈, 코, 입에서 표정들이 생생하고 풍부하게 읽힌다.

'그해 나는 국민학교 이학년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봤던 서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서울 외곽의 아파트에 살면서 재테크에 열을 올리느라 바쁜 엄마 덕분에 많은 시간을 집 대신 수영장에서 보낸 민선의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알게 모르게 형성되던 권력구조, "맞벌이 집 애랑 놀지마."라는 어른들의 불합리한 언행들. 나름대로 치열하게 헤쳐 지나온 어린 시절, 몰라서 행했거나 알고도 저질렀던 악행들을 덤덤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나의 암울했던 기억들도 필연처럼 자동 소환된다.
책 전반에 흐르는 파란색 때문인지 내용때문인지 우울함 같기도 하고 그리움 같기도 한 끈적하고 묵직한 감정을 만나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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