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ADHD로 태어나
비스카차 지음, 안주연 감수 / 유유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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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ADHD로태어나

A는 늘 뭔가를 엎지르거나 흘린다. 내가 말을 하고 있을 때도 한 문장을 채 마치기 전에 불쑥 끼어들어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무언가가 떠올랐거나 결론을 미리 짐작해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도달하려던 결론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는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 그러다 보면 금세 기진맥진해져서 ‘하, 관두자’ 하고 대화를 포기하게 되거나, 때로는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결국 나는 A를 점점 피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쟤, ADHD 아닐까?’

이런 의심은 타인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주방을 서성이다가 ‘뭘 가지러 나왔더라?’ 하고 멈춰 설 때,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을 두고 다른 일에 매달려 있을 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때, 문득 ‘혹시 나도 ADHD인가?’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 의심하면서도 진단을 통해 확인해 보기를 꺼린다. 내가 거의 확신하는 A 역시 농담인 양 ADHD를 입에 올리지만 '어우, 아냐. 네가 무슨?'하는 반응을 듣고 싶어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약사이자 만화가인 저자가 32세에 ADHD 진단을 받고 연재한 만화를 엮은 것이다.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주변과 불화하며 고통받은 이유가 ADHD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된 저자는 뛸 듯이 기뻐한다. '진단이 있으면, 약이 있고, 약이 있으면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는데, '바닥이 흔들리'는 세상에서 '머릿속에 수십 개의 종이 울리는' 채로 중심을 잡느라 얼마나 고달팠을지 짐작이 되어서 안쓰러웠다.

ADHD 당사자가 쓴 책을 이전에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들이 신경다양성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하는 데 가까웠다면,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ADHD라는 상태를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통찰하며, 동시에 타인에게도 다정하게 손을 내민다. 무엇보다 몇몇 에피소드는 낯설기보다 익숙하게 다가왔다. 나 역시 비슷한 순간들을 지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ADHD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진단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한 번쯤 건네볼 만한 용기가 된다. ‘정신병’이라는 말이 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병원을 망설이고 있다면, 이 책이 그 문턱을 조금은 낮춰줄지도 모른다.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은 유용하다. 쉽게 단정하고 밀어내기보다, 한 사람의 세계를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비스카차 #ADHD #유유히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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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 우리의 비밀 과외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47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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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남겨준 이름을 지키고 싶은 소녀 을순이 청년 ‘동주’를 만나 시를 배우는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역사소설.

윤동주 시인의 시에 실제로 등장하는 순이라는 인물을 작가는 이 소설에서 고등여학교에 다니는 소녀로 되살려냈다.

조선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매질을 당하던 암울한 시기, 을순 아버지의 인쇄소에 시집을 맡기러 온 인연으로 동주와 을순은 비밀 과외를 시작한다. 이야기 곳곳에 눈송이처럼 내려앉아 있는 시인의 대표시들을 읽다 보면 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시를 지은 배경과 마음이 절묘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시인이 을순에게 전하는 조언들도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시를 쓰는 데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언가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이고 그 다음은 표현하는 것이라고…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어요. 조금 더 감정이 와닿는 사물을 통해서요. 보는 게 중요하긴 해도 그게 시의 전부는 아닙니다.

 

어떤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면 감정을 더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요.

 

정갈하고 단단한 문장 덕분에 깊이 몰입해서 읽었다. 억울하고 슬프고 답답하면서도 아름다웠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등장인물들이 궁금했다.

이름이 불린 적 없는 사환은 어떻게 되었을까? 소명이는 바라던 대로 내지인이 되었을까?

 

작가도 궁금해졌다. <너의 모든 공이 좋아>로 겨우 알게 된 이름인데, 이렇게 매력적인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니! 작가의 모든 책을 읽고 싶어졌다.

 

청소년소설이지만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말과 글이 억압당하던 일제 강점기를 소설로 읽고 싶다면, 윤동주의 시를 좋아한다면 이 소설도 의미 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우리 학교 아침 독서 시간에 함께 읽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1941우리의비밀과외 #청소년역사소설 #역사소설추천 #청소년문학 #교과연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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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다이빙 ㅣ 문학동네 청소년 79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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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다이빙

엊그제, 전주에 가서 아빠와 점심을 먹었다.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 50대로 보이는 여자 둘이서 한 남자의 양팔을 부축하듯이 잡고 식당에 들어왔다. 남자는 얼핏 보면 10대 같기도, 퀭한 눈과 꺼진 볼로 봐서는 30대 같기도 했는데 끊임없이 허공을 둘러보며 '어? 어?' 하는 소리를 냈다.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가 허공에 있다는 듯이. 나는 쳐다보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소리에 이끌려 자꾸만 남자의 시선 끝을 눈으로 쫓았다. 식당을 나와서 아빠가 나즈막이 말했다.
"저런 애가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지."
90년 가까이 산 아빠는 장애인 가족의 고단함을 수도 없이 목격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자신을 돌보기에도 벅찬 청소년들이 장애 형제와 함께하며 굳건히 나아가는 눈부신 성장소설이다.
윤아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민아를, 도희는 뇌병변 장애를 앓는 동생 리호를 챙기며 윤아의 전 남친인 필우와 함께 '구덩이 모임'을 결성하고 '최선을 다해 더 나은 쪽으로' 나아가기 위한 작전을 도모한다.

오랜만에 몹시 몰입하며 읽었다. 제발 더 이상 나쁜 일은 생기지 말아줘, 하며 조마조마하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주먹을 불끈 쥐고 응원하게 되고 책장을 덮을 때에는 마음이 산뜻해진다.

사람의 심리를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포착하고 묘사할 수 있다니! 구덩이 멤버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점도 이 소설의 장점이다.

막막한 현실에 좌절하는 사람이 읽으면 힘이 되는 문장이 참 많다. 작가가 그런 것까지 의도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문학동네 #문경민 #청소년소설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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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푸른 돌
은모든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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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푸른돌 


은모든 작가님의 소설을 생각하면 늘 ‘산책’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내내, 누군가와 나란히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모두 너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해>와 <안락>도 그랬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조용한 감정의 리듬을 따라 천천히 걷는 기분. <세 개의 푸른 돌>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고요하고 서늘한 아침의 숲길을 닮았다. 발밑의 돌을 밟을 때마다 오래된 이야기들이 속삭이는 것처럼, 작고 섬세한 감정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루미와 현은 보호받지 못한 채 유년을 통과한 인물로 너무 일찍 어른스러움과 책임감을 내면화하며 살아간다. 감정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부모에게 의무를 강요받은 두 사람은, 가족이 오히려 무게로 작용하는 삶을 견뎌야 했다. 

그런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방향을 조심스럽게 조정해나가기 시작한다. 현은 연기를 다시 시작하고, 루미는 아버지로부터의 독립을 계획하며 자신만의 미래를 그려나간다. 변화는 폭발처럼 급격하지 않지만, 그들의 세계에 일어난 작고 단단한 균열은 결국 ‘다른 삶’의 가능성을 예고한다. 


유려한 문장과 섬세한 감정 표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소설을 빨리 읽을 수 없었다. (무려 한 달을 붙들고 있었다.ㅠㅠ) 루미와 현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어느새 오래전의 나를 떠올리며 자꾸만 멈추게 되었다. 누군가의 선택 아래 놓였던 순간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조건이 붙었던 기억들. 그 시절의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었지만, 늘 남과 비교당했고, 비난과 자랑 사이,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기 편해지려고 너를 팔아먹겠다는 거네?” 라는 현의 말은 언뜻 무심하고 날카롭게만 들리지만 사실은 현의 아픔이 투영된 고백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제 누구도 비난하고 싶지 않지만, 소설을 통해 미처 말하지 못한 내 감정을 조용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세 개의 푸른 돌’은 상처와 기억, 침묵과 애도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돌처럼 굳어버린 감정들이 여전히 그들 안에 남아 있지만, 서로를 마주하며 그 무게를 함께 견디려는 움직임. 그렇게 이 소설은 서로 다른 고통이 조용히 공존하고 때로는 곁을 내어주며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은모든 #은모든장편소설

#안온

#소설추천 #책추천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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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숭이와 나 - 제16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ㅣ 웅진책마을 126
지윤경 지음, 오이트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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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숭이와나


지윤경 작가의 세 편의 단편 동화가 실린 #웅진주니어문학상 수상작


<숭숭이와 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 양말, 운동화, 가방까지 온통 검정 일색인 13세 도진원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바로 돌아가신 엄마가 남겨준 분홍색 원숭이 인형 숭숭이. 진원은 숭숭이를 애착 인형 삼아 감정을 위로받는데, 어느날 숭숭이의 팔이 뜯어지는 사고를 계기로 찾은 인형 병원에서 자신의 감정과 친구 관계, 용기를 마주하게 된다. 


<한여름의 냉장고>
재혼한 엄마가 외국에 일하러 나가면서 새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한여름은 냉장고를 자주 열고 숨겨둔 음식을 꺼내 먹는 것으로 공허함과 더위를 견디는데, 그런 행동을 못마땅해하는 할머니의 직설적인 말투는 여름에게 간섭으로 받아들여지고 상처가 된다.


<짜릿한 카메라>
하진은 친구 민준과 함께 깜짝 카메라 영상을 찍으며 즐거움을 느껴 왔다. 그러나 마주치지 않은 현준이의 고통스러운 사정을 알게 된 후, 하진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처음 깨닫게 된다.
재미를 추구하던 장난은, 결국 타인의 사적 감정에 대한 무감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상처는 진솔한 현준의 고백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하진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세 이야기 모두 결핍, 관계의 단절, 감정의 혼란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유려한 문장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경험을 전면에 두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한 발짝 떨어져서 사유할 기회를 제공하는 점이 큰 매력이다.
특히 ‘한여름의 냉장고’에서 강제적 화해가 아니라 여름이가 내면적으로 관계의 가능성을 다시 염두에 두는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식이 인상 깊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힐링 동화. 


#지윤경 #웅진주니어
#동화추천 #책추천 #어린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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