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아메리카의 비극 상.하 세트 - 전2권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김욱동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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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의비극
영화 <젊은이의 양지> 원작소설

신분상승을 꿈꾸는 한 인간의 욕망과 타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클라이드 그리피스는 자식들을 데리고 길거리에서 전도활동을 하며 궁핍하게 살아가는 부모와는 다른 삶을 살기를 꿈꾼다.
호텔 벨보이로 일하며 상류사회의 겉멋을 맛본 그는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도망자 신세로 고향을 떠난다.
낯선 도시에서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던 중 부유한 큰아버지 새뮤얼 그리피스를 만나 도움을 요청하고 큰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그간 여자로부터 사랑을 얻지 못하던 그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시골 처녀 로버타와 비밀리에 사귀며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지만 가난한 그녀와 결혼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 그리피스 가문의 사람이라는 이유로 상류층과 교류하게 된 그는 동경해마지 않던 부유하고 아름다운 손드라 핀칠리의 관심과 애정을 얻자 로버타와 헤어질 궁리를 하는데......

인간의 도덕성과 양심이 욕망 앞에 굴복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그려진다.
엄청나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각각의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개성있다.
100년전에 씌어진 소설이지만 부를 획득함으로써 신분상승이 이루어지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는 씁쓸한 진실이기도 하다.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해인 1925년에 출간되었고 주인공인 클라이드 그리피스가 개츠비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데 나는 프랑스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떠올렸다.

#시어도어드라이저 #젊은이의양지 #위대한개츠비 #문학 #고전문학 #죄와벌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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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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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무소 '코드 아키텍츠'를 운영하는 건축사 혁범, 혁범을 오래 바라봤고 현재는 한 사무소에서 일하며 동료들 몰래 혁범과 사귀고 있는 건축사 수진, 빌딩 로비에 조경하러 왔다가 수진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조경사 한솔.

혁범, 수진, 한솔의 순으로 서서 앞사람의 등을 바라보는 모양새다.
일에 빈틈없고 자세마저 반듯한 혁범을 사랑하지만 혁범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 수진과, 해맑게도 폭주기관차처럼 수진에게 돌진하는 한솔.
'어른'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도 등장하지만 사랑 때문에 한없이 무력해지거나 무모해지는 게 젊은 사람만의 일일까?

설레고 싶었는데 쓸쓸해져 버렸다.
애인과 헤어진 뒤로 10년 가까이 다른 사람을 사귀지 않으면서도 프로필엔 '사랑하다 죽자'라고 적어놓은 누군가가 떠오른다. '프로필 뭐냐? 연애하냐?' 했더니 '아니. 지금은 아니지만 사랑해야지. 사랑은 좋은 거니까.'란다.

사랑에 아프고 힘들어도 실컷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쓸쓸하면서도 묘하게 위로가 되는
이 계절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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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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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내 취향대로라면 선택했을 것 같지 않은 제목과 표지인데 민음북클럽 활동도서 세 권 중 유일하게 읽지 않은 책이라 구입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소설에는 취향을 넘어서는 강렬한 아름다움이 있다. 

미국 남부 밀러 판사의 집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도 왕으로 군림하며 평화롭게 살던 벅은 도박에 빠진 정원사 조수 마누엘에 의해 알래스카의 썰매개로 팔린다.
난생처음 당하는 매질과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리는 벅. 
끊임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맨몸으로 맞서 싸우며 벅은 강하게 단련되어 간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눈을 감고 싶을 만큼 끔찍한 장면들이 여러 번 생생하게 묘사되지만 어째서인지 그마저도 아름답다.
문명의 혜택이 한창 강조되기 시작하던 1900년대 초반에 문명을 뛰어넘는 야성의 가치를 주제로 한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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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마음이 모두 소진되어 오늘은 이만 쉽니다
홍환 지음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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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적힌 ‘뼈를 후려치는 메모’라는 표현에 120% 공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을 유쾌하게 읽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끔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르기도 하는 통쾌한 문장력에 속이 뻥 뚫린 듯 시원하기도 했지만 너무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가라앉았다.
작가님이 20대에 겪은 가난과 불안과 외로움이 애써 구석으로 몰아두었던 힘들었던 내 과거를 소환해왔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내 가난했다. 남 보기엔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의 딸로 깔끔하게 차리고 다녔으니 대학 때 사람들은 내가 요리는커녕 설거지도 안 해봤을 거라고 멋대로 판단했지만 늘 부족한 용돈으로 생활해야 했던 탓에 밥 사달라고 조르는 후배들이 반갑지 않았고 큰맘 먹고 식사 약속을 잡으면 꼭 누군가를 달고 오는 것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국립대에서 장학금도 내내 받았으니 학비 부담도 크지 않았는데 그렇게까지 쪼들리게 생활하게 한 부모님께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든다.
대학을 졸업하고 모 대학 도서관에 사무조교로 취업해서 일용직 아르바이트보다도 못한 급여를 받으면서도 없으면 없는 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돈을 쫓는 사람들을 속물스럽다고 여기기까지 했었다.
출산 후 은행에 취업을 했지만 겉보기에 그럴싸해 보일 뿐 사실 계약직이었고 무엇보다 급여가 터무니없이 낮았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할 때에도 정직원이라는 체감은 거의 없었다.
투잡, 쓰리잡으로 몇 년을 일한 적도 있었다. 깊은 이야기까지는 꺼내놓지 못 하겠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깊게 새겨진 상처를 보는 양 통증이 느껴진다.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 많은데 나는 아픈 과거 이야기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자꾸만 책장을 덮었다.
나도 작가님처럼 어린 시절의 나에게 제사를 지내는 심정으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뭔가를 해야만 되겠다.

행복에 대하여 “일과를 끝내고 잠자려고 누웠을 때 아무런 근심 걱정도 떠오르지 않는 편안한 마음 상태”라고 정의해놓은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몹시 공감한다.
p.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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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ㅣ 아르테 오리지널 11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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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노멀 피플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부유하고 똑똑하지만 오만한 태도로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메리앤, 메리앤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미혼모의 아들이지만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는 코넬의 이야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지만 남들의 시선을 감당하기엔 잃을 게 많은 코넬의 제안대로 비밀리에 만난다.
 
대도시의 대학에 진학한 두 사람이 계급주의에 내몰려 처지가 뒤바뀌는 것도 인상적이다. 가난한 코넬은 더 이상 인기남이 아니라 촌뜨기 취급을 당하고 부쩍 세련되게 변한 메리앤의 주변에는 항상 친구들이 넘쳐난다.
사람들과의 관계와 시선에 따라 자존감의 크기는 달라진다. 비로소 눈에 보이는 상대방의 결핍과 불안을 거부하지 않고 여전히 서로를 원하면서도 계속해서 어긋나고 빗나가는 두 사람의 복잡한 심리를 더할 수 없이 섬세한 터치로 그리고 있다.

나를 온전히 나로서 자유롭게 하던 사람을 만난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강렬한 사랑의 유효기간이 지나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100% 완벽한 사람이 아니구나, 깨달았을 때 나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던가 하는 생각도.

오랜만에 마음속 깊이 스미는 로맨스 소설을 읽고 나니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가슴 졸이며 내내 몰입해서 읽었지만 내 짧은 문장력으로 표현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다만, 사람들이 샐리 루니를 이야기할 때 젊은 나이와 프랑스와즈 사강을 언급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는 자신이 메리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 그 생각을 종이 위에 몇 번이고 적어보았다. 그녀가 어떤 모습인지, 그녀가 어떻게 말하는지를 글로 정확히 묘사하고 싶은 욕망에 그는 가슴이 뭉클하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옷. 점심시간에 그녀가 학교 구내식당에서 읽는, 민트 색 책등에 표지에는 어두운 분위기의 프랑스 그림이 그려져 있는 『스완네 집 쪽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그녀의 긴 손가락. 그녀는 다른 아이들과 같은 종류의 삶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 - P38

메리앤, 나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은 하느님이 나를 위해 너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 P143

누군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결정들을 내리고, 그러고 나면 삶 전체가 달라진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야. 지금 우리는 사소한 결정들로도 삶이 크게 바뀔 수 있는 그런 기묘한 나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껏 넌 나한테 대체로 아주 좋은 영향을 미쳤고, 나는 내가 확실히 더 나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 네 덕분이지. - P285

그는 그녀에게 마치 선물처럼 선한 면모를 선사해주었고, 이제 그것은 그녀의 것이다. 한편 그의 삶은 그의 눈앞에서 동시에 사방으로 펼쳐진다. 지금껏 그들은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말이야, 정말. 그녀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정말로 서로를 변화시킬 수 있어.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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