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무소 '코드 아키텍츠'를 운영하는 건축사 혁범, 혁범을 오래 바라봤고 현재는 한 사무소에서 일하며 동료들 몰래 혁범과 사귀고 있는 건축사 수진, 빌딩 로비에 조경하러 왔다가 수진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조경사 한솔.혁범, 수진, 한솔의 순으로 서서 앞사람의 등을 바라보는 모양새다.일에 빈틈없고 자세마저 반듯한 혁범을 사랑하지만 혁범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는 수진과, 해맑게도 폭주기관차처럼 수진에게 돌진하는 한솔.'어른'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도 등장하지만 사랑 때문에 한없이 무력해지거나 무모해지는 게 젊은 사람만의 일일까?설레고 싶었는데 쓸쓸해져 버렸다.애인과 헤어진 뒤로 10년 가까이 다른 사람을 사귀지 않으면서도 프로필엔 '사랑하다 죽자'라고 적어놓은 누군가가 떠오른다. '프로필 뭐냐? 연애하냐?' 했더니 '아니. 지금은 아니지만 사랑해야지. 사랑은 좋은 거니까.'란다.사랑에 아프고 힘들어도 실컷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쓸쓸하면서도 묘하게 위로가 되는 이 계절 같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