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내 취향대로라면 선택했을 것 같지 않은 제목과 표지인데 민음북클럽 활동도서 세 권 중 유일하게 읽지 않은 책이라 구입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소설에는 취향을 넘어서는 강렬한 아름다움이 있다. 미국 남부 밀러 판사의 집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도 왕으로 군림하며 평화롭게 살던 벅은 도박에 빠진 정원사 조수 마누엘에 의해 알래스카의 썰매개로 팔린다. 난생처음 당하는 매질과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리는 벅. 끊임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맨몸으로 맞서 싸우며 벅은 강하게 단련되어 간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눈을 감고 싶을 만큼 끔찍한 장면들이 여러 번 생생하게 묘사되지만 어째서인지 그마저도 아름답다. 문명의 혜택이 한창 강조되기 시작하던 1900년대 초반에 문명을 뛰어넘는 야성의 가치를 주제로 한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