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무게
크리스티앙 게-폴리캥 지음, 홍은주 옮김 / 엘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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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무게
정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설상가상으로 큰 눈이 내려 고립되다시피 한 마을. 십여년 전에 떠났던 마을에 돌아오던 청년은 사고로 크게 다치고 마을 사람들은 언덕 위 빈집에 머물고 있는 노인에게 그를 맡긴다. 노인은 자동차 고장으로 여름부터 발이 묶인 상태로 식량도 나눠주고 봄이 되면 마을을 떠날 원정대에 한자리 내주겠다는 제안에 청년을 돌보게 된다.
젊지만 쇠약한 청년, 건강하지만 나이든 외지인 노인.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서 서로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창밖에는 하얗게 덮인 눈밖에는 보이지 않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외딴집의 하루하루는 길고도 지루하다.
긴 겨울, 부족한 식량. 초반에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본 것처럼 소수의 압제자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극적인 장치 없이도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햇빛이 반사되는 하얀 눈밭이 펼쳐진 듯 눈이 부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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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ㅣ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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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을 찐하게 체감한 사건이 있었다. 내가 실수한 줄도 모르고 상대방의 태도에 기분 나빠했고 무례하다고도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분이 메신저로 말을 걸었는데 가만 보니 내가 한 말이 충분히 오해할 만한 얘기였던 거다. 가슴 속에 커다란 바위가 쿵,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변명은 나 자신에게조차 통하지 않았다. 서로 마음 푸시라고 주고 받고 마무리가 됐지만 좀더 제대로 사과해야 했다는 생각에 창피함이 밀려온다.

이 책에는 말의 해악을 보여주는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그저 장난이었다거나 조금 놀리고 싶다는 의도로 뱉은 말이 얼마나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조영주작가님 의 #하늘과바람과벌과복수 는 입만 열면 '충고'를 하는 희선이 재미삼아 던진 막말 때문에 도망치듯 유학을 떠나야 했던 해환의 참신한 복수를 볼 수 있다.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이 들어있는 액자식 구성이라 더 재미있게 읽었다.조영주 작가님의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매력이 있다.

#정해연작가님 의 #리플 은 강렬하다. 맘 내키는 대로 뱉은 배려없는 말이 다른 사람 뿐 아니라 본인 자신까지 추락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의도가 없더라도 말은 사람을 해칠 수 있다.

#정명섭작가님 의 #말을먹는귀신 은 가해자의 시선으로 서술한 소설이라 참신했다. 작가님 특유의 유머에 '말을 먹는 귀신'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균형있게 녹아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김이환작가님 의 글은 처음 읽어봤다. #별로말하고싶지않은기분 은 #SF소설 이다. 모든 것을 나누는 도시 에스피 시티에 사는 중학생 편리는 고등학교 오리엔테이션애 가던 중 우주철 티켓에 문제가 생겨 콘트랙트 시티에 내리게 된다. '솔직한 도시'라는 별칭답게 모든 걸 필터링 없이 말하는 사람들 틈에서 보낸 시간을 통해 말할 때와 말을 멈출 때를 생각해보게 된다.

#햄릿이사라진세상 의 #차무진작가님 은 태연한 얼굴로 기발한 농담을 쏟아내는 장난기 많은 동네친구 같다.
럭키는 말을 하면 잡혀가고 처벌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언스피커블 마스크를 착용한 채 마스크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로 소통한다. 그래서 럭키의 이름이 '삐리뽀구 샤를르리랑'이라니 에이, 여보슈.
기발하고 발칙한 상상력에 비해 끝이 다소 허무한 #SF소설

학생들에게 읽히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내가 생각이 많아졌다.

#김이환 #정명섭 #정해연 #조영주 #차무진 #생각학교 #생각정원
#청소년소설 #청소년문학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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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ㅣ 문지아이들 163
김려령 지음,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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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로 잘 알려진 #김려령작가님 의 #장편동화
전체 내용의 3분의 2가 수록된 사전서평단용 가제본으로 읽었다.

현성이네 집은 철거를 앞둔 비닐하우스다. 예전엔 꽃가게였던 곳인데 주인이 떠나고 오래 방치된 이 가건물로 이사 온 이유는 삼촌에게 사기를 당해서다. 이사하면서 전학 온 학교에서 장우라는 친구를 만나는데, 장우네 집은 재혼가정이다. 가끔 오던 새엄마가 임신을 하자 아예 이사를 온다.
5학년인 현성이와 장우에게는 인생 최대의 시련(?)이 찾아온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 평화롭다. 불편해진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찾는다. 현성이의 엄마도 마찬가지다. 디저트 전문 요리사였는데 가사 도우미를 하다가 지금은 식당에서 일하면서도 한결같이 꿋꿋하다.
최악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사람들. 덕분에 불편하지가 않고 절로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흐뭇하다. 현성이와 장우가 주고 받는 대화는 재치 있고 입에 착 붙는다. 삽화도 정감 있다.
책 제목이 왜 '아무것도 안하는 녀석들'인지 알아차리는 순간 웃음이 빵 터진다.
현성이와 장우는 어떻게 될까? 남은 이야기 3분의 1이 몹시 궁금하다.

#김려령 #아무것도안하는녀석들_서평단
#동화추천 #책추천 #문학과지성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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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는 데도 없고 인기도 없습니다만
이수용 지음 / 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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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살 이수용작가님이 무소속의 기간을 묵묵히 보내며 진지하게 들여다 본 자신의 내면과 사람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적었다.
책을 열어보기 전에 멋대로 예상한 장면들이 있다. 나의 길었던 무소속 또는 임시 소속의 날들을 떠올리며 내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들이 적혀 있을거라 생각했나보다.
예상은 빗나갔다. 당연한 일이다. 나의 20대는 그저 암울했다. 연애도 했고 딴에는 공부도 했지만 고작 장학금이나 받으려는 벼락치기 시험공부였다. 막연하게 어떻게든 나는 잘될거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취업이 뜻대로 되지 않자 가까운 사람에게 짜증을 냈고 나보다 먼저 좋은 곳에 취업한 사람들을 시기했다. '내가 공부도 더 잘했는데, 내가 자격증도 더 많은데 저 애는 참 운도 좋아.'하며 그사람의 매력을 폄하했다.
작가님처럼 나는 왜 그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을까? 내가 하는 행동들이 어이없고 꼴불견인지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세상은 원래 뜻하는 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고, 남을 탓할 필요는 없다고. 너는 네 앞에 놓인 길을 최대한 꾹꾹 밟으며 걸어가면 된다고 말이다.
'관계'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는 기억의 다락방에 숨겨두었던 사람들 몇이 불현듯 떠올랐다. 관계에서 상처를 입을 때마다 '내 사람들'의 뒤로 숨어들었지만 정작 내가 상처입히고서 잊고 있던 사람들 말이다. 그간 나는 생각이 많아서 탈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하고 싶은 대로만 생각을 확장시켜온 건 아니었을까?
내가 바로 오라는 데도 없고 인기도 없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자책 섞인 깨달음이 든다.

우리는 어딘가에 기댈 때 등을 사용한다.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할 때는 등을 쓰다듬어준다. 뒤를 지켜주는 등의 모양을 보고 그들의 기분을 어림짐작한다. 등에는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뒤로 넘겨버린 감정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 굳은 딱지를 떼어내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p.29)

관계는 꼭 젠가와 닮아 있다. 한 층씩 빈틈없이 신중하게 쌓아올리다, 몇 개의 조각을 빼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실제와 게임의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안전한 조각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몸통 전체를 흔드는 중요한 조각을 제거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조각은 다른 조각을 건드려 연쇄적으로 빠져나간다. 설명서가 없는 이 잔인하고 불친절한 게임은 계속 우리를 괴롭힌다.(pp.78~79)

#이수용작가 #이수용 #달출판사 #에세이 #무소속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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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시대 - 생존 이상의 가치를 꿈꾸다 ㅣ 아르테 S 6
홍기빈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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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시대

기본소득이 뭘까?
사회복지학에서 말하는 공공부조 비슷한 게 아닐까?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부담하여 필요한 보호를 행하는 것.
아니란다.
기본소득은 선별적인 구호가 아니라 재산이나 소득에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무조건 지급되는 것이란다. 그러니 가난과 결핍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고 지급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전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급여생활자인 나로서는 뜻밖의 공돈이 반가우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받아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머뭇거렸지만 이내 자유롭게 탕진했다.
그런데 긴급재난지원금이 가구별로 지급되었다는 점에서 완벽한 의미의 기본소득은 아니라고 한다.
기본소득을 특징 짓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둘째, 개인에게 지급되어야 한다.
셋째, 아무 조건 없이 지급되어야 한다.
넷째, 수혜자의 재산이나 소득 상태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지급된다.

홍세화님은 발문에서 기본소득이 수많은 인간존재들에게 드리워진 불안의 무게를 덜어주리라 기대한다고 적었다.
사지 않은 게 아니라 못 산 날들을 겪어본 나는 기본소득에 대한 전망이 향기롭게 다가온다.
가난해서 국가의 도움으로 살아간다는 낙인을 피할 수 있는 점도 참으로 달콤하다.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생산성 하강과 대중의 궁핍화를 초래할거란다.
어렵다.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힘을 내게 해주는 링거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즉, 무조건적이고 충분하며 보편적인 기본소득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버티거나, 행동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예컨대 실업자에게는 일을 구하기 위한 학습의 기회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노동자에게는 일을 쉬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족내 생계부양자에게 종속되어 있는 주부, 어린이, 노인들에게도 직접 지급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리를 보장한다. (pp.18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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