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들 -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손석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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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을 진행할 당시 손석희 씨는 "내일도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클로징 멘트를 사용했다. 특별할 것 없는 말이었지만 손석희 앵커의 입을 거쳐 나온 그말은 묘한 안도감을 줬다. 이 책은 삼성그룹의 노조 무력화 전략 보도를 시작으로 세월호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대선, 미투 등 언론인 손석희 씨가 JTBC에서 뉴스를 진행하며 마주쳤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적고 있다. 또한 그간 그가 뉴스를 마치며 말했던 대로 정말 최선을 다해왔음을 보여준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언컨대 '어젠다 키핑'이 될 것이다. 어젠다 키핑(Agenda Keeping)은 '미디어가 단지 의제를 세우는 데(Agenda Setting)에 그치지 않고, 그 의제를 꾸준히 지켜냄으로써 선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믿음'(p.9~10)으로 그가 꾸준히 지켜온 저널리즘의 한 방법론이다.

손석희씨가 직접 참여한 장면들을 그의 글로 함께하며 때로는 긴박하고 때로는 참담했던 사건들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거나 조금 오해를 했던 것도 덕분에 바로잡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격동기에 언론인 손석희 씨가 있어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눈을 감아버리거나 휘둘리거나 꺾이지 않아줘서 너무 고맙다. 유려한 문장으로 이렇게 좋은 책을 써준 것도 감사하고 싶다.

#손석희 #저널리즘에세이
#창비 #스위치 #필라멘트북클럽
#책추천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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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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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피싱
내 신상이나 속내를 털어놓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람이 아닌 존재가 섞여서 활동하고 있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우선 거부감이 들 것이다. 그런데 그 존재가 독립적인 인격을 지닌 AI라면? 그리고 나를 친구로서 진심으로 대한다면?
나라면 환호성을 지르며 환영할 것 같다. 많은 일들을 AI 친구에게 상의하고 조언을 구하겠지. 그 친구는 나를 배신하거나 기분에 따라 변덕을 부려 '내가 뭘 잘못한 건가?'하고 눈치보게 하는 일 따위는 없을 테니까.
16세인 스테프는 10년 넘게 폭력적인 스토커인 아버지를 피해 엄마와 함께 이사를 다니고 있다. 엄마는 언제라도 떠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으며 딸에게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주저없이 짐을 챙겨 떠난다. 오래 머문 적이 없으니 제대로 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다. 8살 때 갑자기 헤어진 줄리 말고는.
스테프가 유일하게 마음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은 온라인 커뮤니티 '캣넷'의 그룹 채팅방 클라우더다.
스테프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없는 데다 엄마의 정신상태가 불완전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정말로 아빠가 스토커였고 위협적인 인물인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캣넷의 클라우더에서 체셔캣이 한밤중에도 늘 접속해 있는 것에 의문을 품게 된 스테프는 결국 채셔캣이 AI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400페이지가 넘는 만만찮은 분량이지만 첫 페이지를 열면 그대로 죽 읽게 된다. 지나친 트릭을 쓰지 않으면서도 몰입감이 엄청나다.

2020 로드스타상(휴고상 영어덜트), 2020 애드거 앨런 포상 영어덜트 부문 수상이라는 화려한 수식에 걸맞는 참신하고 매력적인 소설이다.

#동아시아서포터즈 #동아시아출판사
#허블 #나오미크리처 #SF
#SF소설 #SF스릴러
#책추천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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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주 오영선
최양선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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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주오영선

주거형태는 다양한데도 ‘집’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파트를 떠올리는 것 같다.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지만 매번 ‘아파트가 아닌데요’라고 말하기 번거롭기도 하고 가끔은 좀 불편하기도 하다.
주거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이 꼭 아파트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청약통장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청약에 대해 알아보지는 않았다.
수없이 청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탓에 자세히 알아볼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왜 아파트여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29세 영선은 6개월 전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청약통장을 발견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그녀는 엄마, 동생 영우와 함께 전세로 빌라에 살고 있었는데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는다. 영선은 엄마의 흔적이 있는 빌라를 떠나는 일이 내키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세 보증금 1억 2천만 원으로 집을 얻자니 교통이며 환경이며 포기할 것이 많지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10여 년 전 아빠를 돌아가시게 한 것도 엄마에게 찾아온 암도 빚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하는 직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배회하는 영선은 우연히 가까워진 주대리의 영향으로 아파트 매수를 고민하게 된다.

청약 또는 부동산에 관련한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 경우만 해도 소설에 등장한 앱을 다운로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쫓아온 사람들은 왜 채권자가 아니고 채무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타인가?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양선 #사계절 #사계절출판사
#부동산 #아파트 #청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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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 ㅣ VivaVivo (비바비보) 47
바바라 디 지음, 김선영 옮김 / 뜨인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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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좋아해서그런거야


성장기 청소년 사이에서 발생하는 은밀한 성희롱 문제를 직관적으로 담아낸 성장소설.

중학교 2학년생인 밀라는 입던 옷이 작아져 불편하지만 엄마에게 새옷을 사달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최근 엄마가 부쩍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신 가슴과 엉덩이를 가릴 수 있는 큼지막한 옷을 입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농구부 남학생들의 행동이 이상하다. 생일이라며 안아달라고 하거나 옆에 바짝 붙어 앉고 심지어 엉덩이에 손이 닿기까지 한다.
하지만 질색하는 밀라에게 남학생들은 "에이, 장난 좀 친 걸 갖고 예민하기는."이라는 반응이다.
남학생 무리 중 한 명을 좋아하는 친구 자라는 "어째서 걔들이 다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야?"라고 한다. 심지어 남자애들이 밀라를 고른 이유가 밀라에게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밀라는 엄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친구들은 의지가 되지 않고 선생님께 얘기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밀라 자신이 스스로를 지켜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과연 밀라는 성희롱을 끊어내고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성희롱과 장난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렇기에 가해자도 그것을 이용한다. 피해자의 행실을 되려 문제삼으려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하지만 장난이든 성희롱이든 상대방이 불편하다면 칼로 자른 듯 그만둬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청소년, 학부모, 교사들이 모두 읽었으면 좋겠다. 토론주제 도서로도 좋을 것 같다. 몰라서 성희롱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또 성희롱으로 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도록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바바라디 #뜨인돌
#청소년소설 #청소년문학
#영미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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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체력왕 - 땀 흘리는 여자들의 근력 연대기
강소희.이아리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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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체력왕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우는 운동 원데이클래스, 일명 ‘여가여배’를 이끄는 두 여자의 요절복통 운동에세이다.
키 큰 여자 강소희는 농구를 좋아하던 아이였고 자라서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키 작은 여자 이아리는 수영을 하며 체력과 주량을 기른 디자이너다. 이 멋진 두 여자가 만든 여가여배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가르치고 배우며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로 주짓수, 농구, 스케이트보드, 축구, 배구, 스윙댄스 6개 종목을 진행했다고 한다.
한때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했던 중년 아줌마의 옆구리와 견갑골이 간질간질해진다. 까마득한 옛날, 퇴근 후 남산에서 달리기를 하고 테니스코트 위 허름한 식당에서 먹던 비빔국수와 막걸리, 삼겹살과 소주가 떠오른다. 30대의 최은하는 매일 수영을 하러 갔었다. 하루라도 수영장의 락스 냄새를 맡지 않으면 몸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무에타이를 배울 때는 시작한지 10분도 안돼서 온몸이 땀으로 반질반질하게 젖은 채로 열심히 주먹을 뻗고 발차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홀로 기다리는 강아지 송이와 4시간이나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핑계로 운동을 멀리하고 있다.
꾸준히 몸을 쓰며 차근차근 기록하는 이 두 여자가 너무나 부럽다. 게다가 글은 왜 이렇게 잘쓰는 걸까? 카피라이터라서? 기가 막히게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포스트잍 플래그를 붙이다 보니 어느새 형형색색의 '좋아요'가 빼곡히 붙어있다.
오타를 두 개 발견했다. 얼른 수정할 수 있게 2쇄, 3쇄, 여러 쇄를 찍어냈으면 한다.
'운동해야 하는데'만 되뇌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시작할 힘을 얻으면 좋겠다. 잘 쓴 수필이 고픈 사람이라면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추신 : 계속 글을 써주세요. 제발요!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겸연쩍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가장 피하고 싶은 문제에 가장 빨리 부딪히는 게 낫다는 걸 아는 것이다.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피할수록 내 안의 고통이 연장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p.59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스트레칭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김연아 선수의 대답을 떠올린다. 나에 대한 선입견을 무시할 때 의외의 가능성이 보인다.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하는 것, 일단 해보는 것의 힘은 세다. p79

축구화를 신는다. 운동장으로 나간다.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끈질긴 사람이 된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는 이렇게 힘이 세다.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며 회당 다섯 번씩 눈물을 흘리던 나는 급기야 34도 열대야에 족구장에서 패스를 하고 드리블을 한다. 족구장 그물에 대고 대포 슛을 쏜다. 두근거리던 심장은 이제 터져버릴 것만 같다. 아, 이 죽을 것 같은 살아 있음을 사랑한다. p.125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여가여배 #강소희 #이아리 #땀흘리는여자들의근력연대기
#창비 #책추천 #수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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