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ㅣ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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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앤

리보와 앤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보조 로봇이다. 리보는 입구에서 인사를 하며 도서 정보를 알려주고 앤은 2층 어린이 자료실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모두 떠난 도서관에 리보와 앤만 덩그러니 남겨진다.

‘이건 나잖아?’
하고 생각했다. 2020년 2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학생들이 오지 않는 도서관에 나만 남았다. 리보와 앤처럼.
재택근무를 할 수도 있었지만 가능한 학교에 나가서 도서관 문을 열었다. 누군가 올 거라고 기대해서는 아니었다. 집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텅빈 도서관에서 PC를 켜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학생들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책 소독기를 구입했다. 집에서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자도서관을 계약하고 전자도서를 구입했다. 여느 때처럼 종이책도 구입했다. 다행히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학교 사서 선생님은 학생도 없는데 책을 왜 사느냐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서가를 정리하고 폐기도서를 골라냈다. 온라인으로 도서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애들도 없는데 도서관에서 뭐 하세요?”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에서 리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사람들이 오지 않으므로 소통률이 자꾸만 하락한다. 소통 로봇의 소통률 하락은 작업률 하락을 뜻한다. 기능에 문제가 있는 로봇은 초기화를 피할 수 없다.
나도 그랬다. 잊히는 것도, 쓸모없어지는 것도 두려웠다.

“그리움은 걷잡을 수 없는 재난.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한다.”
앤의 말이 깊은 울림을 준다.

그리움과 두려움이 공존하던 그때를 돌아보면 긴 터널을 통과한 것만 같다. 앞에 또 다른 터널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우리는 새로운 힘을 내어 굳건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긴긴밤>의 뒤를 잇는 작품의 탄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색채는 좀 다르지만 연결과 연대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어윤정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
#사전서평단
#책추천 #문학동네
#어린이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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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아저씨
김은주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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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아저씨

100m를 12초 03으로 뛰어 전국 2위의 기록을 보유한 17세 육상 천재 다연은 수많은 기자가 지켜보는 중요한 경기에서 넘어져 발목 부상을 당한다. 한번도 훈련을 게을리 한 적이 없는 다연인데 발목이 다 나은 후에도 어찌된 일인지 달릴 수가 없다. 그런 다연이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상대는 한강공원에서 만난 뚱뚱한 비둘기, 구구 아저씨다.

다연에게 간식을 얻어먹는 게 낙인 구구 아저씨는 비대한 몸집 때문에 제대로 날지도 못하지만 영화 '첩혈쌍웅 3'에 출연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유일한 꿈을 쫓다가 크게 넘어졌을 때, 같은 꿈을 꾸는 동지라고 믿었던 친구들이 사실은 내가 완전히 주저앉기를 바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우리에게는 구구 아저씨가 필요하다.

무심한 듯 툭툭 내뱉지만 알고 보면 명언 제조기인 구구 아저씨는 존재만으로도 위로와 응원이 된다.

"이렇게 힘드니까 나는 뭔가 더 잘할 수 있겠구나."라고. 그 '뭔가'는 각자 원하는 걸로 채우면 돼." p.145

#성장소설 #김은주 #소설추천 #팩토리나인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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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문 ㅣ 사계절 1318 문고 133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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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문

<사이퍼>, <사랑에 빠질 때 우리가 나누는 말들> 등 섬세한 심리 묘사로 많은 청소년의 사랑과 지지를 확보한 탁경은 작가의 단편소설집.

아이과 어른의 경계에서 시련에 빠졌을 때,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고 혼자라고만 느낀다면 마음의 문을 쾅 닫고 겨울잠을 자듯 세상을 외면하고 싶어진다.

여기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에는 눈앞의 현실이 암울하고 희망찬 미래가 그려지지 않더라도 꿋꿋이 나아가는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지금은 생리 중」에서는 항상 완벽을 추구하지만 생리통 만큼은 견디기 어려운 유나의 말 못 할 시련이 그려진다.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생리’이야기를 남 앞에서 꺼내기는 어쩐지 부끄럽고 생리통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받기도 어렵다. 유나는 갑자기 시작된 생리로 난감한 와중에 자신을 비난하는 쪽지를 받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변 친구들을 모두 의심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앞에서만 친구인 척하는 사람이 가려지고 나면 진정한 친구들과의 우정은 더욱 더 끈끈해지는 법이다. 여기서 유나의 절친인 채희의 행동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생리에 대해 연구하고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좋지만 반 아이들 앞에서 “생리 터졌나 봐.”, “탐폰이 어딨더라?”하고 말하는 것은 좀 거북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속사정을 굳이 광고를 해야 했을까? 이런 나를 고루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말이다.

「이번 생은 망했어」의 영욱은 공부나 운동은 물론이고 게임 실력마저도 변변치가 않다. 닮고 싶은 어른도 없고 어른이 되고 싶지도 않다. 이번 생은 망했다고 여기면서도 ‘하나쯤은 잘하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민트문」에는 늘 언니와 비교되는 현실을 잊고자 아이돌그룹의 멤버인 ‘오빠’를 주인공으로 한 팬픽을 쓰는 데 몰두하는 민정이 있다. 팬픽 안에서 ‘오빠’는 가까이에 있고 ‘오빠’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인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오빠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모기」에서는 서로 신뢰하지도 애정하지도 않는 한 가족의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절대 뭉쳐지지 않는 콩가루 가족 같은데 모기를 잡을 때만큼은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발휘한다.

「동욱」에서는 누가 보더라도 막다른 길에 몰린 소년 동욱이 주인공이다. 동욱은 오랜 기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 왔고 학교에서는 친구 관계가 어려웠다. 유일한 친구를 위해 한 행동 때문에 하지 않은 절도를 뒤집어 쓰고 소년원에 가게 된 동욱은 그 곳에서 그를 위해 손을 내밀어주는 친구를 만난다.

기존의 청소년소설에서는 왕따 주동자나 폭력 가해자가 알고 보니 가정에서의 결핍 때문이었다는 설정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탁경은 작가님은 소설에서 우리가 정상 가족이라고 일컫는 가족과는 다른 형태의 가족, 소위 결손가정에서 꿋꿋하고 꼿꼿하게 잘 자라는 아이들을 많이 보여준다. 나는 그 점이 참 고맙다. 직접 선택하지 않은 가족 형태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외면이나 동정을 받을 이유는 없다. 가족의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어떤 형태의 가족 구성원으로서도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이 소설 속의 아이들처럼 말이다.

#탁경은 #사계절 #사계절출판사 #서평단 #교사서평단
#청소년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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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한국사 - 나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역사 공부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심용환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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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한국사

국가대표 역사 선생님의 친절한 한국사 수업.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무조건 외우는 게 아니라 나의 관점에서 상상하고 이해하고 정리하도록 도와준다. 교과서에 적혀 있던 납작한 역사가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변신한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가 백성들을 위해서 또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신분제를 더 강화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인상적이다. 그 증거로 제시한 예시들도 흥미진진하다.

세종이 신분제를 해체하려고 했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신분제를 강화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단적인 예가 왕이 된 지 두 해 만에 실시한 ‘부민 고소 금지법’입니다. 세종은 하급 관리와 일반 백성이 상급 관리를 고소하던 관행을 금지했습니다. 계급 질서를 굳게 다지려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잘못을 따지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만약 이를 어기고 백성이 관리를 고발하면 고발한 백성을 곤장으로 다스리라고 명령했습니다. 많은 관료가 이 법의 시행을 반대했지만, 세종은 끝내 고집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p.16

입시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건 비단 지금의 일만이 아니다. 조선 후기 영조 때 여든이 넘은 나이에 과거에 합격한 이들이 있었다는 난감한(?) 기록을 보면 과거 급제만이 출세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탓에 평생을 과거 공부에 매달렸을 고단한 인생이 안쓰럽기도 했다. 입시 부정이 종식되지 않는 이유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를 찾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 경험을 들여다보면 됩니다. 또한 입시 결과가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자부심이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상처로 남는 일이 계속된다면 조선 후기보다 더한 디스토피아가 올지 모른다고 경각심을 느끼면 됩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겐 역사 공부가 필요합니다. p. 130

공간의 역사를 다룬 ‘너희가 서울을 알아?“도 재미있게 읽었다. ‘현재의 철도 교통이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연원과 깊이 관련 있다는 점, 근본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뼈아픈 사실을 읽으며 ’공간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만큼 좋은 역사 공부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선생님이나 책을 무조건 신봉하기보다 자기만의 타당한 해석이 중요하다고 한 점이다.

역사적 사실을 찾는 학문적 노력은 역사학자의 몫이지만 수많은 역사 이야기 속에서 상상을 하고 현재의 문제를 비추어 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대충 생각하지 말고, 꼼꼼히 의심하고 되물어 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p.47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계절출판사 #교사서평단 #역사 #한국사 #역사공부 #심용환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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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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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마지막기차역

급행열차 한 대가 탈선해 절벽으로 추락한다. 68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로 한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절망감에 빠진다. 그런데 사고가 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유령이 나타나 사고 당일의 열차에 탑승하도록 도와준다는 소문이 퍼진다. 다만 유령은 네 가지 규칙을 제시하는데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또한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하면 현실로 돌아온다.
가족이나 연인이 병에 걸리면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가망이 없다고 여겨지면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그런데 아무런 전조나 예감도 없이 사고로 가까운 사람을 잃는다면 남겨진 사람도 원래의 생활로 돌아오기는 어렵다. 건네지 못한 말을 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 그 기회를 포기할 사람이 있을까?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치미는 울음을 눌러 삼키느라 애써야 했다. 죽음으로 헤어진 사람들의 담담한 대화가 슬픔인지 그리움인지 모를 감정을 헤집는다. 전 국민을 비탄에 빠뜨렸던 사고가 떠올랐고 정채봉 작가의 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도 계속 맴돌았다.
한을 품고 죽은 사람이 귀신이 된다고 한다. 이 소설 속 망자들은 애통한 죽음에 분노하거나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남겨진 소중한 사람에게 꿋꿋이 살아가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유령 열차에 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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