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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ㅣ 아르테 오리지널 11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은 노멀 피플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부유하고 똑똑하지만 오만한 태도로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메리앤, 메리앤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미혼모의 아들이지만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는 코넬의 이야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지만 남들의 시선을 감당하기엔 잃을 게 많은 코넬의 제안대로 비밀리에 만난다.
대도시의 대학에 진학한 두 사람이 계급주의에 내몰려 처지가 뒤바뀌는 것도 인상적이다. 가난한 코넬은 더 이상 인기남이 아니라 촌뜨기 취급을 당하고 부쩍 세련되게 변한 메리앤의 주변에는 항상 친구들이 넘쳐난다.
사람들과의 관계와 시선에 따라 자존감의 크기는 달라진다. 비로소 눈에 보이는 상대방의 결핍과 불안을 거부하지 않고 여전히 서로를 원하면서도 계속해서 어긋나고 빗나가는 두 사람의 복잡한 심리를 더할 수 없이 섬세한 터치로 그리고 있다.
나를 온전히 나로서 자유롭게 하던 사람을 만난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강렬한 사랑의 유효기간이 지나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100% 완벽한 사람이 아니구나, 깨달았을 때 나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던가 하는 생각도.
오랜만에 마음속 깊이 스미는 로맨스 소설을 읽고 나니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가슴 졸이며 내내 몰입해서 읽었지만 내 짧은 문장력으로 표현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다만, 사람들이 샐리 루니를 이야기할 때 젊은 나이와 프랑스와즈 사강을 언급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는 자신이 메리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 그 생각을 종이 위에 몇 번이고 적어보았다. 그녀가 어떤 모습인지, 그녀가 어떻게 말하는지를 글로 정확히 묘사하고 싶은 욕망에 그는 가슴이 뭉클하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옷. 점심시간에 그녀가 학교 구내식당에서 읽는, 민트 색 책등에 표지에는 어두운 분위기의 프랑스 그림이 그려져 있는 『스완네 집 쪽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그녀의 긴 손가락. 그녀는 다른 아이들과 같은 종류의 삶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 - P38
메리앤, 나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은 하느님이 나를 위해 너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 P143
누군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결정들을 내리고, 그러고 나면 삶 전체가 달라진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야. 지금 우리는 사소한 결정들로도 삶이 크게 바뀔 수 있는 그런 기묘한 나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껏 넌 나한테 대체로 아주 좋은 영향을 미쳤고, 나는 내가 확실히 더 나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 네 덕분이지. - P285
그는 그녀에게 마치 선물처럼 선한 면모를 선사해주었고, 이제 그것은 그녀의 것이다. 한편 그의 삶은 그의 눈앞에서 동시에 사방으로 펼쳐진다. 지금껏 그들은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말이야, 정말. 그녀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정말로 서로를 변화시킬 수 있어.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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