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줏빛 끝동의 비밀 - 약초꾼 소년, 폐위된 왕후를 만나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45
지혜진 지음 / 다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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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입은 화상으로 얼굴과 몸에 피고름을 달고 사는 소년 단오는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멸시 또는 동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개를 숙이고 잔뜩 위축된 채 살아가는 단오에게는 집도 편안한 공간이 아니다. 단오의 화상을 만든 이는 다름 아닌 아버지다. 대책 없는 노름꾼인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질렀던 것이다. 냉정한 어머니와 단오에게 의지하는 철없는 동생들. 유일한 친구인 영초와 남편 단종이 죽음을 당한 뒤 염색을 배우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군부인만이 단오의 외모에 개의치 않고 따뜻하게 대해준다.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준 상단 주인 청파는 세조의 편에서 돈을 댔던 인물로 단오에게 아버지 대신 돈을 대신 갚으라고 제안하고 단오가 약초를 파는 데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는 군부인을 곤경에 빠트리고 수양대군이었던 세조의 정치적 기반을 굳건히 하려는 계략이었던 것.

아버지가 진 빚을 갚고 가족을 지키려면 청파의 뜻에 따라야 하지만 영초와 영초 아버지 막수 아저씨, 군부인을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남의 눈치만 보며 살던 소심한 단오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이 소설은 용기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썩은 줄 알았던 홍화 씨가 싹을 틔운 것처럼 과정의 아름다움과 선량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커다란 용기를 낸 단오의 삶이 이전과는 다를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홍화 씨앗을 심으면 홍화가 되고, 지초 씨앗을 심으면 지초가 된다. 바람이 불고, 눈이 오고, 비가 와도 씨앗은 자기 운명을 따라 자랐다. 그 작은 씨앗도 그럴진대, 나 역시 어떤 이유가 있어 이땅에 발을 붙인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 그 누구에게서도 받지 못한 진짜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p.81


#지혜진 #청소년소설 #역사소설

#도서출판다른 #서평단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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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개념 있는 맞춤법 생활 청소년을 위한 개념 있는 시리즈
배혜림 지음 / 뜨인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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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유용한 맞춤법 책.

 

저자는 23년 차 국어 교사로 <생기부 고전 필독서 30>, <육각형 신문 기사 읽기> 1, 2, <중등부터 시작하는 수능 1등급 독서법> 등 청소년을 위한 책을 다수 출간한 배혜림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책은 문장이 유려하고 단정한데다 빼어난 스토리텔링으로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특히 이 책에서는 DM 대화로 이루어진 예시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점이 큰 장점이다.

 

나는 문헌정보, 문예창작, 한국어를 전공했고 편집자로도 일했지만, 매번 헷갈리는 맞춤법이 있다. ‘/’, ‘맞히다/맞추다가 그렇다. 글로는 정확히 쓰지만, 가끔 잘못 말해서 아들에게 핀잔을 듣는 잊다/잃다도 있다.

 

오랜만/오랫만’, ‘낫다/낳다’, ‘/’, ‘며칠/몇 일을 잘못 쓰는 것도 자주 본다. ‘우리나라저희 나라라고 하거나 저한테 여쭤보세요.’처럼 많이 틀리는 높임말도 있다.

 

맞춤법이 뭐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맞춤법만 제대로 사용해도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 책은 복잡한 문법은 최소화하면서 간단한 공식으로 쉽게 설명하기 때문에 빠르고 간단하게 맞춤법을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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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비밀 양육원 오늘의 청소년 문학 44
장경선 지음 / 다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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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선 작가님은 추상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보고 폴란드에 가서 공식 양육원과 비공식 비밀 양육원을 답사하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6.25 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강제로 폴란드, 체코, 헝가리, 소련,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낯선 이국땅으로 실려 갔다. 북한 고아라고 통칭하고 있지만, 남한이 고향인 아이도 있었고 잠시 부모와 길이 엇갈린 아이도 있었다.
소설의 배경인 폴란드는 전쟁의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전쟁 고아들을 받아들여 보살폈다. 다만 너무 많은 고아들을 받아들였다가는 국민들의 원성을 살까봐 공식 양육원 말고도 비밀 양육원을 따로 두고 운영했다.

순례는 여덟 살 때 엄마, 동생들과 헤어져 폴란드로 실려와 양육원에서 생활하는 한편, 방학에는 위탁가정에서 사랑 가득한 마마, 파파와 지내면서 한나라는 이름으로 서서히 아픔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1959년, 한 명도 빠짐없이 북한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실화라는 걸 알고 읽어서일까?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순례와 현수의 행보를 좇느라 두근두근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슬픔, 분노, 감사 등 여러 감정이 휘몰아쳤다.

자신의 고통이 치유되기도 전에 남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마음, 남의 나라 전쟁고아를 보살피는 크고 따스한 손길에 대해 생각했다.

제발 무사하고 행복해야 해, 기원하는 마음에 더해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긴 울림을 준다.

파파는 여기서 격전을 치르다 죽은 군인들에게 신의 자비가 머물기를 빌며 돌멩이를 벙커 가장자리에다 놓았다. 파파와 마마에게 돌멩이는 한 사람의 영혼이었다. 나는 돌멩이 위에다 돌멩이를 얹어 놓기도 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우리와 음식을 나눠 먹고 수다를 떨며 사랑을 나누었을 거라며, 우리는 죽은 사람들이 놓쳐 버린 사랑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이 살아 있었다면 세상은 더 큰 사랑으로 출렁였을 거라고. (42쪽)

자연은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 같구나 더 푸르게 빛나고 더 짙게 향기를 내뿜는 걸 보면 말이다. 숲은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가질 거야. 그래야 서서히 습기가 걷히고, 참았던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거든. 자연에게도 인간에계도 애도의 시간을 가로막는 건 폭력이야. (58쪽)

폴란드에는 빈 의자 풍습이 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올지도 모를 사람'을 위해 빈 의자와 빈 접시를 마련해 둔다.
의사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폴란드의 양육원 선생님들과 학교 선생님들은 북한 고아들을 극진한 환대로 보살펴 주었다. 피부색 과 언어, 생활 습관이 다른 고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선생 님들을 우리는 마마와 파파라 불렀다. 그들이 우리를 친자식처럼 돌봐 준다는 걸 우리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마와 파파는 나만을 위한 빈 의자와 빈 접시를 항상 마련해 놓았다. 365일 내내. 내가 돌아올 그날까지 언제나.
(152~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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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 - 정신과 문을 여는 게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나해인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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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알려주는정신과사용법

일을 하다 말고 갑자기 뭔가 떠올라서 포털에 접속했는데 검색하려던 건 잊고 엉뚱한 기사만 보다가 하던 일로 돌아올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어떤 책을 찾으러 서가에 들어갔다가 제목에 이끌려서 다른 책을 뽑아서 자리에 돌아오거나 화초에 줄 물을 뜨러 화장실에 갔다가 손만 씻고 올 때도 있다. 이럴 때마다 내가 성인 ADHD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이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하나? 정신과에 다니면 일을 못하게 되려나? 약을 처방 받아서 먹으면 일상에 지장이 있다던데,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리고 몸이 아프건 마음이 힘들건 웬만해선 참고 견뎌보려는 생각에 병을 키우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고민을 말끔하게 해소해준다. 정신과에 대한 세간의 오해에 대해 해명(?)하고 정신과에서 다루는 마음의 일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정신과를 선택할 때 유의할 점, 정신과 진료의 절차 및 방법 등을 알려준다.

특히, 2장에서는 우울, 불안, 번아웃, 성인 ADHD, 강박, 수면 문제, 중독, 트라우마에 대한 예시와 해석, 원인과 개선 방법, 체크리스트가 있어서 아주 유용하다. (내가 성인 ADHD는 아니구나, 하고 안심했다.)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정신적인 문제로 병인지 아닌지 몰라서 병원 진료를 고민할 때 믿을 만한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책이다.

자신에게 휴식을 허락하자. 휴식은 배부른 여가시간이 아니다. 생명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풀어주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스트레스에 잡아먹힐지도 모른다. 그러니 때때로 휴식을 갖고 나를 돌아보자. 그래야 나의 한계가 어디인지 고민하고 인정할 수 있다. 정신적, 신체적 여유가 있어야 일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다.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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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어린왕자 새로운 독서를 위한 낭독 에디션 1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서혜정낭독연구소 엮음 / 낭독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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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여기에 뭐 더 얹을 말이 있을까 싶지만, 이 책에는 있다. 바로 누구나 쉽게 낭독 독서를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낭독 에디션이라는 것.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줄이고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학교에서 낭독 독서 수업을 운영했다. 눈으로만 읽는 묵독에 비해 낭독은 확실히 책을 깊게 읽을 수 있고 기억력에도 도움이 되지만 내가 몰랐던 게 있다. 중학생들도 소리 내어 책을 읽을 때는 초등학교 1학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 그렇게 배워서일까? 일정한 리듬을 정해두고 두 어절씩, 세 어절씩 문장을 끊어서 읽는다. 조금 전까지 자기 방식으로 개성있게 말하던 아이들이 활자를 읽기 시작하면 다 같은 아이처럼 느껴진다.

선생님들도 그런 읽기 방식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도서관-교과 연계 수업을 할 때, 교과 선생님이 여기서 낭독을 활용할 건데, 뭐 그냥 읽으면 되는 거니까하셔서 제가 그럼 낭독 수업을 할게요.”라고 제안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 낭독을 전파하면서 늘 교재가 아쉬웠다. 내가 먼저 의미 단위로 끊어 읽는 시범을 보이면 곧잘 읽는 학생도 있지만 그간의 읽기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아이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30년 이상 성우로 활동했고, 현재 낭독을 가르치고 있는 성우들이 참여하여 문장을 끊어 읽기 단위로 배열한 파격적인 레이아웃을 보여준다. 줄 바꿈에 따라 학습된 리듬이 아닌 자연스럽고 타당한 리듬감으로 낭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소리내어 읽기는 독서습관 향상과 문해력 증진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어지는 시리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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