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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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읽어도 좋은책, 언제나 우리마음에 살아있는 모리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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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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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쩌면 끊임없이 반복되는 보물찾기인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보물을 우리는 끊임없이 찾아 헤매이고 그것을 찾고 난 후에 오는 기쁨과 평안은 시간의 흐름속에 파묻혀 어느덧 희미해져버린다. 그러면 우리는 또 다시 보물을 찾으러 떠나고, 찾고, 잊어버리고, 찾고,  잊어버리기를 반복하는 것이리라. 우리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해 늘 깨달음을 얻지만 쉬이 잊어버리기에 늘 다시 깨달을 필요가 있다. 어떤이는 여행을 통해서, 어떤이는 은둔을 통해서 어떤이는 종교를 통해서,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 그 길 위에서 보물과 기적을 만나게 되는 것이리라. 여기, 자신의 세계에 왕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파울료 코엘료는 2006년 약5개월간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을 여행하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어린시절 꿈을 이룬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힐랄을 만나게 되고,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알레프를 세상에 내놓았다.

 

 "나는 스스로를 유배시킴으로써 내 안에 깃들어 있는 아주 중요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론 심각한 부작용도 일어났다. 고독에 중독이 된 것이다. 요컨대 타인과 교제하고 사람들과 접촉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사라져버린 삶을 살고 있다."

 실제로 작가인 지은이가 여행을 떠나게 된 동기가 여기에 있는 듯 하다. 작가라는 직업이 혼자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만들었고 그렇게 은둔함으로써 고독에 중독되어 버린 삶. 별다른 갈등 없이, "그래서 더이상 진전이 없는" 삶을 살게 된 그는 "안온함에서 빠져나와 자네의 왕국을 찾아 떠나라." 던 스승인 J의 권유를 받아들여 무조건 많은 약속을 잡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처음 몇달간의 여행은 아내와 함께했지만, 시베리아 횡단열차에는 몇몇 출판인만 대동한채 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언제나 편재하는 힐랄이 있다. 힐랄은 파울료 코엘료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들고와 시베리아 횡단여행에 동행하겠다는 뜻을 전한다. 예전에 코엘료가 힐랄을 위해 성스러운 불을 피워주었고, 그에 대한 답례로 그의 삶에 찬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그를 위해 우정의 불을 지펴주겠노라 고집스레 매달리던 그녀. 결국 그녀는 표지를 따라왔고, 인내했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그의 곁에서 끊임없이 우정의 불을 지펴주던 그녀 덕분에 결국 코엘료는 답을 얻고, 그의 운명을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을 나는 "관계"라는 단어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결국 모든 것은 긴밀하고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지은이가 "알레프"라 말하고, 중국에서는 "기"라고 이름 붙여진 이 개념은 수많은 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세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서로를 위해 우정의 불을 지피기도 하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며 삶의 수레바퀴를 굴려나가는 것이리라.

 

 

 "나는 알레프에 있다. 모든 것이 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지점.

 나는 창문을 통해 세상과 그 안의 비밀스러운 장소들과, 시간 속에 잊힌 시들과, 공간 속에서 잊힌 말들을 바라보고 있다 ....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지만 항상 거기 있는 것들, 육체가 아닌 오직 영혼을 통해서만 발견되고 드러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들을, 말로 표현되지 않아도 완벽하게 이해되는 문장들을, 한껏 고양시키는 동시에 숨막히게 하는 감정들을." -115p-

 

"만약 당신이 일찍 일어나지 않는 다면,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없겠지요. 마찬가지로 당신이 기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신께서 당신 가까이 있더라도 그분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 겁니다. ... 우리가 사는 이 현실적 삶에서는 신은 오히려 지금 막 기도를 한 힐랄의 바이올린 안에 존재합니다." -193p-

 

 "아무것도,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오직 우리만이, 자신의 왕국을 찾아 떠나서 한 번도 발 디뎌본 적 없는 땅을 발견한 우리만이 알고 있다.

우리가 달라졌다는 것을." -3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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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 / 이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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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de a part 봤지?

(국외자들band of outsiders 1964년, 고다르)




그들 셋이서 루브르 박물관을 통과하면서 경주하는 장면말야.




그들은 9분 45초의 세계 기록을 가지고 있어

 

우리가 그 기록을 깨는거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결국 기록을 깨고 9분 17초만에 루브르를 가로지르던 그들의 모습이 마음깊이 각인되어 언젠가 나도 그들의 기록을 깨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후 네시의 루브르"에는 루브르라는 똑같은 장소를 이삼십년간에 걸쳐 서서이 걷고 있는 지은이 박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루브르. 어떤이는 전속력으로 달려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이들은 관광차 들려 유명한 그림들만 쓱~ 보고 지나치기도 하지만 어쩌면 어떤이에게는 온생애를 두고 둘러보아야 할 만큼 많은 보물로 가득 차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제목인 "오후 네 시의 루브르"에서 루브르를 수식하는 "오후 네 시"는 칸트의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평생을 작은 고향마을에서 떠나본 적이 없다는 칸트. 동네사람들이 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시침을 맞출 정도로 칸트는 오후 네시만 되면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길을 산책했다고 한다. 지은이 박제에게 루브르는 "오후 네 시를 가르키는 행복한 시계와 같은 존재"다.

칸트가 동네를 산책하듯, 지은이는 루브르를 걸으며 신선한 아이디어를 길어 올리고, 마음의 쉼을 얻으며, 정신을 맑게 한다. 프랑스 르아브르 에콜 데 보자르를 졸업했고, 이제 루브르가 박물관을 넘어 일상의 소중한 공간이 되어버렸다는 지은이 박제가 "내 인생의 보물창고"라 말하는 루브르로 들어가 본다.

 

 소장한 작품은 모두 44만여점이고, 전시된 작품 수만 대략 3만 5천 점에 이르며 지금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미술품들을 수집하고 있다는 루브르의 작품들 중 지은이가 엄선한 38개의 작품을 이 책은 담고 있다.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1장 잊을 수 없는 얼굴을 그리다에는 초상화 일곱점을, 2장 거친 세상을 그리다에는 미치광이, 돈놀이꾼, 사기도박꾼, 점쟁이, 술 마시는 여자, 학살 장면 등 세상의 어두운 면을 그린 그림 6점을, 3장 바깥 세상을 그리다에는 아름다운 풍경화 8점을, 4장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을 그리다에는 아름다운 여인들의 누드화 8점을, 5장 영원한 어머니의 슬픈 아들을 그리다에는 성경의 이야기를 주제로한 성화 9점을 소개하고 있다.

 

 각 작품별로 화가에 대한 소개와 작품 소개를 자세하게 해주고 있는데, 실체적 진실과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수수께끼들, 지은이 자신의 견해를 자연스럽게 융합시켜 독자가 알기쉽게 전달해 준다. 뿐만 아니라 화가들의 다른 작품은 물론,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루브르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미술관에 있는 것들도 수록하고 있어서 대표적인 작품은 38개지만 훨씬 다양한 작품을 만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수십년동안 루브르를 걸으며 그 곳에 걸려있는 작품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읽고 있노라면 어느덧 작품속으로 빨려들어가 그림의 일부가 되는 기분이 들곤 한다. 아무래도 카메라로 걸러지고 축소되어 이 작은 책 안에 들어와 앉아 있는 작품들이라 실제로 보는거랑은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이 책 안에 담긴 작품을 보고서도 이정도의 감동이 이는 걸 보면 실제로 루브르에 가서 작품들을 감상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하루 빨리 루브르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관광지의 일부로 루브르에 들어가 "모나리자"처럼 유명한 그림 몇점만 둘러보고 나올 바에야 차라리 이 책을 한번 읽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화가와 화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들이 그림을 통해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작품과 더 나아가 그 작품을 만든 화가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질 마음의 준비를 한 후에 루브르에 찾아가 그곳에 사는 많은 영혼들과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그 전에 칸트의 오후 네시처럼 나 또한 이 책을 자주 들여다 보며 영혼의 휴식을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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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생활 다이어리 - 나만의 아지트를 꿈꾸는 청춘들을 위한 카툰 에세이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승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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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끌 벅적하니 복닥거리고 사는 것도, 혼자서 조용히 사는 것도 좋다. 문제는 내 마음이다. 시골에서 대가족으로 살았던 어린시절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행복했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엔 부모님의 간섭에서 빨리 벗어나 친구들이랑 마음대로 놀 수 있도록 혼자 살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은 최대한 부모님이 올 수 없는 곳으로 멀리 갔고 자취도 해보고, 기숙사 생활도 하면서 엄청난 자유를 만끽하다 보니 다시 가족이 그리워졌다. 그렇게 학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한동안 부모님께 잘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왠걸 또 혼자 살고 싶어진다. 나만 그런가? 여튼 간사한 나의 마음은 늘 가지지 못한 걸 동경한다. 그래서 지금은 마당에 작은 나만의 집을 독채로 들여놓고 부엌과 화장실은 부모님과 같이 쓰는 생활을 하고 있다. 어건 뭐, 나름 반 독립생활이라고나 할까? 점점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언젠간 완벽한 독립을 해야함을 되새기며 다른 누군가의 독립생활은 어떠한가 살짝 엿보기로 한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여인네 다카기 나오코의 독립생활 다이어리를 살짝 들춰본다.

 

아기자기 귀엽다. 고등학교 이후로 구경못한 일본책인지라 책이 뒤에서 부터 시작하는 데 약간 당황. 곧 적응해 나간다. 이 책의 지은이 다카기 나오코는 도쿄에서 그림그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도쿄로 상경, 파란만장한 독립생활을 시작한다. 독립생활 12년차. 그동안 축척해둔 독립생활의 노하우를 이 책에 카툰의 형식을 빌어 쏟아 놓는다. 그동안 머리 복잡해지는 책만 보다가 이 책을 집어들고 책장을 넘기다 보니 머릿속이 정화되어 맑은 피가 흐르는 기분이다. 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며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썩 예쁘지는 않지만 정감있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참 맘에 든다. 지은이의 얼굴을 안봐서 모르겠지만 닮았으려나~!ㅎ 현관에서 침대까지 세 발짝이면 갈 수 있는 초기 독립생활의 아지트는 지금의 내방을 연상케한다. 여러가지로 일본이나 한국이나 독립생활의 풍경은 비슷비슷한 것 같다. 무엇보다 풍족하진 않지만 알뜰살뜰 아껴가며 살림하고, 있는 재료를 총 동원하여 자기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기까지 하는 주인공의 성향이 상당부분 나랑 비슷한 것 같아 엄청 공감이 간다. 큰 웃음은 아니지만 자잘한 웃음을 쉴새 없이 자아내는 책이다. 가볍게 빨리 읽고 덮어 버릴 수도 있지만 그림책은 그림도 일일이 보는 나의 성격상 천천히 감상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단순히 몇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캐릭터의 표정을 이리도 다양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지 작가의 능력에 탄복할 따름이다. 주인공의 표정변화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정도 그림으로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내용은 혼자만의 아지트에서 혼자놀기, 혼자 밥먹기, 혼자 인테리어하기, 택배받기, 요리하기, 장보기, 여행가기 등등 독립생활의 이모저모를 구석구석 공개한다. 뒷부분에는 지은이가 방구할 때의 이야기와 계약서 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립생활의 tip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독립생활을 살짝 엿보았고, 웃을 수 있었고, 같은 감정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참 많은 것을 얻은 기분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게 아닌가 싶다. 먼저 24살의 나이에 무작정 길을 나선 지은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외로움도 슬픔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카툰의 형식으로 가볍게 표현해서 누군가는 독립생활을 만만하게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경험했거나 독립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그 가벼움 속에 감춰진 혼자라는 고독감을. 독립이라는 이름이 갖는 그 외로움을.......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독립을 선택했다면 그에 따르는 많은 어려움 또한 감당할 수 있도록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것이다. 훗날 나에게 완젼한 독립의 날이 찾아오면 그녀처럼 혼자서 밥도 잘해먹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

 

(이 서평은 인디고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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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의 산을 가다 - 테마가 있는 역사기행, 태백산에서 파진산까지 그 3년간의 기록
박기성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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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까마득한 어린시절엔 집 뒤에 병풍처럼 둘린 산이 나의 놀이터였다. 그때는 산을 오르려고 올랐던게 아니라 심심해서 산 꼭대기에 있는 바위까지 갔다오는 것이 놀이였었던 것 같다. 그러다 도시로 이사오고부터는 앞만쳐다보고 사는 것도 무지 무지 바쁜 일상을 살다보니 눈만 들면 보이는 산인데도 별 관심을 갖지 못하고 살았다. 학창시절, 봄이면 꽃구경가자, 가을이면 단풍구경가자며 그렇게 산에 가자는 부모님의 말씀에 "거, 참, 다시 내려올 산은 뭐하러 올라가."냐며 방구석에만 박혀있었던 기억이난다. 나의 그런 생각은 한참동안 변함이 없었고 대학생이 될 때까지 정상에 올라본 산이 어린시절 시골 뒷산 말고는 전혀 없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대학4학년이 되었을때,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설렘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제주도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한라산 한번 안올라가보고 육지로 돌아가는 건 좀 아니다 싶어 한라산에 오르게 되었다. 산은 그냥 무작정 올라가면 되는 줄 알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빈몸으로 터덜터덜 홀로 올랐던 한라산. 날씨같은 건 보지도 않고 무작정 갔던 터라 그날 한라산에 내린 100m의 비와 정상에서 아프게 내 머리를 쥐어 박던 우박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앞이 보이지 않던 빗속을 이러다 죽는게 아닌가 하는 심정으로 올라가다 갑자기 눈앞에 짠 모습을 드러낸 삼각대를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는....... 그 후로 산과 사랑에 빠졌다. 세상의 산이란 산은 다 올라가 보고 싶은 욕망! 그러나 제주도 오름 몇개를 오르고 육지로 와서는 바쁜 일상 때문에 무등산과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으로 마음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산에 가고싶다는 불붙는듯한 열망이 사그라들지 않던 판에 이 책 "삼국사기의 산을 가다"가 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이 책의 지은이 박기성님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했고, 대학시절에는 산악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하얀 산'을 오르는 꿈을 꾸며 사시는 분이시다. 전공과 취미를 함께 살려 일군 첫번째 결실이 이 책이라고 한다.

 제목처럼 이 책은 삼국사기를 바탕으로 삼국의 역사 속에 나오는 여러 전투들이 일어났던 산성이나, 제사를 드리러 올라갔던 산을 찾아 나서는 역사 기행이다. 태백산, 삼태봉, 황령산, 와룡산, 비룡산, 어룡산, 취적봉, 비음산, 구룡산, 형제봉, 치술령, 비학산, 아차산, 낙영산, 화왕산, 자양산, 이성산, 장미산, 위례산, 재건산, 주산, 금강산, 청성산, 중성산, 취적산, 성 뫼, 도토성산, 갈마산, 파진산 이렇게 총 30개의 산을 소개하고 있는데 앞부분에는 실제 역사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싣고, 뒷부분은 그 역사적 장소를 지은이가 직접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거의 이천년에서 이천오백년 전에 있었던 일을 찾아나선다는게 쉬운일은 아니라 지은이는 5만분의 1지도와 여러가지 역사사료를 뒤져가며 지명으로부터 추측의 추측의 거듭하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실제 지형과 비교해서 도출된 가설을 가지고 어떤 확신에 이르기도 하며 산이 말해주고 있는 역사의 진실을 밝히려 노력한다. 삼국사기의 산을 두루 다니며 길을 잘못 들기도 하고, 잘못왔다 여겨진 길의 끝에서 놀라운 발견을 하기도 하며 우리 강산 곳곳에 남겨진 삼국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경로나 거리, 걸리는 시간도 맨 밑에 표시해 주어 누구나 지은이의 발자취를 따라 삼국사기의 산을 갈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사실 산과 사랑에 빠진지 얼마 되지않아 등산을 하고 싶어도, 너무 많은 산과 수많은 산봉오리들을 보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고, 덩그러니 하나만 있는 산이 아니라 여러개씩 붙어있는 산을 보면 어디가 무슨산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원래 무작정 달려드는 건 금방 흐지부지 해져버리는 성격이라, 일단, 대한민국의 모든 산을 다 다녀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는 했지만 너무 많아서 계획을 세우는 데만도 무지 오래걸리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삼국사기의 산을 가다는 내게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준다. 산은 그냥 산이라서 좋기도 하지만, 이렇게 테마를 정하고 보물찾기 하듯이 다니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산티아고의 순례길, 제주도 올래길처럼 코스를 정해놓으면 훨씬 목표의식이 생기고 힘이 나는 것 처럼, 테마가 있다는 것은 왠지모를 에너지를 솟구치게 하는 것 같다. 특히 수천년의 흐름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우리 강산을 다니며 우리는 모르지만 산만이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책을 통해 배우고 직접가서 보고 느껴보다는 건 무지 설레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기화로 삼아 다양한 주제로 등산계획을 짜고 실제 산을 오르며 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산아 말해줘~! 니가 알고있는 걸!!!

 

(이 서평은 책만드는집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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