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코리안 델리 -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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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엔 똑같은 사람들이 하나도 없지만 어찌어찌 구별해 놓은 묶음들이 존재한다. 인종별로, 지역별로, 나라별로 구분지어진 세상을 우리는 살아간다. 국제화와 세계화를 표방하며 국경이 무너지고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늘 한곳에 박혀서 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나같은 존재에겐 그저 바람결에 스쳐가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한가지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내 삶 깊숙히 침투해 있는게 있다면 미드정도(?) 석호필이라 불리우는 사나이가 나오는 프리즌 브레이크를 시작으로 각종 미드를 섭렵했는데 가십걸도 꼭꼭 챙겨보는 미드중에 하나다.

 이 책의 배경은 바로 가십걸의 주무대인 뉴욕! 목차 바로 뒤에 있는 뉴욕지도에 눈길이 간다. 셀레나와 블레어같은 부유한 아이들이 화려한 삶을 사는 맨해튼의 어퍼이스트사이드도 보이고 댄과 바네사같은 가난한 아이들이 살던 동네 브루클린도 보인다. 바로 이곳! 맨해튼과 브루클린, 스태튼아일랜드까지가 우리의 주인공 벤 라이더 하우의 활동무대다. 

 백인 청교도 중산층 인류학자의 아들로 태어난 저자 벤 라이더 하우는 미국에서 제일 재미없는 학교로 뽑힌 시카고대학에서 이민 온 한국여자 개브를 만나 결혼한다. 졸업후 <파리리뷰>라는 계간지의 편집자로 일하는 벤과 변호사로 일하는 개브. 개브의 한국식 효심의 발동으로 이래저래 고민하다 장모인 케이의 집 지하에 얹혀살며 장모님과 함께 델리를 운영하게 된 벤. 델리를 사는 것 부터 시작해서 델리를 파는 순간까지 끊임없는 의견차이와 언어의 차이, 성격의 차이 등등 서로 다름을 원인으로 한 갈등과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 사람사는 냄새 폴폴 풍기는  델리 운영기가 펼쳐진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나 사람이다. 사교계의 명사로 벤의 상사인 75세의 노인 조지는 늘 삶을 재밌는 퍼포먼스로 만드는, 진정 즐길줄 아는 여유자적한 미쿡사람이다. 편집자가 1년 가까이 무단결근을 해도 자아를 찾으러 유럽에 갔다왔다거나, 스키를 타러 갔다거나 소설을 썼다는 우리나라 같으면 씨알도 안 먹힐 그런 답변에 껄껄껄 웃으며 "아주 잘 했네. 열심히 하도록!"이라는 말을 던지는 남자 조지. 좀 대책없는 양반이기는 하지만 조지같은 상사밑에서 일하면 정말 즐거울 것 같지 않은가! 게으름뱅이가 되느니 차라리 뭐라도 하겠다며 몸을 사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분주히 다니며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해치워버리는 천하무적 에너자이저 전형적인 한쿡 아줌마 케이. 말 수가 적고 온다 간다 흔적없이 유령처럼 다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열심히 일하는 에드워드. 냉장고 기술자인 그의 가슴 속엔 늘 노래가 한가득 들어있어 그가 있는 곳에는 늘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진정한 음악가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이 세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늘 즐겁게 살아가는 조지의 여유가 부럽고, 자녀들을 잘 키우려고 어쩔수 없이 억척스러운 아줌마가 되어 건강마저 지키지 못하는 케이의 모습에서 우리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고, 한국에 있건, 미국에 있건, 어디에 있건 말없이 묵묵히 일하시는 잘 보이지 않아도 늘 가정을 지키는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에드워드에게서 보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만났다 헤어지는 뉴욕에서 무서운 장모님과 델리 운영하기! 생각많은 남자 벤의 목소리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많이 다르지만, 온통 다른 것 투성이지만 다름에서 출발하여 그 차이를 조금씩 극복하고 서로 닮아가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 가는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다채롭고 흥미롭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는 한 시끌벅적한 그의 삶의 이야기는 계속되어질 것이다. 아빠가 되는 또다른 모험을 시작한 벤과 개브와 그 가족들의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고 축복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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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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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무. 그는 조선 후기 실학자로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과 교우했고 북학파 실학자 중에서 가장 많은 저술을 남긴 대학자이며, 뛰어난 문장가이다. 이 책을 통해 그와 처음 만났지만, 그의 글은 단번에 나를 사로 잡아버렸다. 멘토발견!! 나는 오늘 정말  멘토로 삼고싶은 사람을 발견했다! 세상엔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위대한 학자등 훌륭한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 내가 처해있는 환경에서 이 만한 스승님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삶은 배움의 연속이 아니던가! 지금 학업에 임하고 있는 자나 평생교육이라는 말처럼 생의 길을 아직 걷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에 미친 바보"이덕무 선생님의 글을 꼭 한번쯤 읽어볼 일이다.

  몽우 김영진의 그림을 곳곳에 배치해 더욱 멋들어진 이 책은 연암 박지원의 "내가 본 이덕무"라는 글을 책머리에 싣고,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자화상"에는 이덕무가 자기자신에 대해 스스로 쓴 글들이 모여있고, "내가 책을 읽는 이유"에는 책에 미친 바보라는 별칭을 있게한 그의 독서생활에 대한 글들을, "문장과 학풍에 대하여"에는 그의 문학관과 학문적 성격에 대한 글들이 담겨있다. "벗, 그리고 벗들과의 대화"에는 이덕무의 벗을 대하는 태도와 나이를 초월한 그의 벗들과의 사적인 편지들이 들어있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 "군자와 선비의 도리"에서는 군자와 선비의 도리에 대한 이덕무의 생각과 실제로 자신의 생각과 일치되게 살려하는 그의 삶의 태도가, "자연과 벗을 삼아"에는 엄선된 그의 산문들이 들어있다.  부록에는 한자로 된 원문까지 실려있어 한자를 좀 한다 싶으면 원문으로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이덕무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고 싶은 것은 첫째, 늘 스스로를 경계했던 그의 삶의 태도이다.  "도란 일상생활 가운데 지극히 얕고 가까운 것에 있다. 집안에 물을 뿌리고 깨끗이 쓸며 말을 따라 대답하는 것만큼 얕은 것이 없고, 부모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일보다 가까운 것은 없다." 라고 말하는 그의 글 앞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무조건 높은 이상만을 추구하며 가장 가까운 것, 집안 청소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큰일을 하겠다고 그토록 설쳐댔는지...... 공부를 한답시고 집안일은 하나도 돌보지 않는 나의 생활태도를 깊이 반성하며 "간결함으로 번거로움을 누르고 고요함으로 흔들림을 막을 수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말이 간결하고 마음이 안정된 사람이다. 옛사람을 배울 때에는 오직 실천하는 것을 최선의 공부로 삼아야 한다."라며 이덕무가 일러준 "마음을 바로잡는 공부"를 평생 마음에 새기고 학업에 임해야 겠다.

 둘째는, 그의 유머감각이다. 개콘보다 더 재밌는, 문장 속에 녹아있는 유머들 때문에 마음이 즐거워 진다. '까치가 집을 짓기에'에서 나무꼭대기에 집을 짓던 까치가 절반쯤 만들고는 돌아오지 않자 상량문을 지어주라던 외삼촌의 말에 따라 상량문을 짓는 이덕무. 상량문은 집을 지을때, 서까래를 올리며 짓는 글인데 이덕무는 까치집을 위해 상량문을 지어준 것이다. 그것도 장장 2장에 걸친 긴긴 상량문을..... 까치를 위해 상량문을 짓는 다는것 차체도 너무 재밌는데 그 내용면에서도 박학다식한 그의 지식을 이용하여 까치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포함하여 멋진 상량문을 만들어 낸다. 나는 평소에 있는지 없는지 관심조차 없는 앞마당의 까치를 위해 상량문까지 지어주는 그의 여유와 유머, 뛰어난 지식 뭐하나 배우지 않을 것이 없다.

 셋째는, 그가 벗삼은 것이다. "만약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의 벗을 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10년 동안 뽕나무를 심고 1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오색실을 물들일 것이다." 그 실로 금침바늘을 이용하여 벗의 얼굴을 수놓아 험준한 산과 물이 있는곳에 펼쳐놓고 말없이 바라보다 해가 저물면 품에 안고 돌아오겠다는 이덕무. 그러면서도 벗이 없다고 한탄하지말고 책과 함께 놀닐고, 자연물들 즉 구름, 노을, 귀뚜라미, 회화나무등도 좋은 벗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사람 앞에서 공부라는 것은 지독한 외로움과의 싸움이었노라고 그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이덕무도 벗삼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바둑과 소설이다. 바둑의 실효성 없음과 소설의 허구성을 이유로 이 둘을 배척하는 이덕무의 태도에서 시간과 가산을 낭비하는 것을 싫어하고 진정성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그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바둑, 화투, 장기 이런 놀이들을 좋아하는 나지만 이제 이런 벗들과의 사귐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이덕무스승님처럼 책에 미친 바보가 되어 볼란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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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홍신 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광섭 옮김 / 홍신문화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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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로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괴테의 이 두 작품은 여기저기 인용이 많이 되기때문에 많이 들어보았지만 정작 책을 안 읽어 봐서 그 내용은 잘 모르고 있었다. 학창 시절에 파우스트 읽기를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1권 2권으로 나눠져 있어서 1권만 읽고 2권은 미처 못 읽었던 기억이 난다. 조금 어려워서 계속읽기가 좀 벅찼었다. 그래도 파우스트라는 이름이 들려올 때마다 꼭 마저 읽어야지 했던게 이제서야 한권짜리 파우스트로 읽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 책이 쉽게 번역되어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예전보다는 훨씬 재밌게 술술 읽혀졌다. 희곡이라 배경과 등장인물이 소개되고 각 인물들의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각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으면 정말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책을 한번 읽고, 다시 읽고 고민을 해봐도 도대체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에 대해 한마디로 답을 내리기가 참 어려웠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독자의 것이라는 말도 있고 하니 내 방식대로 파우스트를 이해하기로 한다. 
 천상의 서곡에서는 주와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가 나오는데 이 장면에선 욥기가 떠올랐다. 하나님이 사탄에게 악에서 떠난 사람 욥을 시험해도 좋다고 허락하시듯 주도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착한 인간 파우스트의 영혼을 지상에 사는 동안은 그의 길로 끌고 가 보라고 허락한다.

 서곡을 시작으로 비극 제1부에서 파우스트는 많은 공부로 모두가 우러러보는 박사지만 저 옛날  학자 소크라테스처럼 "내가 아는 유일한 것은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 뿐이다."라는 말을 하며 괴로워한다. 가슴에 두개의 영혼이 깃들어 하나는 현세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하고 또 하나는 영의 세계에 오르려 한다는 파우스트. 인간이란 노력하는 동안 방황하는 법이라는 주의 말씀처럼 파우스트는 방황한다. 갈색약을 먹고 죽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죽지 못하는 파우스트 앞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둘의 내기는 시작된다.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를 길동무삼아 세상을 걸어가는 동안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수행원이 되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삶에 허무를 느끼고 있는 파우스트가 어떤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너는 정말 아름답다!"라고 말하며 삶에 집착하는 순간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의 노예가 되기로 계약을 한다.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으로 젊음을 얻고 순진한 처녀 마르가레테를 꼬셔 순결을 빼앗은 파우스트는 그녀의 오빠 발렌틴도 죽이고 만다. 파우스트때문에 미혼모가 된 마르가레테는 아기를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는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된 파우스트는 감옥에서 마르가레테를 탈출시키려하지만 그녀는 도망치기를 거부하고 죄값을 받고 죽어서 영혼의 구원을 받는다. 

 2부에서 파우스트는 그리스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아내로 삼아 아들 에우포리온을 낳지만 그 아들은 이카루스처럼 하늘을 날려하다 떨어져 죽고, 헬레네도 아들을 따라 떠나버린다. 홀로 남겨진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펠레스는 또다른 환락을 제시하지만 파우스트는 큰 사업을 통해 지배하고 소유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파도를 바다 멀리 쫓아버리고 싶다는 소원을 말한다. 전쟁을 통해 기회를 잡은 파우스트는 대규모 간척사업을 통해 넓은 영토를 얻지만 필레몬 부부의 영토마저 갖고 싶은 욕심에 두 부부를 죽이고 만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두 부부를 죽게한 파우스트에게 근심이 찾아들고 근심으로 인해 파우스트는 눈이 멀게된다. "한쪽문이 닫히면 다른쪽 문이 열린다."는 헬렌컬러의 말처럼 파우스트도 육신의 눈이 멀자 영혼의 눈을 뜬다. 그리고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함께 살고 싶다."는 그의 이상을 말하며 그때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순간 파우스트는 쓰러지고 시계바늘은 떨어진다. 계약대로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차지하려 하지만 천사들이 나타나 그의 영혼을 거두어 가고 공중을 떠도는 그의 영혼을 1부에서 죽은 그레트헨이 인도해 간다. 

 2부를 읽으면서 성경에 나오는 다윗, 솔로몬, 아합 이렇게 3명의 왕이 떠올랐다.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를 취하여 아들을 낳았기에 그 아들이 죽임을 당하는데 파우스트도 헬레네를 취하여 아들을 낳고 자신의 눈앞에서 아들의 죽음을 지켜본다. 솔로몬은 천명의 부인이 있었고,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렸지만 "헛되고 헛되니 모든것이 헛되다"라고 말한다. 파우스트도 메피스토펠레스를 통해 쾌락을 얻지만 곧 그 모든것이 헛되다는 것을 깨닫고 또다른 이상을 찾는다. 아합왕은 이미 모든걸 가진 왕이었지만 나봇의 포도원을 탐내어 나봇에게 포도원을 팔라고 하지만 나봇이 팔 수 없다고 하자 나봇을 죽여 그 포도원을 얻는다. 파우스트가 필레몬 부부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성경 속 인물과 파우스트의 행동이 겹쳐지면서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의 결말이 궁금했는데, 결국 파우스트의 영혼은 하늘로 이끌려 올라간다.
 
 다윗은 비록 잘못은 저질렀지만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돌이켰기에 구원을 받았고 솔로몬과 아합왕은 죄값을 받아 죽임을 당했는데 괴테의 마음속에도 잘못을 돌이켜 다시 옳은 길을 걸으면 구원을 받는다는 신앙관이 있었던 듯 하다. 파우스트는 삶에 대한 허무감 때문에 악마와 계약을 하고 온갖 쾌락과 부를 가지지만 결국 자신의 욕심 때문에 죄없는 두 부부를 죽임으로 근심으로 눈이 먼다. 이런 파우스트에게 괴테는 자신의 이상을 적용하여 한 개인의 부귀영화가 아닌 모두가 자유로운 세상에 꿈꾸며 그 세상에 머물기를 소원하다 죽게된다. 결국 파우스트는 긴 방황 끝에 옳은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구원을 받은 것이다. 

 개인의 끊임없는 욕망, 그로 인한 인간성파괴, 환경파괴, 전쟁, 살인 등 이 한편의 희곡속에 우리들이 꼭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들이 가득 들어있다. 60년간에 걸쳐 씌여진 작품이라서 그런지 우리네 인생에서 생각해봐야할 문제들을 가득 품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한결같이 세상을 줄달음쳐'온 사람이라면 인생의 허무함을 돌아볼 일이다.  진정한 행복은 나 한사람의 부귀영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해 질 때, 그 때 비로소 나 또한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워낙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책이라 여러번 읽으면서 괴테의 정신세계에 한발 한발 다가가고 싶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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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의 행복론 - 끊고斷, 버리고捨, 떠나라離
야마시타 히데코 지음, 박전열 옮김 / 행복한책장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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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 야마시타 히데코는 클러터 컨설턴트다. 잡동사니라는 뜻의 클러터. 즉 그녀는 우리주변에 알게 모르게 쌓여있는 수많은 잡동사니들을 어떻게 치워야할지 상담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요가 도장에서 단사리의 법칙을 깨닫고 누구나 실천가능한 새로운 정리법 ’단사리’를 고안하여 다양한 강연과 세미나를 통해 일본전역에 단사리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녀는  단사리를 "물건을 정리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마음속의 혼돈을 정리함으로써 인생을 쾌적하게 하는 행동 기술" 이라고 말한다.  한자로 斷捨離(단사리). 끊을 단, 버릴 사, 떠날 리를 써서 필요없는 물건이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끊고, 집안에 들어있는 불필요한 물건을 버림으로써,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떠나 자신을 진정 자유로운 상태로 놓아두는 것이 단사리이다. 이 책은 단사리의 목적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잘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단사리를 실천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직접 단사리를 실행에 옮겨본 여러 수강생들의 체험담이 들어있어 내용이 더욱 풍성하다. 

 책을 읽으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방에 가득차 있는 버려야 할 물건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대청소를 할 때마다 서랍 구석구석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꺼내어 보고 지금 당장은 필요없지만 혹시 나중에 쓸 일이 있을지도 몰라서, 추억이 깃든 물건이라서 도로 넣어놨던 수많은 물건들과 입지 않은 옷이지만 정이 들어서, 혹은 몇번 안 입어서 집에서라도 입을 요량으로 걸어둔 수많은 옷가지들이 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저자는 못 버리는 사람의 유형을 ’현실 도피형’, "과거 집착형", "미래 불안형" 이렇게 세가지로 분류하는데 나는 두가지 유형에 모두 속한다. 과거 집착형과 미래불안형. 청소를 하다보면 밤을 새우는 경우가 허다한데,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받은 편지들을 일일이 읽어보고 다시 넣어놓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나~하는 마음 때문에 차곡차곡 모아놓은 잡동사니들.... 

 우리는 강의 중류에 있고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것 중에 필요한 것을 선별하여 취하고 필요없는 것은 하류로 흘려보내야 한다는 비유가 참 와 닿는다. 할인을 이유로, 1+1을 이유로 우리는 상류에서 흘러오는 불필요한 물건을 너무 많이 받아들이고 "아까움"을 이유로 하류로 내려보내기를 싫어한다. 저자는 물건과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고 물건의 노예가 되지말고 물건의 주인이 되라고 말한다. 관계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 뿐만 아니라 사람과 물건 사이에도 중요한 것 같다. 불필요한 인간관계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듯이 불필요한 물건은 사람의 정신을 산란하게 하고 피곤하게 만든다. 

 과거나 미래의 필요보다는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구별해 내고, 필요없는 물건과 과감히 이별하는 것이 단사리의 핵심이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내가 가진 모든 물건들은 영혼이 있고 내가 몇년 동안 한번도 봐주지 않은 물건들의 영혼이 슬피 울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내가 자주 만나는 물건들,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들만 남겨두고 단사리정신을 사용하여 물건들과의 이별을 시작해야겠다. 이 이별을 통해 나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물건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흘러가서 쓸모있는 물건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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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여행 - 나를 찾아 떠난 영혼의 기록
폴라 다시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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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알고 싶다. 나는 왜 그렇게도 자주 나를 바꾸려 하고, 남을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며, 남에게 인정을 받으려 할까? -143p-

 나는 알고 싶었다. 내 마음을. 하지만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걸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마음을 무시하고  내가 머릿속으로 정해놓은 삶의 모양대로 살아가며 내가 짜놓은 꿈대로 모든게 이루어지길 바라며 꿈을 향해 달렸다. 가끔씩 마음이 아리고, 이유모를 슬픔에 잠기고, 괜시리 눈물이 났지만 아프면 아픈데로 두 손을 꼭쥐고 계속 걸었다. 그리고 지금, 열심히 걷고, 달리고 앞을향해 나아가고는 있는데 이 방향이 맞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모든게 혼란스럽다. 여기 이대로 시간을 멈춰두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 오늘같은 날, 폴라 다시와 함께 내 내면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의 저자 폴라 다시는 스물일곱의 나이, 결혼한지 약 2년 반만에 교통사고로 남편과 아이를 잃고 괴로워한다. 뱃속의 아이와 단 둘이 남겨진 폴라는 과거의 고통을 짊어 지고 절망 속을 살아간다. 고통을 이겨내려 노력할 수록 자신의 힘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결국 어떻게 해보려는 노력도, 집착도 다 내려놓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그녀는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고, 딸 베스도 순산한다. 절망을 이겨낸 그녀는 책을 쓰고, 인터뷰를 하고, 강연회를 하며 자신의 경험을 통해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며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살아간다. 그것을 하늘의 뜻이라 여기며...... 그러다 서른넷, 단핵증에 걸리고 일년이라는 시간을 육체적 고통과 싸우며 자신의 진짜 병은 육체로부터 오는게 아님을, 자신의 영혼이 아파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스물여덟, 이미 세상을 떠난 남편의 식구들이 친척모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륜이 많으신 어른들의 지혜를 얻고자 모임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추억속의 자신을 만나고 과거의 그녀를 놓아주고, 현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약간의 탐색기를 거친 후 그녀의 나이 마흔, 새로운 자신을 찾아 피정 길에 오른다. 자신의 신앙을 성숙시키기 위한 피정은 자연 속에서 사흘간 홀로 단식하다가 사흘째 날 저녁에 밤샘 묵상으로 마무리되는 일정이었다. 피정의 기간 동안 그녀의 마음은 두려움과 떨림, 외로움, 감사 등등의 복잡한 감정들이 오락가락 하지만 둘째날 찾아온 폭풍우에 그녀는 버림받은 기분을 느낀다. 그러다 불쑥 그녀 마음 깊은 곳에서 한가지 질문이 던져진다.

 "폴라, 내 존재를 느끼지 못할 때도 나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 확신을 주는 대답이 없어도 나를 믿겠느냐? 내가 하는 일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나를 믿을 수 있겠느냐?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겠느냐?"

 이 질문을 통해 폴라는 신이 자신안에 계시다는 걸 깨닫고 기도한다.  그녀는 아직 폭풍가운데 있지만 깨달음을 얻은 그녀의 내면은 평안을 느끼며 깊은 잠에 빠진다. 셋째날 그녀는 자신이 너무도 축복받은 사람이란걸 느끼며 그 의미를 기리기위해 그녀의 기억과 가슴속에 기록을 남긴다. 피정을 마치며 그녀는 폭풍의 일부가 되는 법을 배우고 난 후에야 두려움이 믿음으로 바뀌고, 그녀가 찾으려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모든 것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을 하며, 진리를 알아가며 놀라는 중이다. 

 폴라가 자신을 찾아 떠난 내면의 기록을 통해, 나 또한 내 내면을 돌아보며 위로를 받고 치유를 받았다. 이 책을 읽으며 참 많이도 울었다. 그녀의 진심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리라. 구체적인 사정은 제각각 다르지만 우리는 삶의 기로에서, 신앙의 길 위에서 모든것에 한없이 감사하다가도, 느닷없이 버림받은 기분을 느끼기도 하며, 심한 감정의 기복을 안고 살아간다. 큰 깨달음을 얻은듯 싶다가도 어느순간 나 자신을 내팽겨쳐버리는 것은 자꾸 자꾸 잊어버리기 때문 인 것같다. 내가받은 축복을, 내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하나님이 늘 나와 함께하신다는 걸 잊어버릴 때 절망은 불현듯 찾아온다. 빠르게 우리를 몰아가는 현시대의 흐름속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내가 아니라 진짜 자 자신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나 자신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육체와 영혼이 하나되어 폭풍이 몰려오면 폭풍의 일부가 되는 법을 배우고, 신의 존재, 나의 존재, 끊임없이 살아움직이는 자연의 존재를 늘 되새기며 기억할 때, 우리는 스스로를, 스스로의 삶을, 세상을, 더 많이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많이 지쳐있는 사람, 정말 바쁘게 열심히 사는 사람, 진짜 쉬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 위로가 필요한 사람, 즐거운 사람, 슬픈 사람 등등 세상사람 모두가 이번 여름엔,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자신의 내면으로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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