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생활 다이어리 - 나만의 아지트를 꿈꾸는 청춘들을 위한 카툰 에세이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승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시끌 벅적하니 복닥거리고 사는 것도, 혼자서 조용히 사는 것도 좋다. 문제는 내 마음이다. 시골에서 대가족으로 살았던 어린시절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행복했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엔 부모님의 간섭에서 빨리 벗어나 친구들이랑 마음대로 놀 수 있도록 혼자 살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은 최대한 부모님이 올 수 없는 곳으로 멀리 갔고 자취도 해보고, 기숙사 생활도 하면서 엄청난 자유를 만끽하다 보니 다시 가족이 그리워졌다. 그렇게 학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한동안 부모님께 잘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왠걸 또 혼자 살고 싶어진다. 나만 그런가? 여튼 간사한 나의 마음은 늘 가지지 못한 걸 동경한다. 그래서 지금은 마당에 작은 나만의 집을 독채로 들여놓고 부엌과 화장실은 부모님과 같이 쓰는 생활을 하고 있다. 어건 뭐, 나름 반 독립생활이라고나 할까? 점점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언젠간 완벽한 독립을 해야함을 되새기며 다른 누군가의 독립생활은 어떠한가 살짝 엿보기로 한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여인네 다카기 나오코의 독립생활 다이어리를 살짝 들춰본다.

 

아기자기 귀엽다. 고등학교 이후로 구경못한 일본책인지라 책이 뒤에서 부터 시작하는 데 약간 당황. 곧 적응해 나간다. 이 책의 지은이 다카기 나오코는 도쿄에서 그림그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도쿄로 상경, 파란만장한 독립생활을 시작한다. 독립생활 12년차. 그동안 축척해둔 독립생활의 노하우를 이 책에 카툰의 형식을 빌어 쏟아 놓는다. 그동안 머리 복잡해지는 책만 보다가 이 책을 집어들고 책장을 넘기다 보니 머릿속이 정화되어 맑은 피가 흐르는 기분이다. 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며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썩 예쁘지는 않지만 정감있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참 맘에 든다. 지은이의 얼굴을 안봐서 모르겠지만 닮았으려나~!ㅎ 현관에서 침대까지 세 발짝이면 갈 수 있는 초기 독립생활의 아지트는 지금의 내방을 연상케한다. 여러가지로 일본이나 한국이나 독립생활의 풍경은 비슷비슷한 것 같다. 무엇보다 풍족하진 않지만 알뜰살뜰 아껴가며 살림하고, 있는 재료를 총 동원하여 자기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기까지 하는 주인공의 성향이 상당부분 나랑 비슷한 것 같아 엄청 공감이 간다. 큰 웃음은 아니지만 자잘한 웃음을 쉴새 없이 자아내는 책이다. 가볍게 빨리 읽고 덮어 버릴 수도 있지만 그림책은 그림도 일일이 보는 나의 성격상 천천히 감상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단순히 몇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캐릭터의 표정을 이리도 다양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지 작가의 능력에 탄복할 따름이다. 주인공의 표정변화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정도 그림으로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내용은 혼자만의 아지트에서 혼자놀기, 혼자 밥먹기, 혼자 인테리어하기, 택배받기, 요리하기, 장보기, 여행가기 등등 독립생활의 이모저모를 구석구석 공개한다. 뒷부분에는 지은이가 방구할 때의 이야기와 계약서 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립생활의 tip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독립생활을 살짝 엿보았고, 웃을 수 있었고, 같은 감정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참 많은 것을 얻은 기분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게 아닌가 싶다. 먼저 24살의 나이에 무작정 길을 나선 지은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외로움도 슬픔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카툰의 형식으로 가볍게 표현해서 누군가는 독립생활을 만만하게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경험했거나 독립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그 가벼움 속에 감춰진 혼자라는 고독감을. 독립이라는 이름이 갖는 그 외로움을.......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독립을 선택했다면 그에 따르는 많은 어려움 또한 감당할 수 있도록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것이다. 훗날 나에게 완젼한 독립의 날이 찾아오면 그녀처럼 혼자서 밥도 잘해먹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

 

(이 서평은 인디고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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