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으로도 병행해서 읽고 있음!! 전자책은 하이라이트 백업용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재산이 많은 남자가 그들에게 어울리는 아리따운 처자보다 분명 적은 모양이니, 여섯 해가 지난 후 워드 양은 제부의 친구이자 이렇다 할 개인 자산이 없는 노리스 목사와 약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고, 프랜시스 양은 이만도 못했다.

가뜩이나 많은 식구가 지금도 불어나고 있고, 남편은 부상으로 현역 근무가 불가능해졌으나 그렇다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비싼 술을 마셔 대는 일까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니었으며, 살림을 꾸릴 수입이라곤 쥐꼬리만 하니, 그렇게 경솔하게 내쳤던 친지들을 되찾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엄밀히 따지자면 만족감의 몫이 같아서는 곤란했다. 토머스 경은 선택된 아이한테 진실하고 일관된 후원자가 되기로 단단히 결심한 반면, 노리스 부인은 양육비를 한 푼도 부담할 의사가 없었으니 말이다. 찾아다니고 떠들고 일을 꾸미는 한에서 그녀는 한없이 자애로웠고, 남에게 후하게 베풀라고 명하는 데는 누구보다도 능했다. 그렇지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기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돈을 좋아했고, 친지들의 돈을 쓰는 법만큼이나 자기 돈 아끼는 법을 잘 알았다

물론 스스로도 자신을 잘 모르니만큼, 이 대화를 마치고 목사관으로 돌아가면서 자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후한 언니이자 이모라고 행복하게 믿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노샘프턴에서 이곳으로 오는 내내 노리스 부인은 아이에게 정말 기막힌 행운을 잡은 것이라며 그러니 지극히 감사해하며 착하게 굴어야 한다고 계속 잔소리를 했고, 그래서 행복해하지 않는 자기가 잘못이라는 생각에 아이는 더욱 슬퍼졌다

노리스 부인이 이런 조언들로 조카딸들의 생각을 바르게 이끌어 주었으니, 이 아이들이 뛰어난 재능과 올된 지식은 갖추었으되 자기 인식과 관용, 겸손함이라는 보기 드문 배움을 완전히 결여하게 된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품성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

톰은 이 말을 들으며 얼마간 수치스럽기도 하고 얼마간 서글프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최대한 빨리 떨쳐 버리고, 금방 명랑한 이기심을 발휘하여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첫째, 빚을 졌다고 하지만 어떤 친구들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둘째, 아버지가 이 일을 가지고 지나치게 구신다. 셋째, 새로 성직록을 넘겨 받는 사람이 누구든 십중팔구 금방 사망할 것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났는데, 이 대화가 패니에게 매우 적절한 도움을 줄 수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소용없는 대화가 되고 말았다. 노리스 부인에게는 패니를 데려갈 의사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이 문제를 떠올린 적이 있다면 오로지 어떻게든 면해 보려는 생각에서였다.

레이디 버트럼은 이런 험담을 별 관심 없이 듣고 넘겼다. 그녀로서는 절약가의 권리 침해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지 않았지만, 별로 예쁘지도 않은 그랜트 부인이 결혼을 잘해 미인의 권리를 침해한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했다.

아버지가 집을 비웠을 때 버트럼가의 딸들이 보여 준 모습은 보기 딱할 정도였는데, 슬픔에 빠져서가 아니라 슬퍼하지 않아서였다. 아버지는 딸들에게 애정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아버지가 자신들의 즐거움을 지지해 준 적이 없다고 생각했던 터라, 아버지의 부재는 불행히도 대단히 반가운 일이었다. 덕분에 모든 속박에서 해방되었고, 토머스 경이 금했을 법한 쾌락을 꾀하는 일은 없었지만, 당장 기분 내키는 대로 하고 뭐든 맘껏 누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패니도 한숨 돌리게 되었고 그런 안도감에서는 사촌 언니들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보다는 정이 많은 성정인지라, 이런 느낌 자체가 배은망덕이라 생각되어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진심으로 슬펐다.

레이디 버트럼은 공적인 자리에 딸들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성가신 것은 딱 질색하는 성격인지라 어머니로서 개인적인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딸들의 성공과 즐거움을 목격하는 기쁨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언니에게 그 책무를 넘겼는데, 언니야 그런 영예로운 대표 노릇을 바라 마지않던 차라 돈을 써 가며 말을 빌리지 않고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이 기회를 철저히 누렸다.

러시워스 씨는 처음부터 버트럼 양의 미모에 반했고, 결혼 생각이 있는 만큼, 곧 자기가 사랑에 빠졌다고 상상했다.

방년 스물한 살인 마리아 버트럼은 결혼을 의무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러시워스 씨와 결혼하면 현재의 최대 목표인 런던 저택도 갖게 될뿐더러 아버지를 능가하는 수입을 누리게 될 것이므로, 바로 이 도덕적 책무의 규칙에 따라, 될 수 있으면 러시워스 씨와 결혼하는 것이 그녀의 명백한 의무가 되었다.

그리고 비록 내 형편도 안 좋긴 하지만, 차라리 내가 덜 먹고 덜 입고 말지 인색하게 굴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가 패니에게 그 말을 할 때 미소를 지으면서 살갑게 패니 이름을 불러 주기만 했다면, 패니는 예전에 그에게서 보았던 찡그린 얼굴이나 차가운 말투 따윈 전부 잊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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