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책 -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은 ‘진짜’ 성교육
정수연 지음, 정선화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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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어린 나이니까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아직 포궁이 덜 자랐기 때문에 성관계를 시작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이라도 몸에 해가 가지 않는 안전하고 상호 존중하는 섹스를 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없다.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섹스말고도 많다고 말하고 싶다. 10대들의 쾌락권보다 중요한 것은 10대 여성 청소년의 포궁 건강권이 아닐까.

 

_204p

 

 

 

 

대학에 입학해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올바른 검색어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 깨달음이다. 올바른 검색어를 알아야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올바른 검색어를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검색하고자 하는 분야의 말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전공인 문헌정보학 분야 검색을 하려면, 자주 쓰는 단어인 한국십진분류법(KDC)’이나 듀이십진분류법(DDC)’ 등을 알아야 한다. ‘도서관 분류가 아니라.

 

 

 

<질 좋은 책>은 그런 올바른 검색어를 제공해준다. 검색어의 제공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검색어 즉 단어와 연관된 다른 단어와 문헌을 제시해준다. 그래서 이 책의 독자인 나와 당신은 책 내용 이상의 것을 알고 싶을 때 책에서 제공해준 검색어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이 책이 참고한 문헌과 그 문헌이 참고한 다른 문헌을 접할 수 있다(논문에도 참고문헌이 있으니까.)

 

 

 

책의 장점은 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전제는 독자의 건강하고 안전하며 존중받는 행복한 삶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니, 건강 관련 책인데 당연한 거 아닌가?’ 아쉽지만 아니다. 건강에도 젠더가 적용된다(의학은 인류 보편이 아니라 백인 성인 남성 중심이며 이 책의 맥락에 맞추자면 남성 중심이다.) 본문에서 언급하듯이 누군가와 연애한다면 으레 그렇듯 섹스를 해야만 하고, 하지 않는 관계는 이상하다는 사회 풍조 속에서 여성들은 자기의 의사표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10년 전 논문으로 미혼 남녀의 콘돔 사용에 대한 연구가 있었는데, 결론 중 남성의 발언권이 더 강했다는 결과가 있었다(DBPia와 한국학술지인용색인을 찾아봤지만 나오지 않았다. 이래서 올바른 검색어가 중요하다.) 남성 중심적 성생활에서 여성은 건강은 물론이고 단발적인 쾌락조차 얻기 힘들다. 그런 사회에서 여성이 성생활에서 쾌락과 온전한 권리와 건강을 누리길 바라는 책이 나온 것은 의미가 크다. 나 역시 모르는 것이 많았다. 책으로 삶이 바뀐다면 이런 걸까? 어제와는 다른 시각으로 사람의 몸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니 생물학적 여성들이여, 이기적으로 보일 정도로 누구도 챙겨주지 않는 당신의 쾌락과 건강을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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