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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간들 - 이보영의 마이 힐링 북
이보영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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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의 독서 에세이를 읽고 있노라면 으레 열패감이 들기 마련이다. 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들을 잘도 캐치하고 뛰어난 필력으로 책을 포장해주기 때문이다. 공감이 먼저가 아니라 작가들의 안목과 세상을 다르게 보는 능력을 마냥 부러워하게 된다. 이보영 님의 신간 <사랑의 시간들>은 그런 부담을 내려놓고 읽게 되어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녀가 읽은 책만 봐도 그렇다. 지적 척도를 가늠할 어려운 책들이 아니다. 누구나 읽고 공감했음직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녀 스스로 가식이나 허위로 자신을 포장하려고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독서가 취미인 배우가 책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어떤 사람들은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다르기도 하고,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백 퍼센트 일치하는 사람도 있다. 배우 이보영 님은 연기를 통해 쌓아온 곧은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실제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다. 한 권의 책으로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는 있다. 이보영 님은 연기를 통해서 보아온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일치하는 사람 같다. 인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진심을 담은 연기를 하고 시청자들과 교감하고자 노력하는 배우라고 알고 있는데, 책에서 느껴지듯 삶을 바라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자세가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솔직한 마음을 엿보는 게 이런 느낌일까. 마음속 응어리가 먼저 반응했던 것 같다. 누구에게도 솔직해져 본 적 없는 숨은 감정들이 꿈틀대는 것만 같았다. 어릴 적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라 마음속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갔던 아이가 성인이 되어 결코 꺼낼 수 없었던 상처를 꺼내보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생각과 말이 다른 모습을 연출했던 스스로의 모습도 돌아보게 된다. 누군가의 솔직한 울림이 독자들에게 꽁꽁 숨겨둔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녹여준다. 그녀가 책으로 받았던 위로를 책으로 위로를 한달까.
"시간이 흘러 나는 내 기준으로 아이를 판단하는 어른이 되고 말았다. 예전의 그 마음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이의 눈을 가진 엄마가 되겠다던 결심은 사라지고 내 생각만 더 분명해진 어른이 됐다. 촬영장에서 아역 배우들을 만나면 마냥 예쁘고 귀여웠는데 이제는 일에 치여 아이들이 그저 연기만 잘해주기를 기대했다" (본문 53쪽)
세월을 따라 책과 함께 의미 있는 성장을 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이 먹는 것을 한탄하기는 쉬워도 나이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어른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가 마주하고 성장해 왔던 시간을 만나고 공감하고 이해하고 드러내지 못한 내 안의 감춰진 욕망도 들여다보며 나도 조금씩 성장을 해 나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로도 얻게 된다. 어제와 다른 내가 생각하고 숨 쉬고 있다는 기쁨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자 독자들의 특혜가 아닐까 한다.

책을 대하는 이보영 님만의 고운 마음도 그냥 흘려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책의 가치는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한다. 한 번 스윽 읽고 마는 인스턴트식 책 읽기보다는 다른 환경, 다른 마음가짐으로 읽어보며 의미를 새롭게 하는 것도 책이 주는 가치겠고, 삶의 나침판이 되어주었다가 친구가 되었다가 위로가 되었다가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하고 스스로를 깨우치게 도와주는 것이 책이다. 인생에 책이 그만큼 깊이 관여하고 있는데 책을 대하는 마음이 게으르고 거만할 리가 없다.

행복, 사랑, 나이 듦,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 성공, 후회, 욕망..................이 모든 것들은 인간이라면 살면서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지혜롭게 헤쳐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의미 있게 변화시키기도 하고 누군가는 무심한 듯 지나쳐 가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현재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자기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줄 줄 아는 사람일 것이기에 내가 너일 수 있고 너로 인해 네가 나일 수 있다는 삶의 위로를 보내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배우 이보영이 자신과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아닌가 한다.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가 독서 에세이를 책으로 내자고 의뢰해왔다고 치자. 책을 내기로 하고 책에 들어갈 책들을 선택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울렸던 책들이 책 한 권 낼 정도의 독서량도 있어야 할 것일 테고 독서 에세이인 만큼 책을 통해 일관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고된 촬영 후에도 꾸준히 독서를 해 오고 있는 면도 그렇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 가는 모습도 그렇고 배우 이보영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를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런 배우가 하는 연기도 다르지 않았을까. 연기 잘하는 배우로 선한 이미지를 각인시킨 이보영만의 매력이 꾸준한 독서습관에서 온 것이라면 과장일까. 아마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가끔은 그녀의 멋진 연기를 보면서 그녀의 책을 읽으며 힐링했던 지금의 나도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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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동물농장 - 스노볼의 귀환
존 리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천년의상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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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무엇이 되느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기억할 것이다. 조지 오웰 식 공산주의 풍자가 인상 깊은 작품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존 리드의 자본주의 동물농장을 읽으며 오웰이 말하고자 했던 유토피아가 자본주의인지, 해답이 될 수 있는지 묻는 흥미로운 책이다. 추방당한 돼지 스노볼이 농장으로 돌아와 자본주의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출간된 신간이지만 원작은 미국에서 2002년에 출간되어 숱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십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보아 온 미국 자본주의의 굴곡진 단면이 교묘하게 겹쳐질 수밖에 없다. 오웰이 풍자한 체제가 어떻게 새로운 사회를 형성하고 체계화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아야 하고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동물농장에서 쫓겨난 스노볼이 돌아왔다. 늙은 돼지들이 죽어갔고 농장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했다. 그때 스노볼은 어쩌면 하나의 대안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인간의 옷을 입고 두 발로 걷고, 남아 있는 동물농장 동물들에게 더 나은 길을 약속한다. 그리고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경제라 부르는 것을 보았으며 자원을 체계화하는 방법을 분석한 뒤 농장을 부흥시킬 계획을 갖고 있었다. 쌍둥이 풍차가 동력이 되어 온수와 전깃불, 전기난로, 에어컨, 창문이 달린 축사방 등 꿈같은 미래를 보장한다. 스노볼의 옆에는 박사 학위를 받고 의사이자 법률가이자 건축가인 든든한 지원자인 토머스가 있다. 더 나은 길을 보여주기 위해 돌아왔고, 불가능한 꿈을 꾸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동물동장은 그 꿈이 실현되는 땅이 될 거라며.
"꿈이 실현되는 땅이 될 거요. 온수 목욕, 에어컨. 우리가 우리 꿈을 실현하지 않았소? 우리는 실현했소! 자 그러니까 이제 다른 모든 이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웁시다. 우리의 이 비전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안락으로, 동물의 안락으로 우리에게 보답할 거요!" (본문 94쪽)
농장 동물들은 옷 입는 법을 배우고 두 발로 걷는 법을 배운다. 알파벳을 익히고 사회를 배운다. 많은 동물들이 꿈을 찾아 동물농장으로 찾아온다. 스노볼은 말한다. 우리의 꿈이 실현되었듯 다른 모든 이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그리고 동물농장은 또 다른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동물농장은 동물 장터로 바뀐다. 거대한 테마파크다. 동물의 모든 안락으로 이끄는 거대한 테마파크. 이제 동물 농장은 스노볼이 보는 대로 이해하는 곳이 되었고, 자유도 평등도 기회도 정의도 스노볼이 꿈꾸는 세계일 뿐이다.
오웰의 동물농장이 보여주듯 그가 꿈꾸었던 유토피아란 현실에 없었다. 그리고 존 리드의 <자본주의 동물농장>도 말한다. 자본주의 방식의 유토피아도 궁극에는 해답이 될 수 없음을. 사회는 삭막해지고, 일자리는 로봇들이 사람을 대신하고, 환경이 오염되어 지구는 황폐해지고, 부의 불평등, 빈민자 들의 노동력 착취, 자꾸만 멀어져 가는 계급 격차, 이주 노동자 차별 문제, 복잡하게 얽힌 이웃들 간의 분쟁, 사회 내 갈등,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희생되는 약자들, 핵폭발 위기로 긴장을 풀지 못하는 국가 간 위기 관계 등 과연 우리가 꿈꾸었던 사회가 맞는지 묻는다. 스노볼이 내건 목소리는 동물들은 안신시키고 왠지 나은 길로 나아가는 것만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이 나온 이후 미국에서 일어났던 혹은 감춰진 수많은 진실들을 우리는 마주해 왔고 현재도 국가 간 긴밀한 관계 속에서 세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아프칸 이라크 전쟁 소식이 들리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전 세계의 경제 위기를 겪어야 했고, 미국의 대형 금융사, 증권사들의 파산 등 이제 세계 경제시장은 미국의 말 한마디 정책 하나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자본주의 롤 모델로 미국을 꼽아 왔던 탓에 타격은 실로 어마어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최근 미국금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자본주의는 이대로 좋은지 생각거리들을 던진다. 우리가 꿈꾸는 자유, 평등, 정의가 있는 사회는 과연 가능할까.

"수많은 질문을 받았던 벤저민은 마침내 답을 찾았다. 수많은 날을 살았던 벤저민은 마침내 살아갈 이유를 한 가지 찾았다. 좌절하고 상심하여 냉소적이었던 당나귀 벤저민은 사랑, 에메랄드, 킵, 장터의 모든 동물을 향한 사랑이 자신 삶의 의미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의 목숨을 구하고자 벤저민은 자기 목숨을 내놓았다." (본문 192쪽)

저자는 그 해답은 우리 스스로가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수많은 질문에도 침묵을 지키던 벤저민이 답을 찾은 것처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던질 줄 알았던 당나귀 벤자민의 선택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무엇이 되느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는 말은 그래서 옳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 주변국들이 끊임없이 보내오는 경고도 새겨 들어야겠고, 이 책에서 보여주는 자본주의 허점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스노볼이 그랬듯 이래도 저래도 다 괜찮다고 말하고 불가능한 꿈만을 꾸기엔 우리에겐 넘어야 할 악이 너무 많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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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위기의 아이들 - 디지털 세상에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캐서린 스타이너 어데어 & 테레사 H. 바커 지음, 이한이 / 오늘의책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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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다 보니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쉽게 옛날과 비교한다. 우리가 자랄 때만 해도 저러지 않았는데, 하는 푸념 흘러나오게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확고한 기준이 서 있지 않다. 단순히 경험치로 아이들의 사고나 행동을 판단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우리는 세대간 변화의 갭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며, 어쩌면 사회가 안고 가야 할 궁극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디지털 시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사회는 또 다른 변화에 직면해야 한다. 세대와 세대간 명확한 구분은 모호하고 민감하게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디지털 시대, 위기의 아이들>은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아이들과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향수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부모들에게 변화에 따르면서도 가족의 유대를 회복하고자 하는 부모들에게 새로운 지침서가 될 것이다.

발 빠르게 진화하는 테크놀로지 시대에 아이들은 빠르게 물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해야하는 것은 이 시대와의 완벽한 단절이 아니라 이 사회에 현실적이고 바람직하게 또는 이상적으로 융합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나 아이들의 인생과 미래에 든든한 버팀목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을 대하는 부모들은 디지털 기기의 폐해에 대해 설파하며 단절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들에게 인터넷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면서도 가족간의 유대를 유지시킬 방법은 없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방법들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 모든 세대는 디지털 시대 안으로 들어왔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이런 인터페이스를 포용할 방법에 대해 작가는 진지하게 고민한다. ​

육아가 힘들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어 검색을 한다. 힘든 상황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찾아보는 것이 먼저가 되었다. 아이가 아파도 마찬가지고 아이들의 이상 행동이나 내가 어디가 좀 이상해도 인터넷에 묻는 게 먼저가 됐다. 궁금한 것에 대한 빠른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은 우리 스스로를 게으르고 인스턴트식 사고에 머무르게 한다. 스마트함을 내세워 스스로는 후퇴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디지털이 우선이 된 삶을 날것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작가는 이런 태도가 우리 삶을 망치고 인간 관계를 허술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테크놀로지가 부모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없음에도 전자 기기가 해답인 양 착각한다.

​작가는 테크놀로지의 긍정적인 면까지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도 있음을 인정하며 부정적인 면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지에 대해 고민한다. 모든 변화에서 시작은 물드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그 변화에 대한 인식이어야 한다. 테크놀로지 발달이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변화를 인지하고 가정과 학교에서 어떻게 변화되어 가고 있고, 어떤 폐해가 있는지 우선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각한 예로 가정에서 가족 간의 심각한 단절과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한다. 어린 유아에서부터 중독되어가는 디지털 기기의 폐해, 십대들에게 미치는 악영향 등은 왜 디지털 기기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디지털 세상에서 부모는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된다. 테크놀로지는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 방식을 바꾸어 놓았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미치는 테크놀로지의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두려움과 불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갑작스럽게 닥친 사회 변화에 우리 어른들도 당황하기란 마찬가지다. 진화 속도만큼 우리의 인지, 행동의 성숙이 함께 따라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고뇌하고 아이들을 지켜야 되고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지혜로울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고, 아이들과 소통해 나가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 지속 가능한 7가지 자질이 함께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학교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구로 읽기, 쓰기, 수학만이 아니라 대인관계와 사회적, 개인적으로 책임감 있는 아이로 만드는 인성 특징을 습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자, 부모, 아이, 우리 모두가 이런 쟁점에 관여해야 한다." (본문 372쪽)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스마트폰 알람이 이제는 너무나 친근하다. 알람을 바로바로 확인하는 것이 아이들과 놀고 대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까. 아이들에게는 늘 잠깐만! 찬스를 쓰고는 잠깐만 하고 외치는 사이에 아이들이 느꼈을 배신감이나 허탈함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주고받는 메시지에 희희낙락하며 아이들과의 관계가 소홀해지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살았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디지털 기기 중독이 나쁜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요즘은 다 그렇지 않나 하며 자위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를 반성하며 돌아보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끼고 살던 스마트폰을 저만치 밀어두고 아이의 일거수일투족 사진을 찍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아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는 삶을 시작해보려 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새삼스레 한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스마트 기기에 중독된 부모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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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서천석 지음 / 창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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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섯 살 남자아이의 마음이 궁금하다. 모든 이야기를 똥과 연관 지어 이야기할 때, 예쁜 말을 왜 써야 하는지 누누이 설명해 주었음에도 나쁜 말부터 입에서 나올 때, 꼭 안된다고 하면 청개구리 짓 하곤 할 때 소위 '멘붕'이 오곤 한다. 아이를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도통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짜증 내기보다는 공감해주고, 아이가 슬퍼할 때 울지말라며 다그치는 말보다는 함께 슬퍼해주고, 짜증 낼 때는 다독거려줄 수 있을 텐데 그럴 수 없어서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아이를 키우면서 터득한 결론은 육아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름길이라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의 조언도 구해 보지만 다른 집 아이가 우리 아이와 같을 수 없기에 조언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아이와의 관계가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지옥 같은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방법들을 찾아다닌다. 도움이 될만한 EBS 프로그램도 보고, 육아서적들을 탐독하고, 학부모 강연도 들으러 다니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한다. 아이들은 이런 엄마의 마음도 모른 채 소중한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만 갈 뿐이다. 그렇게 쌓은 하루하루의 노하우로 아이를 이해하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터득해 나가고 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늘 육아에 대한 짐을 마음 한편에 담아 두고 있었는데 그림책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다니, 솔깃했다. 게다가 서천석 선생님의 책이었다. 2년 전 서천석 선생님의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를 읽고 육아가 너무나도 힘들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터라 이것저것 따져보지 않고 읽어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왜 그림책일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아이는 그림책을 좋아하는데,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면 바쁘고 힘들어도 읽어주려고 한다. 그런데도 나의 육아가 쉬웠던 적은 없었다. 그림책 덕분에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그림책이 해답이 될지도 모른다는 확신 같은 건 내 안에 애초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림책은 아이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뿐만 아니라 엄마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은 아이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건 아이의 마음이 아니라 그림책 속의 글자였다. 그것으로 내 할 일을 다 했다는 위안을 했을 뿐이다. 아이들은 그림책 속에서 안심, 믿음, 사랑, 정서적 안정, 편안함, 안락, 평화, 위안, 용기를 경험하고 배운다. 그 위에서 모험도 상상도 꿈도 생각도 자란다. 그림책이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해답이 되는 이유이다.

 

"아이가 세상을 탐색하려면 엄마의 포옹이 필요하다. 그 포옹에서 기운을 얻어 다시 세상을 탐색할 수 있다.

엄마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은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그림책을 살펴본다. 상징으로 살펴보는 아이들 마음, 발달 과제에 따른 그림책 읽기 그리고 심리적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다룬 그림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다. 예전에 읽었던 발달 과정에 관한 책이 일목요연한 내용 전달이 전부여서 쉽게 와 닿지 않았다면 그림책을 통한 발달 과정은 이 책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되어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나 부모는 나의 이야기일수도 있기에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된다. 저자는 그림책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어낸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들은 대부분 아이에게 읽어주었던 작품인데도 내가 이해했던 내용과는 많이 달랐다. 같은 책 다른 느낌이었다. 그만큼 아이의 마음 읽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성장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나 조금은 더 자란 지금이나 부모는 아이와 함께 자랄 수밖에 없구나 싶다. 아이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절대 아이의 성장만을 따로 떼어 놓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다. 아이의 나이에 맞게 조금 더 자란 엄마 아빠의 모습 속에서 아이는 더 큰 자양분을 받고 더 크게 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으뜸 헤엄이>의 작가 레오 리오니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린이책을 쓰기 위해서는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 반대로 어린이책을 쓸 때 한 걸음 떨어져 어린이를 어른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자 했던 주체적인 생각이 담긴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도 우리가 바라고 욕망하고 추구하는 똑같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렇게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했던 작가들의 그림책이니 말로 전달하는 그 이상의 깊은 뜻이 담겨 있을 터였다. 한 권의 그림책을 읽어주더라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림책이 전해주는 감동을 함께 공유하는 바람직한 책 읽기를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해보고자 한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몰랐던 여섯 살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아이의 마음을 읽고 싶은 간절함이 있는 부모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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