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동물농장 - 스노볼의 귀환
존 리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천년의상상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모든 동물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무엇이 되느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기억할 것이다. 조지 오웰 식 공산주의 풍자가 인상 깊은 작품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존 리드의 자본주의 동물농장을 읽으며 오웰이 말하고자 했던 유토피아가 자본주의인지, 해답이 될 수 있는지 묻는 흥미로운 책이다. 추방당한 돼지 스노볼이 농장으로 돌아와 자본주의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출간된 신간이지만 원작은 미국에서 2002년에 출간되어 숱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십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보아 온 미국 자본주의의 굴곡진 단면이 교묘하게 겹쳐질 수밖에 없다. 오웰이 풍자한 체제가 어떻게 새로운 사회를 형성하고 체계화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아야 하고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동물농장에서 쫓겨난 스노볼이 돌아왔다. 늙은 돼지들이 죽어갔고 농장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했다. 그때 스노볼은 어쩌면 하나의 대안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인간의 옷을 입고 두 발로 걷고, 남아 있는 동물농장 동물들에게 더 나은 길을 약속한다. 그리고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경제라 부르는 것을 보았으며 자원을 체계화하는 방법을 분석한 뒤 농장을 부흥시킬 계획을 갖고 있었다. 쌍둥이 풍차가 동력이 되어 온수와 전깃불, 전기난로, 에어컨, 창문이 달린 축사방 등 꿈같은 미래를 보장한다. 스노볼의 옆에는 박사 학위를 받고 의사이자 법률가이자 건축가인 든든한 지원자인 토머스가 있다. 더 나은 길을 보여주기 위해 돌아왔고, 불가능한 꿈을 꾸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동물동장은 그 꿈이 실현되는 땅이 될 거라며.
"꿈이 실현되는 땅이 될 거요. 온수 목욕, 에어컨. 우리가 우리 꿈을 실현하지 않았소? 우리는 실현했소! 자 그러니까 이제 다른 모든 이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웁시다. 우리의 이 비전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안락으로, 동물의 안락으로 우리에게 보답할 거요!" (본문 94쪽)
농장 동물들은 옷 입는 법을 배우고 두 발로 걷는 법을 배운다. 알파벳을 익히고 사회를 배운다. 많은 동물들이 꿈을 찾아 동물농장으로 찾아온다. 스노볼은 말한다. 우리의 꿈이 실현되었듯 다른 모든 이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그리고 동물농장은 또 다른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동물농장은 동물 장터로 바뀐다. 거대한 테마파크다. 동물의 모든 안락으로 이끄는 거대한 테마파크. 이제 동물 농장은 스노볼이 보는 대로 이해하는 곳이 되었고, 자유도 평등도 기회도 정의도 스노볼이 꿈꾸는 세계일 뿐이다.
오웰의 동물농장이 보여주듯 그가 꿈꾸었던 유토피아란 현실에 없었다. 그리고 존 리드의 <자본주의 동물농장>도 말한다. 자본주의 방식의 유토피아도 궁극에는 해답이 될 수 없음을. 사회는 삭막해지고, 일자리는 로봇들이 사람을 대신하고, 환경이 오염되어 지구는 황폐해지고, 부의 불평등, 빈민자 들의 노동력 착취, 자꾸만 멀어져 가는 계급 격차, 이주 노동자 차별 문제, 복잡하게 얽힌 이웃들 간의 분쟁, 사회 내 갈등,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희생되는 약자들, 핵폭발 위기로 긴장을 풀지 못하는 국가 간 위기 관계 등 과연 우리가 꿈꾸었던 사회가 맞는지 묻는다. 스노볼이 내건 목소리는 동물들은 안신시키고 왠지 나은 길로 나아가는 것만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이 나온 이후 미국에서 일어났던 혹은 감춰진 수많은 진실들을 우리는 마주해 왔고 현재도 국가 간 긴밀한 관계 속에서 세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아프칸 이라크 전쟁 소식이 들리고,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전 세계의 경제 위기를 겪어야 했고, 미국의 대형 금융사, 증권사들의 파산 등 이제 세계 경제시장은 미국의 말 한마디 정책 하나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자본주의 롤 모델로 미국을 꼽아 왔던 탓에 타격은 실로 어마어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최근 미국금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자본주의는 이대로 좋은지 생각거리들을 던진다. 우리가 꿈꾸는 자유, 평등, 정의가 있는 사회는 과연 가능할까.

"수많은 질문을 받았던 벤저민은 마침내 답을 찾았다. 수많은 날을 살았던 벤저민은 마침내 살아갈 이유를 한 가지 찾았다. 좌절하고 상심하여 냉소적이었던 당나귀 벤저민은 사랑, 에메랄드, 킵, 장터의 모든 동물을 향한 사랑이 자신 삶의 의미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의 목숨을 구하고자 벤저민은 자기 목숨을 내놓았다." (본문 192쪽)

저자는 그 해답은 우리 스스로가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수많은 질문에도 침묵을 지키던 벤저민이 답을 찾은 것처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던질 줄 알았던 당나귀 벤자민의 선택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무엇이 되느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결정한다는 말은 그래서 옳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 주변국들이 끊임없이 보내오는 경고도 새겨 들어야겠고, 이 책에서 보여주는 자본주의 허점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스노볼이 그랬듯 이래도 저래도 다 괜찮다고 말하고 불가능한 꿈만을 꾸기엔 우리에겐 넘어야 할 악이 너무 많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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