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서천석 지음 / 창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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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섯 살 남자아이의 마음이 궁금하다. 모든 이야기를 똥과 연관 지어 이야기할 때, 예쁜 말을 왜 써야 하는지 누누이 설명해 주었음에도 나쁜 말부터 입에서 나올 때, 꼭 안된다고 하면 청개구리 짓 하곤 할 때 소위 '멘붕'이 오곤 한다. 아이를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도통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짜증 내기보다는 공감해주고, 아이가 슬퍼할 때 울지말라며 다그치는 말보다는 함께 슬퍼해주고, 짜증 낼 때는 다독거려줄 수 있을 텐데 그럴 수 없어서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아이를 키우면서 터득한 결론은 육아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름길이라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의 조언도 구해 보지만 다른 집 아이가 우리 아이와 같을 수 없기에 조언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아이와의 관계가 하루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지옥 같은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방법들을 찾아다닌다. 도움이 될만한 EBS 프로그램도 보고, 육아서적들을 탐독하고, 학부모 강연도 들으러 다니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한다. 아이들은 이런 엄마의 마음도 모른 채 소중한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만 갈 뿐이다. 그렇게 쌓은 하루하루의 노하우로 아이를 이해하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터득해 나가고 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늘 육아에 대한 짐을 마음 한편에 담아 두고 있었는데 그림책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다니, 솔깃했다. 게다가 서천석 선생님의 책이었다. 2년 전 서천석 선생님의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를 읽고 육아가 너무나도 힘들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터라 이것저것 따져보지 않고 읽어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왜 그림책일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아이는 그림책을 좋아하는데,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면 바쁘고 힘들어도 읽어주려고 한다. 그런데도 나의 육아가 쉬웠던 적은 없었다. 그림책 덕분에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그림책이 해답이 될지도 모른다는 확신 같은 건 내 안에 애초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림책은 아이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뿐만 아니라 엄마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은 아이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건 아이의 마음이 아니라 그림책 속의 글자였다. 그것으로 내 할 일을 다 했다는 위안을 했을 뿐이다. 아이들은 그림책 속에서 안심, 믿음, 사랑, 정서적 안정, 편안함, 안락, 평화, 위안, 용기를 경험하고 배운다. 그 위에서 모험도 상상도 꿈도 생각도 자란다. 그림책이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해답이 되는 이유이다.

 

"아이가 세상을 탐색하려면 엄마의 포옹이 필요하다. 그 포옹에서 기운을 얻어 다시 세상을 탐색할 수 있다.

엄마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은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그림책을 살펴본다. 상징으로 살펴보는 아이들 마음, 발달 과제에 따른 그림책 읽기 그리고 심리적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다룬 그림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다. 예전에 읽었던 발달 과정에 관한 책이 일목요연한 내용 전달이 전부여서 쉽게 와 닿지 않았다면 그림책을 통한 발달 과정은 이 책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되어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나 부모는 나의 이야기일수도 있기에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된다. 저자는 그림책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어낸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들은 대부분 아이에게 읽어주었던 작품인데도 내가 이해했던 내용과는 많이 달랐다. 같은 책 다른 느낌이었다. 그만큼 아이의 마음 읽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성장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나 조금은 더 자란 지금이나 부모는 아이와 함께 자랄 수밖에 없구나 싶다. 아이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절대 아이의 성장만을 따로 떼어 놓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이다. 아이의 나이에 맞게 조금 더 자란 엄마 아빠의 모습 속에서 아이는 더 큰 자양분을 받고 더 크게 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으뜸 헤엄이>의 작가 레오 리오니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린이책을 쓰기 위해서는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 반대로 어린이책을 쓸 때 한 걸음 떨어져 어린이를 어른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자 했던 주체적인 생각이 담긴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도 우리가 바라고 욕망하고 추구하는 똑같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렇게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했던 작가들의 그림책이니 말로 전달하는 그 이상의 깊은 뜻이 담겨 있을 터였다. 한 권의 그림책을 읽어주더라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그림책이 전해주는 감동을 함께 공유하는 바람직한 책 읽기를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해보고자 한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몰랐던 여섯 살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아이의 마음을 읽고 싶은 간절함이 있는 부모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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