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간들 - 이보영의 마이 힐링 북
이보영 지음 / 예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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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의 독서 에세이를 읽고 있노라면 으레 열패감이 들기 마련이다. 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들을 잘도 캐치하고 뛰어난 필력으로 책을 포장해주기 때문이다. 공감이 먼저가 아니라 작가들의 안목과 세상을 다르게 보는 능력을 마냥 부러워하게 된다. 이보영 님의 신간 <사랑의 시간들>은 그런 부담을 내려놓고 읽게 되어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녀가 읽은 책만 봐도 그렇다. 지적 척도를 가늠할 어려운 책들이 아니다. 누구나 읽고 공감했음직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녀 스스로 가식이나 허위로 자신을 포장하려고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독서가 취미인 배우가 책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어떤 사람들은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다르기도 하고,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백 퍼센트 일치하는 사람도 있다. 배우 이보영 님은 연기를 통해 쌓아온 곧은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실제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다. 한 권의 책으로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는 있다. 이보영 님은 연기를 통해서 보아온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일치하는 사람 같다. 인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진심을 담은 연기를 하고 시청자들과 교감하고자 노력하는 배우라고 알고 있는데, 책에서 느껴지듯 삶을 바라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자세가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솔직한 마음을 엿보는 게 이런 느낌일까. 마음속 응어리가 먼저 반응했던 것 같다. 누구에게도 솔직해져 본 적 없는 숨은 감정들이 꿈틀대는 것만 같았다. 어릴 적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라 마음속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갔던 아이가 성인이 되어 결코 꺼낼 수 없었던 상처를 꺼내보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생각과 말이 다른 모습을 연출했던 스스로의 모습도 돌아보게 된다. 누군가의 솔직한 울림이 독자들에게 꽁꽁 숨겨둔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녹여준다. 그녀가 책으로 받았던 위로를 책으로 위로를 한달까.
"시간이 흘러 나는 내 기준으로 아이를 판단하는 어른이 되고 말았다. 예전의 그 마음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이의 눈을 가진 엄마가 되겠다던 결심은 사라지고 내 생각만 더 분명해진 어른이 됐다. 촬영장에서 아역 배우들을 만나면 마냥 예쁘고 귀여웠는데 이제는 일에 치여 아이들이 그저 연기만 잘해주기를 기대했다" (본문 53쪽)
세월을 따라 책과 함께 의미 있는 성장을 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이 먹는 것을 한탄하기는 쉬워도 나이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어른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가 마주하고 성장해 왔던 시간을 만나고 공감하고 이해하고 드러내지 못한 내 안의 감춰진 욕망도 들여다보며 나도 조금씩 성장을 해 나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로도 얻게 된다. 어제와 다른 내가 생각하고 숨 쉬고 있다는 기쁨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자 독자들의 특혜가 아닐까 한다.

책을 대하는 이보영 님만의 고운 마음도 그냥 흘려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책의 가치는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한다. 한 번 스윽 읽고 마는 인스턴트식 책 읽기보다는 다른 환경, 다른 마음가짐으로 읽어보며 의미를 새롭게 하는 것도 책이 주는 가치겠고, 삶의 나침판이 되어주었다가 친구가 되었다가 위로가 되었다가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하고 스스로를 깨우치게 도와주는 것이 책이다. 인생에 책이 그만큼 깊이 관여하고 있는데 책을 대하는 마음이 게으르고 거만할 리가 없다.

행복, 사랑, 나이 듦,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 성공, 후회, 욕망..................이 모든 것들은 인간이라면 살면서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지혜롭게 헤쳐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의미 있게 변화시키기도 하고 누군가는 무심한 듯 지나쳐 가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현재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자기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줄 줄 아는 사람일 것이기에 내가 너일 수 있고 너로 인해 네가 나일 수 있다는 삶의 위로를 보내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배우 이보영이 자신과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 아닌가 한다.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가 독서 에세이를 책으로 내자고 의뢰해왔다고 치자. 책을 내기로 하고 책에 들어갈 책들을 선택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울렸던 책들이 책 한 권 낼 정도의 독서량도 있어야 할 것일 테고 독서 에세이인 만큼 책을 통해 일관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고된 촬영 후에도 꾸준히 독서를 해 오고 있는 면도 그렇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 가는 모습도 그렇고 배우 이보영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를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런 배우가 하는 연기도 다르지 않았을까. 연기 잘하는 배우로 선한 이미지를 각인시킨 이보영만의 매력이 꾸준한 독서습관에서 온 것이라면 과장일까. 아마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가끔은 그녀의 멋진 연기를 보면서 그녀의 책을 읽으며 힐링했던 지금의 나도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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