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화 탐사 - 在英 저널리스트 권석하의
권석하 지음 / 안나푸르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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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화를 알고 이해하려면 그 문화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머릿속으로만 알고 이해하는 것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늘 낯선 곳을 동경하고 언젠가,라는 꿈을 꾸기도 한다. 때로는 어디선가 보았던 사람들의 흔적들을 따라가 보기도 하면서. 여의치 않을 땐 여행 서적들을 곁에 두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대개의 여행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봐야 할 곳, 보이는 것들에 주목한다면 저널리스트 권석하 님의 <유럽 문화 탐사>는 삶이 곧 문화가 되고 그 문화 속에 숨은 거장들의 삶에 주목한다. 유럽의 문화 속으로 녹아든 역사, 더불어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는 살며 사랑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화가로는 모네, 반 고흐, 피카소, 문인으로 빅토르 위고, 셰익스피어, 괴테, 에밀리 브론테, 톨스토이, 헤르만 헤세, 찰스 디킨스, 오스카 와일드, 제인 오스틴과 버지니아 울프, 음악가로 바그너, 비틀즈, 헨델과 바흐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길이 남을 거장들의 삶과 죽음, 사랑과 열정, 도전과 좌절, 슬픔과 분노 등 그 인생의 흔적을 따라 유럽 곳곳의 문화적 풍경을 담아낸다. 작가들이 살았던 곳곳을 세세하게 담아낸 사진들이 눈을 즐겁게 할 것이고, 생애에 녹아든 숨은 뒷이야기들은 귀를 솔깃하게 한다. 그리고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거장들을 다른 시각으로 만난다.
연인이자 아내로서 모네의 단골 모델이 되었던 까미유의 슬픈 사랑을 담은 이야기 때문인지 모네의 작품에 남모를 애틋한 정도 느껴지고, 자신의 위대한 그림조차도 슬픔의 통로가 되지 못 했던 불행한 삶을 살다간 고흐의 삶과 자살한 사람들의 방은 수리하거나 세를 놓지 않는다는 관습 때문에 금방 고흐가 죽어 나간 거처럼 보인다는 곰팡이 냄새가 나는 얼룩진 방의 풍경은 작품을 더욱 애잔하게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잔 다르크와 얽힌 정치적 음모는 역사를 다시 보게 될 것이며, 셰익스피어 진위 논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왜 셰익스피어가 우리가 아는 셰익스피어가 아닌지 그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유난하게 총명했던 여류 작가들의 짧은 생과 비극적인 삶은 작품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스테인드글라스의 존재 목적과 음악과 스테인드글라스의 그림이 지상 천국을 체험하게 하는 당시 신자들을 위한 배려였다는 것도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비밀의 정원을 가지고 있다. 이 방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비밀과 고흐의 문제를 같이 연결해서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이 방이 빈방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본문 55쪽, 라부 여인숙을 지키는 얀센과의 인터뷰 중에서) ​

거장들이 나고 살았던 곳은 어떤 곳일까.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며,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소박하다. 모네의 혼이 담긴 에뜨르따, 고흐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시골 마을 아를, 잔 다르크의 도시 루앙,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 포드, 영국 걷기의 심장과 영혼이라고 불리는 영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호수지방, 브론테 세 자매가 살았던 척박한 시골 동네 하워스, 위대한 작품을 낳은 헤세의 정겨운 고향 칼프 등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느리게 사는 삶과 여유의 진수를 보게 된다. 분명 낯선 공간임에도 저자의 호기심이 보여주는 거장들의 삶과 흔적들은 더없이 친근한 곳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소박하지만 그들의 생을 닮은 그곳에서 모네는 아내 까미유를 모델로 우직한 그림을 그렸고, 고흐가 누비고 다녔던 골목에서는 고흐가 여전히 그곳에 있을 것만 같다. 셰익스피어를 낳은 스트랫 포드는 희곡의 대명사가 되었고, 톨스토이의 고향은 방문객들이 쉬어가는 쉼터가 되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외롭고 바람 부는 언덕에서 에밀리 브론테는 히스 클리프를 탄생시켰고, 햄프셔의 아름다운 전원에서 제인 오스틴은 세상에 반기를 든 조용한 혁명가가 되었다. 윌리엄 워즈워스는 아름다운 그곳에서 낭만파 시를 썼으니 이쯤 되면 위대한 작품이 작가의 머릿속에서 그냥 나오는 것도 아닐 테지만 아무 데서나 불쑥 나오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작품은 환경의 산물인 것이다.
​깨알 같은 연구에 대한 정보도 흥미롭다. 연구가들이 밝혀내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이 책의 감초와도 같다. 예를 들어 모네의 편지를 토대로 <에뜨르따 절벽의 일몰>을 그린 정확한 시간과 위치를 읽어내는 것이 그렇고, 언어의 마술사라 일컬어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정확한 단어 수나 연극에 몇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삶과 더불어 죽음에 얽힌 흥미도 놓치지 않는다. 사회에 끼친 영향에 따라 무덤의 크기나 안치된 장소에 따라 어떤 대접을 받는지도 보게 되고, 사후 대접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기도 한다. 너무 대단한 삶이라 죽어서도 마음처럼 묻히지 못하는 작가들도 많고, 위대한 업적과 다르게 너무나 소박한 무덤까지 삶뿐만 아니라 죽음까지도 남다른 풍경이 또 다른 재미를 더한다.

황홀한 여행이었다. 단숨에 읽어버리면 아쉬울 것 같아 아껴서 읽었다. 유럽의 문화를 느끼고 싶은데 여의치 않을 땐 이 책이 알찬 동행이 되어줄 것이다. 괴테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특별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이 관점에 달려있다고.'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작품들이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작가들을 찾아 떠난 여행이 특별한 것은 없을지 모르지만 작가가 무엇을 느끼고 담고자 했는지에 따라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음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거장들의 숨결을 느끼며 유럽의 문화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다. 하지만 안다. 이 짧은 기간의 느낌으로 새롭게 작품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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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빈부격차 확대를 경고하는 피케티의 이론 만화 인문학
야마가타 히로오 감수, 코야마 카리코 그림, 오상현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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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흥미로운 설문이 뉴스 기사에 뜬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조사됐다고 한다. 돈이 돈을 낳고, 돈이 있어야 공부도 잘하고 성공도 한다. 돈이 그 사람의 부와 지위뿐 아니라 성격도 만든다. 가진 것이 많으면 한없이 너그러워질 수 있어 주변에 친구도 많지만 가진 것이 없으면 주변에 친구도 없다. 설마 하겠지만 슬프게도 우리 현실이다. 잘 사는 사람은 대대손손 계속 잘 살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고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엔 그래도 개천에서 가끔은 용도 나오고 했는데, 이제는 용이 나오기 힘들단다. 만약 그렇다면 열심히 살아야 하는 당위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흥미로운 경제학자가 있다. 토마 피케티. 최근 <21세기 자본>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세계 경제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세계에서는 격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경제 성장이 모든 문제의 답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어왔지만 시장경제에 맡겼던 부의 분배는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그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책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다. 그는 경제 성장을 기대하고 자본주의를 방치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고 주장한다. 근거로 세계 각국, 200년 이상의 데이터를 15년에 걸쳐서 조사 연구한 성과가 <21세기 자본>에 나오는 r(자본 수익률)>g(경제성장률)라는 부등식이다. 노동자가 생산성을 높이는 속도가 자본이 증식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다.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이 피케티의 이론을 보다 알기 쉬운 만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비교적 이해하기 쉬웠던 만화라서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읽다가 스스로에게 질문도 던지게 된다. 우리 경제에 늘 r(자본 수익률)>g(경제성장률) 부등식이 성립한다면 노동자들에게 희망은 전혀 없는 것일까. 태어나면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사람과 평민과의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면 왜 힘들여 노동을 해야 할까. 그저 주식을 해서 목돈을 만드는 것이나 부동산 투자가 노동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피케티가 궁극에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 격차를 억제해야만 하고 국가 차원의 거시적인 정책이 세계 경제에 반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자기 나름의 자본과 노동의 밸런스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과 정책에 대한 요구도 격차를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격차란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세금 제도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기능 보급과 교육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육아 지원과 실업 보험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EU는 혼란이 거듭되는 유럽 지역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할 것인가? 이것은 개인 혼자서 노력해 어떻게든 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국가 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피케티가 주장하는 빈부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세계적 누진자본세를 언급한다. 얼핏 이상적일 수도 있겠다. 오랜 세월 시장경제에 익숙해진 우리 경제에 낯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피케티는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어쩌면 부의 격차 문제는 그 격차를 해소할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피케티가 바라는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험난한 과정도 있을 것이고 큰 파동도 겪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모든 해결의 시작은 문제의식을 갖는 것부터가 아닐까 한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세계 경제에 던지는 문제 의식이라면,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경제하면 어려운 분야이고 나 몰라라 했던 스스로에게 던지는 깨우침의 선물이다.

산다는 것은 먹고사는 일이기에 우리는 좋든 싫든 노동을 한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며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자신이 불평등한 환경 속에서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해도 힘들게 얻은 자리를 박차고 나올 용기조차도 없다. 정년퇴직까지 붙어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이마저도 없다면 곤란할 것 같아 무턱 태고 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100세 시대라는데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해진다. 늙어서 지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연금도 들고 있지 않다. 그런 위기감을 늘 안고 살아간다. 만약 그런 상황에 스스로를 계속 놔둔다면 부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당장의 필요에 의한 노동도 중요하겠지만 자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공부나 투자,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산층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중산층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데, 중산층이 없으니 나라가 제대로 잘 살 수가 없다. 격차를 억제하는 데에 전 세계가 한마음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피케티가 주장하는 격차 억제 방법이 다소 공상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화에 맞춘 세계 경제에 나의 것 너의 것이라는 완전한 구분은 모호할 뿐이다. 나와 너는 공동 운명체에 놓여 있을 뿐 아니라 더불어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나와 국가가 별개가 아니고 국가와 국가가 별개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개인은 개인으로 생산력을 높이는 경제활동을 해야겠고, 정부는 국민과 개인을 지원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개인이 있고, 국가가 모여 한마음이 된다면 피케티의 주장도 공상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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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 (반양장)
트리나 포올러스 지음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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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꽃으로 가득 차려면 수많은 나비가 필요합니다."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늘 고민한다. 나의 삶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때부터 시작된 고민이기에 지겨울 만도 한데 전혀 지겹지가 않다. 오히려 그런 고민들이 있었기에 조금은 달라진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을 땐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앞둔 그 순간에도 나는 삶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삶이란 무엇이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기에. 인생이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유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그 안에서 조금씩 알아지는 것들을 토대로 또 조금씩 발전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하며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어딘가에는 허무와 절망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꿈과 희망이 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신념과 믿음으로 그저 나아갈 뿐이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그 어딘가를 찾아가는 애벌레들의 이야기다. 애벌레들이 나비로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을 삶과 죽음 사랑과 슬픔 좌절과 희망을 담고 있다. 태어남과 동시에 나비가 되지도 않을뿐더러 나비가 되기까지 그 지난한 과정을 견뎌야 한다. 우리 삶도 애벌레와 다르지 않았다. 열심히 일하고 배부르고 등 따시니 좋더라, 묵묵히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배가 부르니 인생이 먹고 자는 것, 그게 다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꿈을 좇는 이들, 성공하기 위해 남을 무참히 짓밟고 올라가려는 이들, 그리고 인내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 스스로 깨닫고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 누군가의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 자극이 되어주기도 하면서 나비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애벌레들의 다양한 삶 속에서 우리들의 삶도 다르지 않음을 보게 된다.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한 사유는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그저 누군가를 짓밟기 위해 살며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다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꽃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나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꽃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존재가 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을까.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 먹고 있는 애벌레는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날기를 간절히 원해야 돼.

하나의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간절하게."

결국 삶이란 무엇인가를 조금이나마 알기 위해서 자기 성찰과 깨달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호랑 애벌레가 다른 애벌레들을 짓밟으면서까지 오르려고 했던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 과정은 지난했으나 값진 것이었고, 미련 없이 자신의 길을 가고자 했던 노랑 애벌레의 신념 또한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가치이다. 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애쓰는 노력들이 이 세상을 보다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비가 되기 위해 하나의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간절한 소망을 마음속에 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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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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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프랑스 문단의 문제적 작가, 아니 에르노의 짧지만 깊은 감정의 층위를 표현한 소설 '단순한 열정'을 읽었다. 사실 연애 감정의 열정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표현해낼 줄 아는 그 열정에 더 반해버렸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사실 난 불륜에 대한 알레르기 같은 게 있다. 하지만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는 늘 사랑의 편을 들곤 했던 터라, 사랑과 불륜이 만났을 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기준 자체도 모호한 감정의 층위 중 하나이겠지만 아니 에르노가 보여준 <단순한 열정>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싶게 불륜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으면서도 그녀의 열정에 대해서만큼은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게 된다. 사랑하는 순간 한 남자에 대한 기억만으로 채워진 열정이 흐릿해지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낱낱이 써 내려갔던 것은 아닐까 한다. 사랑의 그 기억을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해.

"나는 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11월 11일에 다녀갔다 라거나 그리고 몇 주가 흘렀다 하는 식으로 정확한 날짜를 밝히는 연대기적인 서술 방식으로 글을 쓰고 싶지도 않다. 우리 관계에서 그런 시간적인 개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언제나'와 '어느 날'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열정의 기호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기호들을 한데 모으면 나의 열정을 좀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을 열거하거나 묘사하는 방식으로 씌어진 글에는 모순도 혼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글은 순간순간 겪은 것들을 음미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일을 겪고 나서 그것들을 돌이켜보며 남들이나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인 것이다." (본문 27쪽)

사랑의 경험을 통해 저자는 세상과 자신을 구분하고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한다. 온몸으로 남들과 다르게 시간을 헤아리며 살며 어떤 일에 대해 얼마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숭고하나 치명적이까지 한 욕망과 위엄 따위 없는 부재, 다른 사람들이 그랬다면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신념과 행동을 스스럼없이 행하는 자신을 보며 저자는 오히려 열정적 사랑의 경험이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주게 해 주었다고 말한다. 이 또한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불륜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인간의 감정을 전혀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지 않는가에 대한 논지를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같은 것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본문 74쪽)
우연한 기회에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한 여인이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시간이 흘러 그와 헤어진 후, 그 사랑이 남겨둔 기억들을 그대로 담아낸 한 여인의 사랑 이야기이다. 한 번쯤 사랑에 빠져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갈 이야기인 것 같다. 너무나 사실적이고 너무나 냉철한 방식으로 그 기억들을 써내간다. 짧은 이야기지만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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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명로진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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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시는 분들을 존경해요. 그냥 글을 쓰기도 쉽지 않은데,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야 하니 글쓰기에 관한한 웬만큼 자신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 명로진 님은 화려한 이력을 갖고 계신 분이더군요. 신문기자, 연극과 영화의 배우로 출연도 했었고, 글쓰기와 고전 강의를 하면서 네이버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년간의 글쓰기 경험과 다양한 체험을 통해 글쓰기에 대해 느낀 저자만의 노하우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작가 지망생들은 필사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작가 지망생은 아니지만 이왕 쓰는 글 좀 더 재미있고 조리 있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필사 관련 책들을 찾아보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표지 문구 '모두가 기다려온 쉽고 빠른 글쓰기 해결책!'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글쓰기가 왜 중요하고 어떻게 글쓰기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필사가 처음이거나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각 장의 끝에는 훌륭한 작가들의 글을 실어 베껴 쓰기 교본으로 엮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좋은 작가의 글을 하루에 한두 페이지씩 베껴 써 보고 1년쯤 지나면, 글쓰기에 부쩍 자신이 생기게 된다고. 그때 쓰는 글은, 이전에 썼던 글과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고요. 사소한 글이라도 좋은 글이 낫겠다는 생각에 필사를 해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무언가 갈증을 느낀다면 무턱대고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은 미미할지라도 생각만으로 그치는 것보다는 직접 부딪히고 깨져보는 경험이 중요하겠지요.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합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생각만으로 절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쓰려고 노력하면서 그 실력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도 영감이 떠오르든 말든 일단 정해진 시간에 책상에 앉는 것으로부터 시작했고, 자전적 글쓰기 분투기를 쓴 서민 교수도 <서민적 글쓰기>에서 글을 잘 쓰기 위해 10년 동안의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해야 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요령이 아니라 꾸준한 글쓰기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책이 쉽게 읽히는 이유는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경험해 보았을 글쓰기의 어려움을 꼼꼼하게 되짚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글은 단순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글을 쓸 때 흔히 하는 오류들을 예시문으로 들어 이해를 돕습니다. 긴 문장보다는 짧게 한 문장을 만들고 주어와 술어를 일치시켜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도록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독자의 이해를 구하려고 장황해지는 글이 되어서도 안되고, 끝까지 읽고 싶은 글이 될 수 있도록 글의 시작이 의미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최고의 도입부 소설'이라는 제목의 흥미로는 포스팅을 본 적이 있는데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카뮈의 이방인 '오늘 엄마가 죽었다.', 이상의 날개에 나오는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등 이제는 그 작가 하면 첫 문장을 떠올릴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명문장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들이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첫 문장의 임팩트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글쓰기의 기본적인 기초만 알고 있다면 되든 안되는 짧은 글이라도 쓸 수 있겠지요. 조금씩 매일 꾸준한 글쓰기 훈련을 통해 좀 더 깊은 글쓰기로 확장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런 훈련을 통해 자신만의 글쓰기 노하우를 터득해가지 않을까요? 글쓰기는 생각이 아니라 실천일테니까요. 이 책은 훌륭한 작품들의 필사를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글쓰기의 기초부터 시작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는 유용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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