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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김대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6월
평점 :
"우리는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을 볼 줄 알아야만 한다. 그것이 설사 불편한 진실이더라도 말이다."
드레스 색깔 논란, 생각 수술, 존재, IT 시대, 무인 자동차, 시뮬라크라 코리아, 불통과 소통,
확률적 착시, 갑과 을 등은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던 사회현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뇌와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카이스트 교수이자 뇌과학자로 저명한 김대식 교수의 책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에서 다루고 있는 화두이기도 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우리 인간사이기도 하다. 세상은 얼마나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비상식적인 세상에서 상식적으로 살기
위한 뇌에 얽힌 세상 이야기를 만난다. 인간사가 과학기술 방법론을 만나 어떻게 해석되고 우리 삶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
드레스 색깔논쟁에서 알 수 있듯 세상 존재하는 것이 우리가 해석해 낸 결과물이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
자체가 우리 뇌와 빛이 해석해내는 결과물이라는 것, 우리 뇌는 우리 기억을 끊임없이 재해석한다. 우리 뇌는 매 순간의 경험과 느낌으로 기억을
업데이트하고 편집하고 있다. 단순한 색깔논쟁에서부터 진화의 핵심에 다가가고 우리 인간의 본능적인 것들에 질문을 던진다. 두 눈 부릅뜨고도 보지
못하는 진실에 눈을 뜨게 되고, 고향에서도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존재적 외로움에서는 그의 깊은 철학을 엿본다. 새로운 IT 시대를 맞아 우리가
취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해 보게 한다.
"세상은 재벌, 혁신가, 천재, 창업자 같은 IT 시대의 1퍼센트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나머지 99퍼센트의 권리를 지켜주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미래 사회의 진정한 의무다." (본문
244쪽)
저자는 형식적 공감을 경계한다. 이것은 곧 우리 세상이 가야 할 방향은 형식적은 공감이 아니라 과학적
접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과학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일까. 과학 하면 딱딱하다고만 생각하는가.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문학, 철학, 신학, 종교, 예술 작품으로 보여준다. 예술 작품과 고전을 넘나들고 역사적 기록들을 아우르며 우리가 사는 세계는 과학으로 눈을
돌리든 예술로 눈을 돌리는 근본적인 삶과 맞닿아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뇌과학
인공지능뿐 아니라 르네상스 미술과 비잔틴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이 곧 과학과 예술이 따로 분리될 수 없는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하여 책 하나를 읽더라도 사회 현상을 바라보더라도 근거 없이 믿는 것보다는 검증된 결과를 찾아보도록 하는 생각의 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가 사는 우주가 최고일 이유는 없다. 아니 최고의 우주란 개념 자체가 존재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라이프니츠가 상상하던 무한으로 가능한 우주들이야말로 현대 우주론이 가설하는 다중우주와 같은 의미이지 않을까? 139억 년 전 빅뱅 이후
급팽창한 우주는 다중우주를 만들어냈으며, 양자역학적으로 가능한 모든 결과는 결국 독립적인 다른 세상이나 우주에서 현실화된다는 가설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나, 우주의 왕인 나, 지구 최고의 거지인 나, 사이비 종교를 창시하는 나, 죽어가는 누군가의 손을 비트는
나, 이미 오래전에 죽은 나. 모든 게 가능하기에 그 어느 것도 의미 없는 다중우주가 우리 존재의 진정한 정체성이라면? 과연 선과 악의 차이는
무엇일까?" (본문 121쪽)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하게 된 것들이 있다. 살아온 세월만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 왔고 앞으로 얼마나 살지는 모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똑같은 생각이나
말투 버릇 습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살고 비슷한 교육을 받으면서도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다. 게다가 의견이 맞지
않아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왜 그럴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결국 우리는 인간이라는 것, 저마다 다른 인간들이 모여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인생에 정말 중요한 문제들은 대부분
공짜로 해결되지 않으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피눈물 나는 준비를 되풀이해야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고, 준비는 가능하지만 기적은 힘들다는
저자의 말은 깊이 새겨야 한다. 우리 인생 대부분 문제엔 여전히 '앱'이 없다.
뇌과학이라고 해서 단순히 우리 뇌에 대한 해부쯤으로 생각해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도 없지 않았으나
그보다는 삶에 보다 큰 밑그림을 그리게 됐다. 세상에 존재하는 나는 아무런 노력 없이 때로는 생각 없이 누군가가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고
개발하고 성취한 것들을 취하기만 했던 소극적인 인간이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등바등 주어진 거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였다. 어릴 적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던 세계가 지금 현실의 모습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보던 상상의 세계가 그리 멀지 않다는 것도 새삼 자각하게
된다.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가치 있는 문제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찾아볼 수 있는 넓고 깊은 생각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이 책은 새로운 창이 되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