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시가 될 때
김소월 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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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학생 시절 다이어리를 열심히 사용할 때 마음이 두근거리는 사람이 생길 때면 시를 한편씩 적어놓곤 했었다. 그때는 어찌나 감수성이 풍부했는지 모든 시가 내 마음 같고 많은 이별시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시는 더 이상 마음 이야기가 아닌 공부 대상이 될 뿐이었다. 책에서 만나는 시는 매우 딱딱하고 읽고 해석하고 외워야 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아주 오랜만에 마음이 두근거리는 시집을 만나게 되었다.

 

<사랑이 시가 될 때>는 사랑을 노래하는 우리나라의 시 70편이 담겨있는 시집이다. 아름다운 시와 함께 아름다운 사진이 함께 실려 있어 시를 읽고 난 다음 그림을 보며 얻는 여운과 감동도 진하게 남는다.

 

시어가 담겨있는 의미와 비슷한 뜻을 가진 속담을 보기에서 고르시오. 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읽는게 아니라 눈으로 마음으로 가볍게 읽는 시는 훨씬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시어에 담겨 있는 님은 잃어버린 조국을 뜻하는 것이다. 라고 열심히 해석하고 외우던 김소월님 그리고 한용운님의 시. 단순히 사랑하는 이를 뜻하는 것이라 느끼며 읽으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언어문제집에서 만날때는 그리도 딱딱한 시였는데 말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시는 첫 번째로 실려 있는 김용택님의 내 사랑은이다. 아름답고 고운 것을 보면 그리고 빈 들판이나 노란 산국 곁을 지날때면 생각나는 당신.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지금은 신랑이 된 남편과 처음으로 만나 연애를 할 적에 두근거리던 나의 마음이 생각났다. 어딜 가든 무엇을 보던 생각나던 신랑. 세상 만물이 그 사람과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마음이 간질거리던 그 시기. 지금도 신랑을 정말 사랑하지만 삶살이에 그 두근거림은 사라졌다. 하지만 시를 통해 다시 한번 느껴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일인가.

 

사랑으로 충만했던 그 시절 그리고 이별로 인해 헤어졌던 많은 사람들. 사랑과 아픔으로 가득했던 마음을 떠 올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시집을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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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온도 -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박정은 지음 / 다온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햇빛이 드는 거실의자위에 다리를 괴고 앉아있는 여자와 탁자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햇살 드는 창가와 커다란 화분이 놓여진 거실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모습이다. 2년 전의 나또한 거실에서 저렇게 평온안 한때를 즐기곤 했었다같이 사는 고양이 2마리의 그르렁 소리를 들으며 햇빛을 즐기다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꾸벅여지곤 했다거실이란 공간에 담겨있는 편안하고 행복했던 기억작가의 거실을 들여다보니 나에게도 있던 그 공간이 떠올랐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과 짤막한 글이 함께 실려있는 <공간의 온도>는 네이버 그라폴리오 연재작으로 나도 언젠가 네이버를 뒤적이며 보았던 그 작품이다걷기를 좋아하는 작가는 직접 걸어 다니며 만났던 공간을 그림으로 남기고 그 공간에 대한 기억과 느낌을 글로 적어놓았다.



사실 지방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서울에 살고 있는 작가의 모든 공간을 공감하기는 어렵다다만 함께 실려 있는 그림 그리고 글을 통해 서울에 이런 좋은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기회가 닿는다면 꼭 가봐야지 하는 공간에 대한 도전의식을 받을 수가 있다사실 못 가게 되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이미 이 책을 통해 공간에 대한 느낌을 충분히 교감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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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유독 좋아했던 나이기에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부분은 대부분 집과 관련된 공간이다예를 들면 책상 밑이나 옷장 속이 부분은 어쩜 이리 나의 어릴적과 비슷한지 마치 작가가 나의 어린 시절을 보고 이야기를 써 준 둣한 느낌이다한살 어린 여동생과 이불을 옷장이며 책상 사이에 걸쳐 텐트같이 만든 후 속에 들어가 노는 걸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그 속에 들어가 있으면 아늑하고 온갖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꾸며대며 키득거리고 놀곤했다.

 

<공간의 온도>를 읽노라면 특정 공간과 관련된 잊고 있었던 많은 추억이 떠 오른다행복하기도 하고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하는 느낌에 서글퍼지기도 한다나의 기억을 간직한 공간따뜻한 그림과 함께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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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 꽃으로
권태성 글.그림 / 두리미디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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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강아지, 어릴 적 첫사랑, 엄마, 아빠, 할머니, 오래한 사랑.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 넓은 세상에서는 아주 작지만 나에게만은 그 어느 것보다 큰 존재들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소중한 존재들. 책은 이 들에 대한 기억을 동그란 만화로 풀어놓았습니다. 쓸쓸한 나를 위로해 주고 변함없이 좋아해 주는 나의 소중한 강아지. 시간이란 악마는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 이 녀석을 소홀히 하게 만들었네요. 내가 그렇게도 좋아했던 나의 강아지는 다른 일에 묻혀 나의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 버리고 학교를 가느라 집을 나서는 잠깐만 마주치고는 말았습니다. 어느 순간 움직임이 둔해지던 녀석. 결국 녀석은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동생과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마 우리 집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거에 위안을 받고 묻어줬는데, 이 책에서는 백내장으로 앞을 못 보는 강아지가 버림을 받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에 대한 신의를 버리지 않는 녀석. 예전 너무나도 사랑했는데 잊고 지냈던 나의 친구가 생각나 가슴이 아려옵니다.

  초등학교 시절 잠시 잠깐 했었던 짧은 사랑. 그게 사랑인지 그냥 관심인지 지금은 너무나 퇴색해 버려 알 수 없지만 좋은 기분이었던 것만은 확실하게 기억나네요. 혹시라도 체육 시간 같은 팀이 될까, 자리를 바꿀 때 옆에 앉게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 했던 기억도나구요. 그때는 정말 아무런 욕심도 없이 순수하게 사람을 좋아할 수 있었는데, 지금의 저는 정말이지 너무도 까칠하기만 하군요. 잣대 먼저 들이대고 사람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 세상이 이렇게 만든 것인지 시간의 흐름에 저절로 이렇게 된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네요.

   어디서 어떻게 다루어져도 눈물을 쏟아내게 만드는 아빠와 엄마. 죽어서도 내 편일 되어줄 엄마. 험난한 가시밭길을 먼저 가시고도 힘들지 않냐 손 내밀어 주시는 아빠. 이 세상 이보다 큰 사랑과 은혜가 또 있을까요. 이분들의 사랑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만족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시 태어나 꽃으로. 이 이야기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내용이죠. 영문도 모른 체 끌려간 십대의 소녀들. 무참히 짓밟히고 버림받았던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나날을 보낼 수 있었을까요. 항상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오고, 그 당시의 일본 군인들과, 현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화가 납니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위안부 사건. 대대적인 사과와 조취가 취해져야 함이 마땅한데 눈치만 보고 서로 미루기만 하는 모양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들의 딸이, 동생이, 손녀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고통받았던 당시의 소녀들이 앞으로는 꽃같이 아름답고 기쁘게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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