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재미. 누군가에게는 독. 아이들이 들려주는 사진 합성 『용기까진 필요 없어』

용기까진 필요 없어 ㅣ 바일라 25
김윤진 지음 / 서유재 / 2025년 9월

AI 어플을 통해 기존의 사진을 수정하기도, 없는 사진을 만들기도 편한 세상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생겨난 범죄 딥페이크. 온라인상에 나와 아이들의 얼굴을 함부로 올릴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용기까진 필요 없어』는 딥페이크 범죄의 범인을 찾는 것을 큰 뼈대로 삼아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야기는 단톡방에서 시작된다. 다른 아이와 말을 섞지 않고 겉돌고 있는 전학생 강루이. 합성어플로 만든 사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안그래도 어색한 아이들 사이에서 더 싸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이런 와중 조별 과제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관계를 맺어야만 했고, 이들이 택한 과제 주제를 촬영한 영상이 실수로 학급 단톡방에 올려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늘 웃는 얼굴의 선한 친구의 영상을 끔찍하게 합성하여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과제를 위해 만난 아이들은 범인을 찾기 위해 뭉치게 된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오는 미스터리적인 긴장감. 주인공 루이가 까칠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슬픔. 슬픔과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해가며 제목의 정체가 나타난다. 거창한 고백이나 칼같은 처단과 화가 아닌 진실을 말해보는 일, 나의 마음을 조금씩 드러내는 일. 용기까진 필요 없는 사소하고 작은 선택으로 아이들은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듯이 생생한 장면 묘사와 빠른 사건 전개 속도. 결정적 순간에 멈추어 호흡을 조절하는 장치까지 이야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친구 관계의 미묘한 힘겨루기. 온라인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만들어내는 커다란 폭력. 이를 해결하며 나아가는 힘.

내일의 내가 조금 더 낫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 서유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 가능할까?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 제2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하유지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9월

얼마전에 강의를 듣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강사 본인은 책을 쓸 때 챗gpt의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이다. 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자료를 업로드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아이디어를 추가하여 내용을 정리해서 보여주면 그 글을 바탕으로 책을 쓴다는 이야기. 매우 놀라우면서도 그 글이 정말 본인이 쓴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도 나와 같은 의문이 발단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청소년문학이다. 소설의 주인공 ‘미리내’는 친구와의 교류 없이 소설 쓰기를 유일한 낙으로 삼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글에 매달리지만 온라인 반응도 영 없고 자기에 대한 확신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그런 미리내 앞에 인공지능 기능을 갖춘 로봇 ‘아미쿠’가 나타난다. 원래는 집안일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로봇이지만 미리내가 만난 아미쿠는 아주 별났다.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로봇이엇던 것이다. 하지만 오직 미리내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었으니 바로 미리내의 글이 좀 더 낫아지도록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아미쿠의 도움으로 미리내의 글은 온라인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 점점 높아져가는 인기에 벌써 세계적인 작가가 된 것마냥 들뜬 미리내를 향한 화살. “그거 정말 네가 쓴 거 맞아? 인공지능이 대신 써준 거 아냐?”라는 한마디로 미리내의 마음은 쑥대밭이 된다.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은 단순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비판하거나 경계하는 소설이 아니다. 미리내를 내세워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창작 방식을 소개하고 ‘진정한 창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한 답으로 작가는 미리내의 변화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결국 이야기를 완성하는 힘은 인간의 진심어린 마음과 열정임을 보여준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하며 언젠가는 경쟁도 해야 할 어른들에게도 충분한 생각거리를 던지는 소설 『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성의 본질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미래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물음표를 갖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현대문학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sf소설? 범죄소설? 장르를 넘나드는 소설 『2미지』

2미지
가디언슈룹 지음 / 부크크(bookk) / 2025년 4월

이 소설 뭐지?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나서 갖게 된 물음표이다.

이야기 전개 자체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어느 날 아파트 쓰레기장의 쓰레기봉투에서 발견된 사람이 손목! 경찰들은 어려지 않게 용의자를 찾을 수 있었지만 용의자의 진술이 영 미덥지 않다. 피해자의 신원이 특정지어지지 않고, 결정적 증거마저 사라지게 되어 미제 사건으로 종료... 되는 듯 싶었지만 이 사건을 몰래 주시하고 있던 기자에 의해 2번째 사건이 시작된다.

주위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한 용의자 아니 용의선상에서 벗어난 ‘한서아’. 그녀는 빌린 돈으로 주식을 마구 사들이기 시작하고, 그녀의 빼어난 미모와 미래세계에 다녀왔다는 믿기 힘든 진술이 어우러져 그녀가 사들인 주식의 주가가 솟구쳐 오른다.

결국 금감원에서 주가조작을 의심하여 조사를 나왔지만 일개 개인분석에 의한 투자 였음으로 결론 내고 무혐의로 사건을 종료된다.

첫 번째 사건은 여러 가지 정황상 주인공이 정말 외계인을 만났다는 sf 소설의 느낌을 준다. 하지만 두 번째 사건은 엄청난 천재가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 사회를 조롱하며 사기를 펼치는 범죄 소설의 느낌을 준다. 중요한 것은 두 사건 모두 피해자와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며 사건을 빠른 속도로 전개하는 엄청난 속도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건 진행 과정이 정말 재밌다!

마지막 장의 알 듯 모를 듯 아리송한 문자로 쓰여있는 저자의 메시지까지 책을 즐기게 만들어주는 『2미지』 새로운 장르의 소설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서평은 서평가 지스(@jisikinn.book)의 ‘지식인 독서단’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이 기대되는 성장 이야기 『우연한 엔딩』

우연한 엔딩
인영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7월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에게 친구란 하늘과도 같은 존재이다. 친한친구가 됐든 거리가 먼 친구가 됐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미묘한 신경전이 항상 따라다니는 그런 존재.

그래서 주인공 ‘유나’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은근한 따돌림과 대놓고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 ‘소정’. 이 친구에게 감정을 느끼며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에서 유나의 대담함이 느껴졌다. 보통의 담을 가진 아이라면 여타의 아이들처럼 나와는 상관없다는 투로 무시하고 넘어갈 그런 소정이. 유나는 소정이에게 눈과 관심을 떼지 못하고 결국 친구가 되어간다.

이 작품은 친구 사이에서 시작되는 우정을 과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지만 정확하게 붙잡는 시선이 아름답다. 유나와 소정이 사이에서 물들 듯 시작되는 우정 그리고 유나와 지영의 사이에서 옅어졌다 진해지는 가슴 떨리는 우정.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마음은 서로 다른 심장의 고동을 조금씩 맞추어 가는 듯 천천히 진행되어 간다.

제목인 『우연한 엔딩』은 내용 전체와 관련이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인 ‘우연’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불러오는 ‘엔딩’. 아이들 사이의 긴장감에 대한 엔딩, 관계에 대한 엔딩, 바스러져 가는 학창시절에 대한 엔딩. 많은 우연한 엔딩을 통하여 아이들은 성장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담백한 문장으로 오랜 잔상을 『우연한 엔딩』 조용히 마음을 두드리는 성장 소설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마음연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 행복하고 스릴 넘치는 가족여행기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 아빠, 엄마, 네 살, 두 살. 사랑스러운 벤 가족의 웃기고도 눈물 나는 자동차 영국 일주
벤 해치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사랑하는 사람과 자동차로 영국 일주라니 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짜릿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여행에 아이가 낀다면? 게다가 그 아이가 2명에다가 기저귀까지 차고 있는 꼬꼬마들이라면? 이제 3살 되는 아가를 데리고 다니는 여행을 몇 번 해 봤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명만 보필하는 데에도 손이 많이 가고 짐도 엄청나니 말이다. 그런데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책의 저자 벤 해치 가족은 그 험난한 여행을 해내고야 말았다.

친구들과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난 벤 해치 가족. 프롬머 출판사의 여행 가이드북을 써 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에 혹 하고 넘어가 호기롭게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배달용 벤 한 대에 5개월간의 도로 여행을 위한 짐을 꾸리는데 아무리 싸고 싸도 필요한 물건은 끝이 없었으며 이미 꽉 차있는 차 안에 나머지 가방을 더 이상 넣을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예상 가능하게도 여행은 순탄치 못했다. 막내 찰리의 이유식을 데워주는 레스토랑이나 까페를 찾아야 했으며, 4살 피비의 심심함도 달래줘야 했다. 게다가 여행의 주 목적 가이드북 작성을 위해 모든 명소를 방문하고 찾아다니며 매일매일 숙소를 옮겨야 했다. 나 또한 아가의 이유식 때문에 눈치를 살피며 여행을 다닌적이 여럿 있던터라 이 고충이 십분 이해 되었다. 이유식 시기가 지나가면서 먹거리의 고민이 다시 시작됐지만 말이다.

벤 해치 가족의 여행일정 중에서 내가 느낀 가장 큰 고난은 자동차 사고였다. 폐차 시킬 정도의 큰 사고여서 렌트카를 빌려 여행을 이어나가게 된다. 나 같았으면 이 시점에서 여행을 그만뒀을 터인데 여행을 이어갔다니 가족의 정신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볼 수 밖에!

하지만 이 험난한 여행 와중에 가족은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고 매일매일의 소중함과 추억을 함께 하게 된다. 매일 지지고 볶는 혼란과 문제의 연속이지만 어찌어찌 헤처나가며 여행을 완주해 내고야 만다.

여행을 끝나고 돌아온 일상의 포근함. 피비는 이제 학교에 들어가야 하고 찰리는 새 어린이집에 가야 했다. 기나긴 여행 끝에 아이들은 오히려 집을 어색해 했고, 겨우 달래며 일상의 삶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벤 해치는 부인 다이나에게 프랑스 여행을 제안하며 책이 끝난다.

여행중에 일어난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긴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읽으면서 문제가 생길때는 가슴을 졸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어쩐지 그들의 여행이 부러웠다.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과감하게 거절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부러운 느낌이 들기는 했다. 가족의 소중함 일상의 편안함 그리고 여행의 스릴과 즐거움. 이 모두를 느낄 수 있는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