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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온도 -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박정은 지음 / 다온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햇빛이 드는 거실. 의자위에 다리를 괴고 앉아있는 여자와 탁자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 햇살 드는 창가와 커다란 화분이 놓여진 거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모습이다. 2년 전의 나또한 거실에서 저렇게 평온안 한때를 즐기곤 했었다. 같이 사는 고양이 2마리의 그르렁 소리를 들으며 햇빛을 즐기다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꾸벅여지곤 했다. 거실이란 공간에 담겨있는 편안하고 행복했던 기억. 작가의 거실을 들여다보니 나에게도 있던 그 공간이 떠올랐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과 짤막한 글이 함께 실려있는 <공간의 온도>는 네이버 그라폴리오 연재작으로 나도 언젠가 네이버를 뒤적이며 보았던 그 작품이다. 걷기를 좋아하는 작가는 직접 걸어 다니며 만났던 공간을 그림으로 남기고 그 공간에 대한 기억과 느낌을 글로 적어놓았다.

사실 지방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서울에 살고 있는 작가의 모든 공간을 공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함께 실려 있는 그림 그리고 글을 통해 서울에 이런 좋은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기회가 닿는다면 꼭 가봐야지 하는 공간에 대한 도전의식을 받을 수가 있다. 사실 못 가게 되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미 이 책을 통해 공간에 대한 느낌을 충분히 교감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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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유독 좋아했던 나이기에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부분은 대부분 집과 관련된 공간이다. 예를 들면 책상 밑이나 옷장 속. 이 부분은 어쩜 이리 나의 어릴적과 비슷한지 마치 작가가 나의 어린 시절을 보고 이야기를 써 준 둣한 느낌이다. 한살 어린 여동생과 이불을 옷장이며 책상 사이에 걸쳐 텐트같이 만든 후 속에 들어가 노는 걸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그 속에 들어가 있으면 아늑하고 온갖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꾸며대며 키득거리고 놀곤했다.
<공간의 온도>를 읽노라면 특정 공간과 관련된 잊고 있었던 많은 추억이 떠 오른다. 행복하기도 하고,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하는 느낌에 서글퍼지기도 한다. 나의 기억을 간직한 공간. 따뜻한 그림과 함께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