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의 불편한 진실 - 하얀 가면 뒤에 가려진 기업의 검은 얼굴
김민조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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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주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흔하게 들어온 주제라 재미없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글이 정말 깔끔하다.

 

 깔끔하게 글을 쓰기 위한 원칙은 정말 간단하다. 핵심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단락들만을 남겨놓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면 된다. 간단하게 말해서, 독자를 배려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쓰여지지 않아서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책들이 너무 많다. 왜 그럴까?

 

 출판이 너무 쉬워진 것도 하나의 이유다. '좋은 책'이 아니라, '잘 팔릴 것 같은 책'이 우선적으로 출판되는 경향도 한 몫 했다. 책이 어렵다고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가 있을까. 일차적 책임은 나를 포함한 저자에게 있는 법이다.

 

 이 책의 핵심 주제 역시 명료하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의 기업은 그토록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이코패스'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저자는 대표적인 예로 월 가의 금융 기업들을 예시한다. 그들은 화려한 분석과 언변으로 다양한 수익프로그램을 팔아치웠다. 그 프로그램은 이익이 나는것처럼 보였지만, 연쇄적으로 다른 손해를 일으켰다. 결국 그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회생 이후 그들은 막대한 성과급을 자기들끼리 나누어 가졌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과도한 성과급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한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이 모든 행태의 근본 원인은 기업이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이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이코패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착한 기업' 광고가 자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삼성, LG, SK 등의 대기업들은 매년 적지 않은 마케팅비를 브랜드이미지 광고에 쏟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착한기업이미지 만들기' 현상이 한국에서 유독 두드러진다고 적는다. 그 이유는 한국 기업의 특수한 성장배경에 있다. 급속한 근대화과정에서 국민의 근면성실함과 정부의 집중투자에 기대어 성장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보다 도덕의식 같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훨씬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민의 피와 땀이 없이 오늘날의 대기업은 불가능했으리라는 범국민적 생각이 기업을 압박하는 셈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착한기업이미지 만들기'가 얼마나 국민의 요구인 '착한기업 되기'를 만족시키고 있는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그러한 광고마저 철저한 손익계산 아래 나온 것이며, 기업의 핵심정신 자체는 여전한 곳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나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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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
나이절 워버턴 지음, 박수철 옮김 / 지와사랑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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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책이다. 철학책을 읽기 위한 방법들을 간결하게 잘 제시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어서 몇가지 적고자 한다.

 

 1. 제목에 오해의 여지가 있다.

 

 원제는 마치 모든 공부에 통용될 공부법을 가르쳐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철학 공부를 하려 하는 사람들에게 벽이 되는 낯설음들을 줄여주려는 책이다. 물론, 철학이라는 주제의 보편성 덕분에 이 방법들이 다른 분야에 통용될 가능성은 낮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의 제목은 영 불편하다. 마치 흔하디 흔한 내용은 없고 자기위안만 가득한 싸구려 자기계발서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 아닌가. (아마, 이 책의 저자가 번역서의 제목을 보았다면 책을 읽지 않고 제목을 지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문장의 명료성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원서의 제목은 참 간결하고 명확하다. Philosophy : The Essential study guide. 내가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2. 가격이 대체 왜이리 비싼건가?

 

 물론, 요새 메이저 출판사의 자본투입으로 판권 가격이 많이 올라갔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 책의 본래 용도를 생각해보자. 이 책은 말 그대로 입문 가이드다. 가볍게 사들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100p를 조금 넘는 이 얇은 책에 11800원이라는 가격이 매겨지다니.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가능하면 절판되기 전에 사고 권하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본 바에 의하면 이런 책은 잘 안 팔리면 초판만 찍고 절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절판되기에는 내용이 너무 괜찮다.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사실 요즘 책들 다 비싼 거 생각해보면, 아주 비싸다고 하기도 그렇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자식이 논술을 준비해야 한다면 미리 한 권정도 사두어도 좋다. 최소한 돈 값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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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명작 스캔들 - 도도한 명작의 아주 발칙하고 은밀한 이야기
한지원 지음, 김정운.조영남, 민승식 기획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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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명의 TV프로그램을 활자화한 것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얼굴을 자주 비추는 김정운과 역시 유명한 조영남씨가 사회자였다. 표지에 두 사람의 모습을 캐리커쳐로 그려넣은 것은, 두 사람의 이름값에 기대어 한부라도 더 팔아보겠다는 마케팅적 시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뭐 아니면 말고. 사실, 저 두사람한테 별관심이 없기 때문에 나한테는 별 상관없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김정운이나 조영남같은 인기인사가 사회를 보았기 떄문이 아니라,  자극적인 책 소개 떄문이었다. 솔직히 도도한 명작의 발칙하고 은밀한 이야기 라는 부제는 별로 땡기지 않았다. 이런 제목이 하나둘이어야지. 이제는 좀 식상해졌다. 그런데, 목차를 보니까 궁금해지는 것들이 몇 개 있었다. 그게 이 책을 읽게된 이유 전부다.

 

 그 몇가지 중 하나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겠다.

 

 먼저, 모짜르트의 유명한 '마술피리' 그 오페라에 프리메이슨의 상징이 숨겨져있다? 라는 4번째 챕터의 이야기를 해보자. 마술피리야 워낙 유명하니, 따로 설명안해도 되리라 생각한다.(혹시 모르면 검색!) 음악시간에도 종종 나오는 유명한 오페라에 신비집단으로 알려진 프리메이슨적 상징이 있다고?

 

 대표적 예는 숫자 3이란다.  프리메이슨에게 숫자 3은 아름다움, 힘, 지혜를 상징하며 완전함을 대표하는 수라고 한다. 마술피리에서는 적어도 3곳에서 '3'이 의도적으로 부각되는데 책의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1. 서곡에 등장하는 3개의 화음 - 프리메이슨 의식에 등장하는 세 번의 소리를 빗댄 것

 2. 극 중에 등장하는 숫자들 - '세' 명의 소년과 '세'명의 시녀 , '세' 번 울리는 파파게노의 미술종, 이성, 지혜, 자연이라는 '세' 개의 신전 , 타미노가 거쳐야 하는 '세'개의 시련의 문 등등

 3. 플랫이 '3'개 붙는 내림마장조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사람은 88p를 참조하도록  

 

 이 챕터에 따르면 모짜르트는 죽기 7년전인 1784년에 프리메이슨에 가입했다고 한다. 그는 프리메이슨을 위해서 무료로 음악을 작곡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조금은 비밀스럽지만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기 때문에 참여했으리라는 추측도 있다. 어쨋거나, 그런 그였기에 프리메이슨적 상징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사회자는 챕터를 정리하는데...

 

 하긴, 애초에 모짜르트가 프리메이슨의 회원이라는 사실 자체가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다만, 최근에 몇몇 작가가 역사상의 단체를 오늘날의 음모론과 결부시키면서 화제가 되고 있을 뿐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관심이 없기 때문에 코멘트하지 않도록 하곘다.

 

 뭐 이런식이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서점에서 흩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원작을 KBS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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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에 사무라이가 등장했을까? - 고시라카와 천황 vs 미나모토 요리토모 장군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23
나행주 지음, 조환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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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 책의 주제는 '사무라이'다. 왠지 낯선 단어다. 대체 '사무라이'란 무엇일까?


 북면 무사 - 사무라이는 한자로 侍라 써 '귀인을 모시다, 시중들다'는 의미인 사부라후 라는 말의 명사형입니다. 즉 '모시고 시중드는 사람'이라 할 수 있지요. '무사'는 원래 '무예로 조정에 봉사하는 무관'을 말했으나, 나중에는 사무라이와 무사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지요.(77~78p)


 북면 무사 - 사무라이인 이상 주인을 위해 목숨 바쳐 끝까지 충성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지요.(79p)


 사무라이는 천황과 상황과의 권력 다툼의 과정에서 이용된 무사들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스스로의 세력을 갖추고 권력의 핵심에 가까워졌다. 그러한 이들 중 미나모토가문과 헤이지가문이 있었다. 그들은 제1가문을 놓고 다투었고, 헤이지 가문이 승리하면서 헤이지 천하가 이룩되었다.


 당시는 일본 만화와 대하 드라마를 통해서 자주 연출될 정도로 극적인 시대였다. 특히, 이 때 패배했던 미나모토 가문의 혈육인 미나모토 요시츠네가 복수의 칼날을 품고 동료를 모아 복수를 하는 모습이 현대 일본인들에게도 여러 감흥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어쨋거나, 이러한 다툼이 잦아질수록 무사들의 힘은 강해졌고 이는 곧 천황을 명목상의 통치자로 돌려버리는 막부정권으로 이어진다.


 요시츠네와 그의 가신들의 무쌍을 바탕으로 요리토모는 정이대'장군'(쇼군)이 되어 가마쿠라 막부를 연다. 이 책은 요리토모 장군과 고시라카와 천황을 양 당사자로 하여, 막부정치와 천황정치간의 정당성 대결을 이야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썩 깔끔하지는 않다. 나는 이 세계사 법정시리즈를 꽤 즐겨보는 편인데, 이 책은 조금 아쉽다. 다른 권에 비해서 논리적인 부분이 좀 약하기 때문이다.


 아마 그 이유는, 일본역사 자체가 한국 독자들에게 많이 낯설다 보니 설명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그래서 본격적인 논의를 펼치기에는 지면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천황정치에서 막부정치로 이어지는 당시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는 꽤 좋은 책이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다. 일본 역사에 대한 책이 많지 않기 때문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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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세 농노는 해방되었을까? - 와트 타일러 vs 리처드 2세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21
문우일 지음, 이남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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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어려워할 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개념어가 잇달아 등장하기 때문이다. 먼저 등장하는 개념어는 '중세'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가운데 있는 시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낯설기만 할 것이다.


 역사를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와 현대로 나누는 일종의 4분론은 서양 역사학사에서 들어온 방식이다. 이 외에도 역사시기의 구분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시기간 구별 기준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갈리고 때로 그러한 입장 차에 의하여 근세라는 시기가 추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양사에서 '중세'는 대개 암흑시기를 상징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대표되는 화려한 고대와 과학과 산업의 발전으로 대표되는 근대의 사이에 위치한다. 당시에는 고대 말에 공인된 기독교가 정치와 결합하여 강력한 세속권력을 행사했다.


 물론, 중세에 대한 이런 해석은 근대를 미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오해와 편견 아래 거칠게 자리잡은 것이라는 비판이 최근까지도 유행하고 있다. 그래서, 중세를 보다 디테일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후속 연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검색을 해보기 바란다.


 다음으로 '농노'라는 단어가 어려울 것이다. 말을 풀어보면 농사를 짓는 노예라는 뜻이다. 결국, 노예라는 말인데, 실제로는 노예보다는 조금 나은 지위에 있었다. 잠시 이 책의 설명을 들어보자.


 프리드리히 1세 - 땅을 갖지 않은 농노는, 완전히 물건이었소. 영주의 배려하에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이지요. 이들의 노동력은 온전히 영주만을 위한 것이었소. 그냥 집에서 기르는 소나 말 등 가축과 똑같았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어요. 그에 비해 땅을 소유한 농노들의 삶은 이들과는 사뭇 달랐어요.(83p)


 이대로 변호사 - 농노에게 영주가 땅을 주는 대신 영주가 소유한 땅을 경작하도록 했다는 말이군요.(85p)


 김딴지 변호사 - 영주에 의해 노예 신분에서 농노로 변화했더라도 이는 단지 상대적으로 좋아진 것일 뿐, 여전히 영주에 의해 억압받는 삶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90p)


 농노는 고대 로마 시대의 노예보다는 조금 나은 처지에 있었지만, 여전히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노동의 정당한 몫을 얻지 못하는 불평등한 지위에 있는 이들이다. 당시가 신분제적 사회였음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중세라는 시대에 있었던 '농노'라는 신분을 통해서 당시 시대의 모순과 인류사의 보편적인 모습을 알기 쉬운 문체로 설명하고 있다. 괜찮은 책이다.


 사족 : 농노는 서구 봉건사회에 특유한 신분이지만, 한국의 역사에서도 유사한 처지의 신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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