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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세 농노는 해방되었을까? - 와트 타일러 vs 리처드 2세 ㅣ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21
문우일 지음, 이남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아이들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어려워할 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개념어가 잇달아 등장하기 때문이다. 먼저 등장하는 개념어는 '중세'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가운데 있는 시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낯설기만 할 것이다.
역사를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와 현대로 나누는 일종의 4분론은 서양 역사학사에서 들어온 방식이다. 이 외에도 역사시기의 구분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시기간 구별 기준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갈리고 때로 그러한 입장 차에 의하여 근세라는 시기가 추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양사에서 '중세'는 대개 암흑시기를 상징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대표되는 화려한 고대와 과학과 산업의 발전으로 대표되는 근대의 사이에 위치한다. 당시에는 고대 말에 공인된 기독교가 정치와 결합하여 강력한 세속권력을 행사했다.
물론, 중세에 대한 이런 해석은 근대를 미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오해와 편견 아래 거칠게 자리잡은 것이라는 비판이 최근까지도 유행하고 있다. 그래서, 중세를 보다 디테일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후속 연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검색을 해보기 바란다.
다음으로 '농노'라는 단어가 어려울 것이다. 말을 풀어보면 농사를 짓는 노예라는 뜻이다. 결국, 노예라는 말인데, 실제로는 노예보다는 조금 나은 지위에 있었다. 잠시 이 책의 설명을 들어보자.
프리드리히 1세 - 땅을 갖지 않은 농노는, 완전히 물건이었소. 영주의 배려하에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이지요. 이들의 노동력은 온전히 영주만을 위한 것이었소. 그냥 집에서 기르는 소나 말 등 가축과 똑같았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어요. 그에 비해 땅을 소유한 농노들의 삶은 이들과는 사뭇 달랐어요.(83p)
이대로 변호사 - 농노에게 영주가 땅을 주는 대신 영주가 소유한 땅을 경작하도록 했다는 말이군요.(85p)
김딴지 변호사 - 영주에 의해 노예 신분에서 농노로 변화했더라도 이는 단지 상대적으로 좋아진 것일 뿐, 여전히 영주에 의해 억압받는 삶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90p)
농노는 고대 로마 시대의 노예보다는 조금 나은 처지에 있었지만, 여전히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노동의 정당한 몫을 얻지 못하는 불평등한 지위에 있는 이들이다. 당시가 신분제적 사회였음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중세라는 시대에 있었던 '농노'라는 신분을 통해서 당시 시대의 모순과 인류사의 보편적인 모습을 알기 쉬운 문체로 설명하고 있다. 괜찮은 책이다.
사족 : 농노는 서구 봉건사회에 특유한 신분이지만, 한국의 역사에서도 유사한 처지의 신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