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
나이절 워버턴 지음, 박수철 옮김 / 지와사랑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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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책이다. 철학책을 읽기 위한 방법들을 간결하게 잘 제시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어서 몇가지 적고자 한다.

 

 1. 제목에 오해의 여지가 있다.

 

 원제는 마치 모든 공부에 통용될 공부법을 가르쳐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철학 공부를 하려 하는 사람들에게 벽이 되는 낯설음들을 줄여주려는 책이다. 물론, 철학이라는 주제의 보편성 덕분에 이 방법들이 다른 분야에 통용될 가능성은 낮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의 제목은 영 불편하다. 마치 흔하디 흔한 내용은 없고 자기위안만 가득한 싸구려 자기계발서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 아닌가. (아마, 이 책의 저자가 번역서의 제목을 보았다면 책을 읽지 않고 제목을 지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문장의 명료성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원서의 제목은 참 간결하고 명확하다. Philosophy : The Essential study guide. 내가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2. 가격이 대체 왜이리 비싼건가?

 

 물론, 요새 메이저 출판사의 자본투입으로 판권 가격이 많이 올라갔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 책의 본래 용도를 생각해보자. 이 책은 말 그대로 입문 가이드다. 가볍게 사들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100p를 조금 넘는 이 얇은 책에 11800원이라는 가격이 매겨지다니.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가능하면 절판되기 전에 사고 권하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본 바에 의하면 이런 책은 잘 안 팔리면 초판만 찍고 절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절판되기에는 내용이 너무 괜찮다.가격이 좀 비싸긴 하지만,(사실 요즘 책들 다 비싼 거 생각해보면, 아주 비싸다고 하기도 그렇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자식이 논술을 준비해야 한다면 미리 한 권정도 사두어도 좋다. 최소한 돈 값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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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명작 스캔들 - 도도한 명작의 아주 발칙하고 은밀한 이야기
한지원 지음, 김정운.조영남, 민승식 기획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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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명의 TV프로그램을 활자화한 것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얼굴을 자주 비추는 김정운과 역시 유명한 조영남씨가 사회자였다. 표지에 두 사람의 모습을 캐리커쳐로 그려넣은 것은, 두 사람의 이름값에 기대어 한부라도 더 팔아보겠다는 마케팅적 시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뭐 아니면 말고. 사실, 저 두사람한테 별관심이 없기 때문에 나한테는 별 상관없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김정운이나 조영남같은 인기인사가 사회를 보았기 떄문이 아니라,  자극적인 책 소개 떄문이었다. 솔직히 도도한 명작의 발칙하고 은밀한 이야기 라는 부제는 별로 땡기지 않았다. 이런 제목이 하나둘이어야지. 이제는 좀 식상해졌다. 그런데, 목차를 보니까 궁금해지는 것들이 몇 개 있었다. 그게 이 책을 읽게된 이유 전부다.

 

 그 몇가지 중 하나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겠다.

 

 먼저, 모짜르트의 유명한 '마술피리' 그 오페라에 프리메이슨의 상징이 숨겨져있다? 라는 4번째 챕터의 이야기를 해보자. 마술피리야 워낙 유명하니, 따로 설명안해도 되리라 생각한다.(혹시 모르면 검색!) 음악시간에도 종종 나오는 유명한 오페라에 신비집단으로 알려진 프리메이슨적 상징이 있다고?

 

 대표적 예는 숫자 3이란다.  프리메이슨에게 숫자 3은 아름다움, 힘, 지혜를 상징하며 완전함을 대표하는 수라고 한다. 마술피리에서는 적어도 3곳에서 '3'이 의도적으로 부각되는데 책의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1. 서곡에 등장하는 3개의 화음 - 프리메이슨 의식에 등장하는 세 번의 소리를 빗댄 것

 2. 극 중에 등장하는 숫자들 - '세' 명의 소년과 '세'명의 시녀 , '세' 번 울리는 파파게노의 미술종, 이성, 지혜, 자연이라는 '세' 개의 신전 , 타미노가 거쳐야 하는 '세'개의 시련의 문 등등

 3. 플랫이 '3'개 붙는 내림마장조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사람은 88p를 참조하도록  

 

 이 챕터에 따르면 모짜르트는 죽기 7년전인 1784년에 프리메이슨에 가입했다고 한다. 그는 프리메이슨을 위해서 무료로 음악을 작곡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조금은 비밀스럽지만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기 때문에 참여했으리라는 추측도 있다. 어쨋거나, 그런 그였기에 프리메이슨적 상징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사회자는 챕터를 정리하는데...

 

 하긴, 애초에 모짜르트가 프리메이슨의 회원이라는 사실 자체가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다만, 최근에 몇몇 작가가 역사상의 단체를 오늘날의 음모론과 결부시키면서 화제가 되고 있을 뿐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관심이 없기 때문에 코멘트하지 않도록 하곘다.

 

 뭐 이런식이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서점에서 흩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원작을 KBS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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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에 사무라이가 등장했을까? - 고시라카와 천황 vs 미나모토 요리토모 장군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23
나행주 지음, 조환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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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 책의 주제는 '사무라이'다. 왠지 낯선 단어다. 대체 '사무라이'란 무엇일까?


 북면 무사 - 사무라이는 한자로 侍라 써 '귀인을 모시다, 시중들다'는 의미인 사부라후 라는 말의 명사형입니다. 즉 '모시고 시중드는 사람'이라 할 수 있지요. '무사'는 원래 '무예로 조정에 봉사하는 무관'을 말했으나, 나중에는 사무라이와 무사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지요.(77~78p)


 북면 무사 - 사무라이인 이상 주인을 위해 목숨 바쳐 끝까지 충성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지요.(79p)


 사무라이는 천황과 상황과의 권력 다툼의 과정에서 이용된 무사들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스스로의 세력을 갖추고 권력의 핵심에 가까워졌다. 그러한 이들 중 미나모토가문과 헤이지가문이 있었다. 그들은 제1가문을 놓고 다투었고, 헤이지 가문이 승리하면서 헤이지 천하가 이룩되었다.


 당시는 일본 만화와 대하 드라마를 통해서 자주 연출될 정도로 극적인 시대였다. 특히, 이 때 패배했던 미나모토 가문의 혈육인 미나모토 요시츠네가 복수의 칼날을 품고 동료를 모아 복수를 하는 모습이 현대 일본인들에게도 여러 감흥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어쨋거나, 이러한 다툼이 잦아질수록 무사들의 힘은 강해졌고 이는 곧 천황을 명목상의 통치자로 돌려버리는 막부정권으로 이어진다.


 요시츠네와 그의 가신들의 무쌍을 바탕으로 요리토모는 정이대'장군'(쇼군)이 되어 가마쿠라 막부를 연다. 이 책은 요리토모 장군과 고시라카와 천황을 양 당사자로 하여, 막부정치와 천황정치간의 정당성 대결을 이야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썩 깔끔하지는 않다. 나는 이 세계사 법정시리즈를 꽤 즐겨보는 편인데, 이 책은 조금 아쉽다. 다른 권에 비해서 논리적인 부분이 좀 약하기 때문이다.


 아마 그 이유는, 일본역사 자체가 한국 독자들에게 많이 낯설다 보니 설명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그래서 본격적인 논의를 펼치기에는 지면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천황정치에서 막부정치로 이어지는 당시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는 꽤 좋은 책이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다. 일본 역사에 대한 책이 많지 않기 때문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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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세 농노는 해방되었을까? - 와트 타일러 vs 리처드 2세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21
문우일 지음, 이남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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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어려워할 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개념어가 잇달아 등장하기 때문이다. 먼저 등장하는 개념어는 '중세'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가운데 있는 시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낯설기만 할 것이다.


 역사를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와 현대로 나누는 일종의 4분론은 서양 역사학사에서 들어온 방식이다. 이 외에도 역사시기의 구분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시기간 구별 기준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갈리고 때로 그러한 입장 차에 의하여 근세라는 시기가 추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양사에서 '중세'는 대개 암흑시기를 상징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대표되는 화려한 고대와 과학과 산업의 발전으로 대표되는 근대의 사이에 위치한다. 당시에는 고대 말에 공인된 기독교가 정치와 결합하여 강력한 세속권력을 행사했다.


 물론, 중세에 대한 이런 해석은 근대를 미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오해와 편견 아래 거칠게 자리잡은 것이라는 비판이 최근까지도 유행하고 있다. 그래서, 중세를 보다 디테일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후속 연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검색을 해보기 바란다.


 다음으로 '농노'라는 단어가 어려울 것이다. 말을 풀어보면 농사를 짓는 노예라는 뜻이다. 결국, 노예라는 말인데, 실제로는 노예보다는 조금 나은 지위에 있었다. 잠시 이 책의 설명을 들어보자.


 프리드리히 1세 - 땅을 갖지 않은 농노는, 완전히 물건이었소. 영주의 배려하에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이지요. 이들의 노동력은 온전히 영주만을 위한 것이었소. 그냥 집에서 기르는 소나 말 등 가축과 똑같았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어요. 그에 비해 땅을 소유한 농노들의 삶은 이들과는 사뭇 달랐어요.(83p)


 이대로 변호사 - 농노에게 영주가 땅을 주는 대신 영주가 소유한 땅을 경작하도록 했다는 말이군요.(85p)


 김딴지 변호사 - 영주에 의해 노예 신분에서 농노로 변화했더라도 이는 단지 상대적으로 좋아진 것일 뿐, 여전히 영주에 의해 억압받는 삶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90p)


 농노는 고대 로마 시대의 노예보다는 조금 나은 처지에 있었지만, 여전히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노동의 정당한 몫을 얻지 못하는 불평등한 지위에 있는 이들이다. 당시가 신분제적 사회였음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중세라는 시대에 있었던 '농노'라는 신분을 통해서 당시 시대의 모순과 인류사의 보편적인 모습을 알기 쉬운 문체로 설명하고 있다. 괜찮은 책이다.


 사족 : 농노는 서구 봉건사회에 특유한 신분이지만, 한국의 역사에서도 유사한 처지의 신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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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여성은 구여성과 다른 삶을 살았을까? - 구효부 vs 신문물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5
손경희 지음, 조환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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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는 일종의 과도기이다. 전근대라는 과거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기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시기이며, 그 가운데 충돌이 있거나 새로운 부류가 등장하기도 하는 시기다. 예전에 근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글로 풀어 쓴 책을 리뷰하면서 이런 내용을 적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도 큰 맥락에서는 그러한 근대물의 주제와 맛닿아 있다. 구여성이 전통을 상징한다면, 신여성은 새롭게 등장한 스타일이다. 이들은 근대에 있어 등장했던 수 많은 갈등 중 하나의 모습이었고, 오늘날의 여성상이 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느꼈던 계기는 이인직의 '혈의누' 시리즈였다. 문학전집에서 즐겨 읽었던 이야기 중 하나였던 '혈의 누'와 그 2부 '모란봉'의 여주인공은 어릴적 부모와 헤어졌다가 외국으로 유학가게 되고, 신여성다운 교육을 받는다. 그 곳에서 역시 유학생인 남자와 교감을 가지게 되는데, 그 남자는 조혼 풍습에 따라 이미 고향에 부인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는 결혼보다 사랑을 택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들이 귀국한 뒤 그들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갈등은 구체화되면서 커져가는데...

 상당히 통속적인 이야기이지만, 꽤 재미있게 읽어서 기억에 남아 있는 근대 소설이다. 아쉽게도,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창 갈등이 고조되던 중에 연재가 중단되어 미완으로 남아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완결 여부에 관계없이 신여성과 구여성의 갈등을 간접적으로 느끼기엔 좋은 교재였다.

 그 외에 가끔 배우는 당시 인물들의 삶을 보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혼하고, 새롭게 신여성을 만나 사랑하는 인물들이 적지 않다. 어렴풋이 기억을 뒤져보면, 그 유명한 시인 '백석'도 그러했던 것 같다. 그들 중 일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중국 몰락의 원인을 유교로 꼽았던 근대의 중국 지식인들처럼, 그들에게는 구여성 자체가 조선을 몰락하게 한 구시대의 인습 중 하나로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쨋거나, 구여성들은 대개 참 가련했다. 지금보다 더 열악했던 여성의 지위 때문에 그녀들은 남편에게 버림받고도 여전히 시집에서 노동력으로 종속당해 있었던 경우가 많다. 그녀들의 삶이 어떠했을까? 이 책에는 다소나마 그러한 삶의 애환이 나와있다. 그녀들의 한 서린 주장은 이유없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판결은 직접 읽어보기 바란다.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판결에 관계없이, 그들이 우리와 관계없는 과거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근대는 우리의 과거와 현대의 교차점이다. 현대의 씨앗인 셈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통해 현대를 좀 더 잘 알고 나아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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