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 메이저리그 124승의 신화
민훈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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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첫인상은 좋았다.

박찬호 선수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읽는 게 재미있었다. 지난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썼다는 생각도 들고, 가끔 삽입된 기자만의 취재과정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저자를 검색한 순간 인상이 좀 나빠졌다.

저자가 박찬호 선수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적이 있다는 게시글을 봤기 때문이다.

한 때 저자가 박찬호 선수에 대한 좋지 않은(순화된 표현) 기사를 쓴 적이 있었고, 그래서 양 측의 사이가 매우 악화되었다는 글. 그래서일까, 저자를 비판하는 유저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 저자는 한 종편의 야구특집프로그램에 메인mc로 나오고 있다. 게시글을 읽고 보아서 일까. 아무래도 영향이 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자를 싫어하는 유저들이 많은 데에는 한 때 저자가 자신에 대한 악플을 쓰는 유저들을 고소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던 것도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쨋거나, 책 내용만으로는 재미있고 3점을 줘도 좋다고 생각되었는데... 야구커뮤니티에서 썩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한 것 같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책 자체는 무난하고, 나름대로 재미있다. 90년대 후반기 박찬호를 응원했던 팬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만 발견한 소소한 재미가 있는데, 그것은 앞에서 잠시 말한것처럼 특파원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사진들이다. 저자가 박찬호를 취재하면서 적었던 기록지의 사진이나 TV에 잘 비추어지지 않는 경기장의 풍경들 등은 박찬호의 팬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책의 편집상으로 아쉬운 점이 있는데, 뒷부분의 스탯부분이다. 좀 더 한 눈에 들어오도록 편집했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다.

그 외에 여담인데, 보통 자신의 자서전격인 책이 나오면 저자가 책내에 사인을 넣거나 뭔가 코멘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자가 책 내에서 계속해서 박찬호와 가까운 사이라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책은 없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박찬호와 저자의 감정골이 아직도 조금은 남아 있는걸까. 물론, 이는 추측일 뿐이다. 어쨋거나, 나름대로 잘 정리된 책인데 주인공인 박찬호의 흔적이 없다는게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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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
앤서니 그레일링 지음, 윤길순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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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을 위한 철학 칼럼집이다. 의외로 비일상적인, 주제가 나오기도 한다. 저자가 설정한 대중은 정규대학교육을 받았거나, 적어도 그 수준의 독서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인 것 같다. 저자가 만나는 '대중'들은 그러한걸까. 하긴 5명중 3명이상이 대학교육을 받는 우리나라도 대중의 교육수준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실제로 만나보면, 그 통계치를 믿기 쉽지 않지만.

로컬적인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 걸 보면, 외국에 출판할 생각이 없었던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하긴 그 동네가 출판시장이 작지는 않은 것 같다. 책의 수준은 평균정도 되지만, 굳이 이런 책을 번역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만큼 국내에 필자가 없다는 뜻일까. 사견이지만 한국에도 이 정도 책을 쓸 수 있는 필자는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자에 비해서 '이름 값'이 떨어져서 책의 상품성과 가격치환성이 떨어질 뿐...

이 책은 두껍고, 얇다. 책의 두께는 한 대 맞으면 위험할 정도로 두껍지만, 글의 깊이는 저자의 약력에 비해 얇다. 아무래도 대중을 대상으로 해야하다보니, 골치아픈 논의를 건너뛰려 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영 답하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이런 종류의 책이 나올거라면 한국인 필자가 쓰는 책이 좋지 않을까. 로컬적인 통계와 시사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의 수준이 아주 떨어진다거나 그런 말은 아니다. 나름대로 괜찮은 책이고 읽기에 따라 좋은 책이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한국의 필자들에게 맡겨도 충분히 써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철학 교양서를 원하는 독자들의 이유는 여러가지다. 지친 일상에 위로를 받기를 원하는 사람부터, 기계같이 돌아가는 삶에 의미를 찾고 싶은 사람, 갑자기 태어나 버린 세상에서 존재가치를 부여받고 싶은 사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시야를 넓히고 싶은 사람, '철학'이라는 교양을 쌓아서 실용적으로 사교관계에 써먹고 싶은 사람, '철학'이라는 전공학문을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까지...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서, 사실 철학 교양서라 불리는 카테고리에 있는 책들도 굉장히 다양하다. 하긴 애초에 '철학'은 만학의 근원이다. 모든 것이 철학에서 시작되었을 수 도 있고, 철학으로 끝맺어질 수 도 있다.

어쨋거나, 제목은 정말 그럴 듯 하다. 영어판 제목은 더 그럴듯하다. 편집부의 노고가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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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트레일 걷기 여행 - 배낭여행자의 꿈을 걷는 여행
사이토 마사키 지음, 최종호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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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을 동경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걷기에 대해 겁이 없는 내 모습이 결합한 결과다. 그러던 차에 만난 이 책에는 나보다 먼저 그 새로운 영역을 걸어간 기록이 담겨 있었다.

요새는 출판이 참 쉬워졌다. 워드프로세서와 프린터의 일반화 그리고 고급평준화가 그 이유다. 블로그의 보급은 그 열풍을 보다 뜨겁게 했다. 서점에 가보면, 우리가 흔히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이 담긴 빳빳한 종이의 풀컬러 여행기들이 많다. 가끔은 굳이 이걸 책으로 사야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 하지만,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있으니까 나오는 게 아닐까. 아직 나는 필요하지 않지만.

이 책은 그런 여행기들과 좀 다르다. 조금 특이한 셈이다. 우선 주인공이다. 잘 팔리는 여행기들은 대개 유명인이거나 젊은 남녀가 주인공이다. 특히, 젊은 남녀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책의 경우 아무래도 여행의 느낌은 한정되기 마련이다. 느낌이란 아무래도 경험에 비례해서 깊어지기 마련인데, 20~30대의 경험은 인생 전체에 비추었을 때 아직 반도 오지 못한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30대에게는 직접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일까... 나름대로 많다. 어쨋거나, 지금 읽은 이 책은 주인공이 1961년생, 말하자면 '아저씨'다. 그렇다고 유명인이냐고?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아니다. 다만 여행을 좋아해서 수십년간 여행해왔을 뿐이다.

저자는 세계 7대 트레일 코스를 소개한 어느 잡지에서 이 여행에 대한 열정을 길어 올린다. 어찌보면 가족도 홀로 내버려두고 여행을 떠나는 그가 참 이기적으로 보일 수 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멀고먼 여행지에서 더더욱 가족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떨어져 있음으로써 오히려 가까워지는 면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행지는 10 곳이다. 네팔의 안나푸르나 서킷, 프랑스&스위스의 오토 루트, 페루의 잉카 트레일,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랙,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 서킷, 에티오피아의 시미엔 트레일, 미국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스웨덴의 쿵스레덴, 스코틀랜드의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워크까지. 빳빳하고 좋은 종이에 각 지를 다니며 그가 느낀 풍경들과 걸어다니며 만난 사람들, 그리고 본 것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여행경험이 많아서일까. 곳곳에 배낭여행의 팁도 담겨 있다.

배낭여행에는 호기심과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나도 언젠가 여행기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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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즈로 풀어보는 민담
트리즈 노리터 지음 / 성안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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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즈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영 재미가 없을 수 도 있는 책이다.

트리즈는 어느 러시아인이 특허들을 종합 분석하여 만들어낸 발명(과정)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발명은 범인이 하기 어려운 것처럼 여겨진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소수만이 발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러시아인은 뭐랄까... 참 야심이 있다. 창의성마저도 도식화를 통해서 해부하려 시도한 셈이니 말이다.

어쨋거나 이 사람은 트리즈 라는 문제해결체계를 만들어냈다. 이 문제해결체계는 문제상황의 분석에서부터 시작한다. 면도기의 개발을 예로 든다면, 이렇다. 좋은 면도기는 수염을 잘 깍기 위해서 날카로워야 한다. 그리고 피부가 베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뎌야 한다. 저자는 이처럼 모순상황으로 문제를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도식화한다.

목표 : 날카로우면서 무딘 면도기의 개발

목적 1 : 수염을 잘 깍기 위하여 , 수단1 : 날카로워야 한다.

목적 2 : 피부가 베이지 않게 하기 위하여 , 수단2 : 무뎌야 한다.

두 개의 해결방향을 고려하여 공동목표에 가장 충실한 해결안을 추구한다. 공동목표의 달성이 어렵다면 차선 중 하나를 골라 구체화시킨다.

도식화라는 점에서 시험 문제를 푸는 방법과도 좀 비슷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면도기의 개발역사를 살펴보자.

고대인들에게 면도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은 흔한 면도칼이지만 당시엔 없었으니까. 무딘 칼로 슬겅슬겅 베어내는 수 밖에 없었다. 수메르인들은 리스크모다 고통을 선택했다. 그들의 유적에서 수없이 발견되는 족집게들은 한올한올 수염을 뽑아내며 고통스러워하던 그들의 흔적이다. 로마인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예들은 귀족들의 수염을 비롯한 각종 체모를 뽑고, 또 뽑아야 했다. 철을 연마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18c에 오늘날과 비슷한 안전면도기가 등장한다. 이 면도기는 위에 있는 1. 날카로우면서 2. 무뎌야 한다 는 모순을 '받침대'의 개발로 해결했다. 오늘날 흔하게 볼 수 있는 면도날 밑의 받침대는 이 때 개발된 것이다.

안전면도기는 공간을 분리시켰다. 날카로운 공간과 무딘 공간을 나눴다. 수염이 있는 부분과 피부가 있는 부분을 분리하여 칼날이 닿는 부분과 닿지 못하는 부분을 나눈 것이다. 트리즈에서 말하는 공간의 분리가 적용된 셈이랄까.

써놓고 보니, 굉장히 유치하고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여러 발명이 그런 것 같다. 트리즈는 그러한 발명과정을 분해하여 혁신과정에서의 효율성을 올려주려는 방법론인 셈이다.

일단 내가 이해한 부분은 문제상황을 모순으로 도식화하여 쪼개서 생각한다는 것인데... 이 이상은 별로 관심이 안 생긴다. 현 상황에서 굳이 쓸모가 있는 지도 의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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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
코야마 켄지 외 지음, 김나나 외 옮김 / 홍익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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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다소 가격이 비싸보이지만, 책의 내용을 감안할 때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표지에 적힌 책의 홍보문구들을 보면, 왠지 요리책보다는 과학서에 가까워 보인다. 요리를 양념삼은 과학교양서처럼 생각되기 쉽다. 아니, 나는 그렇게 오해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요리교양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가 평소에 보는 여러 요리들과 요리방법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맛있어질 수 있는가, 또는 맛없어질 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어느 부분이 중요한가를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과학적 원리를 덧붙인다. 과학이 앞서나가기보다는 요리를 더 잘하기 위해 이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도로 덧붙여진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들보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추천사는 이정도로 쓰고, 개인적 독후감을 좀 덧붙이겠다.

나는 튀김을 좋아한다. 특히 그 바삭바삭한 식감을 좋아한다. 그런데, 집에서 재료를 튀겨보면 식당에서 느낀 정도의 바삭거림을 재현하기 어려웠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환경 차이일까? 화력이 다르기 때문일까? 재료의 차이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을까? 아니, 애초에 튀김이 바삭거리는 원리 조차 몰랐으니 제대로 된 추측은 불가능했다.

이 책에서 알게된 튀김의 원리는 이렇다. 바삭거림의 반대는 무엇일까? 눅눅함이다. 눅눅하다는 것은 곧 수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바삭거림은 수분이 적절하게 빠져나간 상태를 말하는 것일 수 있다. 끓는 기름에 들어가기 전의 튀김옷은 본래 상당한 수분이 들어 있다. 그런 축축한 튀김옷이 끓는 기름과 닿는 순간 순식간에 바삭하게 건조된다. 끓는 기름은 물이 수증기로 바뀌는 100도보다 높은 온도이기 때문에, 튀김옷의 수분이 순식간에 수증기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중학교 때 배운 어느 현상이 떠오르지 않는가?) 동시에 수분의 자리를 기름이 채운다. 놀랍게도, 이 기름은 하나의 막이 되어 튀김옷으로 덮인 재료의 수분이 못빠져나가도록 막는다. 그렇기 때문에 튀김옷이 바삭하게 튀겨지는 동안 내부는 수증기로 촉촉하게 익게 된다.

그렇다면, 어느 지점에서 튀김을 꺼내야 할까? 물론, 튀김옷에서 수분이 대부분 빠져나갔을 때이다. 수분이 빠져나갔는데도 열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타버리지 않을까 (...) 그 시점은 어떻게 아냐고? 거품을 보면된다. 수증기는 거품의 형태로 보글보글 위로 올라오니까, 안올라오면 더 빠져나올 수분이 없는 셈이겠지. 이제, 왠지 맛있는 튀김을 집에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요점은, 튀김옷을 틈없이 입힌다음 수분이 잘 빠져나갔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잽싸게 꺼내는것. (물론 기름의 온도를 적절하게 잘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팁은 책에!)

이 이야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책에 정말 빽빽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두고두고 볼 책 같다. 요리에 관심있는, 특히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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