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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
코야마 켄지 외 지음, 김나나 외 옮김 / 홍익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책이다. 다소 가격이 비싸보이지만, 책의 내용을 감안할 때 그리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표지에 적힌 책의 홍보문구들을 보면, 왠지 요리책보다는 과학서에 가까워 보인다. 요리를 양념삼은 과학교양서처럼 생각되기 쉽다. 아니, 나는 그렇게 오해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요리교양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가 평소에 보는 여러 요리들과 요리방법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맛있어질 수 있는가, 또는 맛없어질 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어느 부분이 중요한가를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과학적 원리를 덧붙인다. 과학이 앞서나가기보다는 요리를 더 잘하기 위해 이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도로 덧붙여진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들보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추천사는 이정도로 쓰고, 개인적 독후감을 좀 덧붙이겠다.
나는 튀김을 좋아한다. 특히 그 바삭바삭한 식감을 좋아한다. 그런데, 집에서 재료를 튀겨보면 식당에서 느낀 정도의 바삭거림을 재현하기 어려웠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환경 차이일까? 화력이 다르기 때문일까? 재료의 차이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을까? 아니, 애초에 튀김이 바삭거리는 원리 조차 몰랐으니 제대로 된 추측은 불가능했다.
이 책에서 알게된 튀김의 원리는 이렇다. 바삭거림의 반대는 무엇일까? 눅눅함이다. 눅눅하다는 것은 곧 수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바삭거림은 수분이 적절하게 빠져나간 상태를 말하는 것일 수 있다. 끓는 기름에 들어가기 전의 튀김옷은 본래 상당한 수분이 들어 있다. 그런 축축한 튀김옷이 끓는 기름과 닿는 순간 순식간에 바삭하게 건조된다. 끓는 기름은 물이 수증기로 바뀌는 100도보다 높은 온도이기 때문에, 튀김옷의 수분이 순식간에 수증기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중학교 때 배운 어느 현상이 떠오르지 않는가?) 동시에 수분의 자리를 기름이 채운다. 놀랍게도, 이 기름은 하나의 막이 되어 튀김옷으로 덮인 재료의 수분이 못빠져나가도록 막는다. 그렇기 때문에 튀김옷이 바삭하게 튀겨지는 동안 내부는 수증기로 촉촉하게 익게 된다.
그렇다면, 어느 지점에서 튀김을 꺼내야 할까? 물론, 튀김옷에서 수분이 대부분 빠져나갔을 때이다. 수분이 빠져나갔는데도 열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타버리지 않을까 (...) 그 시점은 어떻게 아냐고? 거품을 보면된다. 수증기는 거품의 형태로 보글보글 위로 올라오니까, 안올라오면 더 빠져나올 수분이 없는 셈이겠지. 이제, 왠지 맛있는 튀김을 집에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요점은, 튀김옷을 틈없이 입힌다음 수분이 잘 빠져나갔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잽싸게 꺼내는것. (물론 기름의 온도를 적절하게 잘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팁은 책에!)
이 이야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책에 정말 빽빽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두고두고 볼 책 같다. 요리에 관심있는, 특히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